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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배달앱 '고래싸움' 등터지는 건 소비자였다

오피니언 기자수첩

배달앱 '고래싸움' 등터지는 건 소비자였다

등록 2024.09.25 18:46

김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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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er
겨우 500원이었다. 지난주 직접 가서 사먹은 김밥 한 줄 가격과 배달앱에 올라온 가격의 차이 말이다. 여기에 무료배달 멤버십이 없으면 배달비까지 더해야 한다. 최소주문금액에 배달비, 이제는 대놓고 한 메뉴당 돈을 덧붙여 내라니, 영 내키지 않아 배달앱을 꺼버렸다.

무료배달에 대한 부담이 소비자의 몫이 되고 있다. 외식·프랜차이즈 업체가 같은 메뉴에 대해 매장보다 배달 가격을 비싸게 받는 소위 '이중 가격제'를 적용하기 시작해서다. 이미 이중 가격 정책이 만연한 버거업계에선 롯데리아가 최근 2년 만에 이중 가격제를 재도입했다.

외식업계는 가맹점 수익 보호를 위해 이 같은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세운다. 무료배달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배달 플랫폼에 대한 비용 부담이 커졌다는 명목이다. 관련 업계의 전언을 종합하면 배달앱 수수료와 배달비 합산 비중은 매출의 25~30% 수준이다. 지난 4월 쿠팡이츠가 쏘아올린 무료배달 출혈경쟁이 약 반 년 만에 물가 인상을 부추긴 결과다.

비난의 화살은 배달 플랫폼을 향한다. 가격 이원화의 구실을 준 배달의민족과 무료배달 경쟁의 판을 벌린 쿠팡이츠가 저격당하는 가운데 양사는 이중 가격제에 대한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배민이 배달 수수료를 인상하면서 양사의 중개 수수료는 9.8%로 동일해졌다.

배달 수수료 문제가 수면 위에 오르자 정부가 배달앱과 입점업체간 상생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나 두 달째 양 측 간의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공회전 중이다. 오는 10월 결과를 도출한다고 하지만, 강제가 아닌 자율 규제 방식이라 실효성엔 의구심이 든다.

배민과 쿠팡이츠의 양강 구도 속 3위로 밀려난 요기요는 속수무책 당하고 있다. 요기요는 무료배달 경쟁에 뛰어든 이후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그동안의 출혈경쟁에도 반등에 실패한 요기요는 1000억원 이상의 누적 적자로 회사 존폐 위기로까지 내몰렸다.

요기요의 몰락이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일단 배달앱의 도 넘은 '쩐의 전쟁'이 업계 3위 규모의 기업조차 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시작은 쿠팡이츠의 10% 와우 할인, 그 뒤를 이은 무료배달 경쟁이 배달 시장의 판을 뒤집으면서 무리한 자금 투입을 유도했다.

버티다 못 한 배달업체는 하나 둘 모습을 감췄다. 한때 배달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스타트업·공공배달앱은 조용히 사라졌다. 시장의 진입장벽이 높아지자 배민과 쿠팡이츠의 양강 체제가 굳건해지고 있다. 배달 생태계가 건강한 시장 경쟁이 아닌 독과점 형태로 향하는 그림이다.

이중 가격제 역시 부작용 중 하나로 꼽힌다. 외식업체가 배달 플랫폼 비용을 소비자에 대놓고 전가하면서도 눈치 보지 않는 이유는 중간 유통상 격인 배달앱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미운털'로 박혀있어서다. 그동안은 코로나로 배달 매출이 우세했다면, 이제는 외식 시장이 활성화한 만큼 배짱을 부릴 수 있는 환경도 힘을 더했다.

이대로라면 쿠팡이츠가 배민을 따라잡을 거란 예측도 나온다. 이 경우 배달대행업체의 침몰은 시간문제다. 배민의 입점점주 약 70%가 이용하는 가게배달은 배민의 자체 배달(배민배달)이 아닌 배달대행업체를 통하거나 사장님이 직접 배달하는 매장이다. 반면 쿠팡이츠는 전체 입점 매장을 자체 배달로 소화하고 있다.

무너져가는 배달 생태계와 외식업체의 배달 수수료 전가 움직임 속에서 피해는 결국 소비자의 몫이 된다. 무료배달이란 미끼를 던지고 단골고객을 잡아 성장하는 쿠팡이츠, 수수료 인상으로 실탄 확보에 나서고 충성고객을 모으기 시작한 배민. 두 강대강의 경쟁 구도가 또 어떤 부작용이 낳을지 두려워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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