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증권사 공시1호 DB금투, 조건 미충족에 지수 포함 안돼공시 안한 한투는 편입···수익성 등 편입 조건 중소형사에 불리
지난 5일 DB금융투자는 중소형 증권사 최초 기업가치제고 계획을 발표했다. 전체 증권사 중 3번째, 중소형 증권사 중 1호다. 계획에는 ▲자기자본이익률(ROE) 10% 이상 달성 ▲주주환원율 40% 이상 유지 ▲업종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 상회를 목표로 총 주주수익률(TSR)을 제고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특히 주주환원율 40%는 전체 증권사 중 최대 수준으로 호평과 함께 업계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주가도 반등했다. 지난 6일 DB금융투자는 전 영업일 대비 1040원(21.4%) 오른 5900원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6280원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이후 밸류업 수혜로 지속 상승세를 탔다.
DB금융투자 사례는 다른 중소형사 증권사들의 기업가치제고계획 공시를 확대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키웠다. 밸류업 공시가 투심을 모으는 효과가 이미 입증된 만큼 뒤를 잇는 증권사들이 나올 것이라는 진단이 나오면서다. 밸류업 지수에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4일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밸류업 지수에는 DB금융투자가 미포함됐다. 지수 편입 질적 지표 중 시장대표성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같은 날 DB금융투자 주가는 종가기준 전 영업일 대비 3.01%, 다음 영업일(25일)에는 7.57% 빠졌다.
이에 중소형 증권사 밸류업 공시 분위기는 가라앉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밸류업 평가지표는 ▲시가총액 상위 400위 이내 ▲최근 2년 연속 적자 또는 2년 합산 손익 적자가 아닌 기업 ▲최근 2년 연속 배당 또는 자사주 소각 실시 ▲주가순자산비율(PBR) 순위가 전체 또는 산업군 50% 이내 ▲위 요건을 충족한 기업 중 자본효율성(산업군별 자기자본이익률(ROE) 순위비율' 우수 기업으로, 지수에 최종 100종목이 선별됐다.
이는 대형증권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중소형 증권사 입장에서는 불리한 조건이다. 예로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93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지만, 2022년 54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시총 순위는 301위다. 유진투자증권은 2년 연속 흑자를 창출했으나 시총 407위로 들어갈 수 없다. 현대차증권 역시 마찬가지다.
저PBR 기업보다 고PBR, 고ROE 종목이 많이 편입된 점도 아쉽다는 지적이다. 밸류업 지수 평균 PBR은 2.6배로 코스피200지수(2배)보다 높다. 2024년 상반기 국내 상장 증권주(20곳) 평균 PBR은 0.39%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지배구조 개선이나 주주환원 제고에 혜택을 주겠다는 (밸류업 프로그램) 정책 방향과 달리 밸류업지수 종목 선정 로직이 고 PBR, 고 ROE로 단순하게 결정되면서 정책 방향에 부합하고자 한 기업의 노력이 평가받지 못하는 한계점이 보인다"고 했다.
실제 편입된 증권사는 키움증권,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금융지주(한국투자증권)으로, 이중 한국투자증권은 기업가치제고계획 공시 없이도 포함됐다.
한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현재 금융투자소득세 등 부정적 이슈가 존재하고, 시장 방향성이 정해지지 않는 상황에서 관련 지표들은 제고 계획을 세우기에 어느정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중소형 증권사들은 밸류업 공시에 관망하는 태도를 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연말 밸류업 지수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혹은 선물 출시에 주목해야한다고 조언한다. 상품 수급이 몰릴 경우 밸류업 지수에 포함되기 위해 중소형 기업들도 자사주 매각, 배당지급 등의 주주환원 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의견이다.
양일우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이번 지수 특징은 추정치가 아닌 과거 재무지표 기반으로 선정, ROE가 높은 기업이 선정됐다는 점, 코스닥 기업 비중이 예상보다 높다는 점"이라며 "이에 재무 지표와 주가를 개선시키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과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 규모가 향후 지수의 영향력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뉴스웨이 김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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