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고객상담부터 마감업무까지 AI 은행원이 담당핵심지역서 영업점 대형화 속도···영업시간도 '더 길게'특화점포로 대면영업 다각화···취약계층 접근성은 숙제
30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다음달 28일 서소문지점의 간판을 'AI 브랜치'로 바꾼다. AI 은행원이 고객 상담은 물론 마감 업무까지 수행하는 '무인 영업점' 형태다. 신한은행은 AI 브랜치를 통해 새로운 영업환경을 구축하고 시·공간이 제약이 없는 금융환경을 구축할 계획이다. 그간 화상채팅 등 단순한 형태의 무인 영업점은 있었지만 첫 번째 'AI 영업점'이라는 점에서 은행권의 관심이 높다.
신한은행은 앞서 지난 2021년 AI 은행원을 '디지털 데스크'에 배치하고 신규 입출금 계좌 발급, 신용대출 신청, 예금담보대출 등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최근엔 체크카드, 보안카드, 증명서 발급 등의 업무도 추가되면서 AI 은행권의 업무를 기존 56개에서 64개로 늘렸다. 현재 신한은행의 '디지털 데스크'는 전국 150여 대에 달한다.
신한은행은 지난 24일 영업점 직원들의 업무 효율성을 제고할 목적으로 AI 업무비서 플랫폼 'AI ONE'도 도입했다. AI 기술이 적용된 업무 통합채널이 구축되면서 영업점의 업무시간이 줄어들게 됐다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
이뿐만 아니다. AI점포 탄생처럼 금융 환경이 급변하면서 일선 영업점 운영 방식도 대거 바뀌는 분위기다. 인터넷뱅킹 등 비대면 채널의 급성장에 맞춰 기존 영업점의 역할과 기능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은행권은 기존 영업점의 몸집를 키우는 전략으로 영업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핵심 지역에서 여러 영업점을 한데 모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전략이다. 영업점 직원들의 전문성을 높이고 고객 편의성을 제고하는 것은 물론, 내부통제 강화에도 유리하다는 평가다.
신한은행은 다음달 영등포기업금융센터를 '영등포금융센터'로 대형화하고 개인고객까지 영업대상을 확장한다. 올해 신한은행은 서초중앙지점과 서초중앙기업금융센터를 합쳐 서초중앙금융센터를 구축했고, 명동지점과 명동기업금융센터도 명동금융센터로 통합했다. 성수동지점과 성수기업금융센터도 성수동금융센터로 합쳐지면서 몸집이 커졌다.
가장 많은 영업점을 보유한 NH농협은행(1112개)도 내년까지 영업점의 '규모화'를 추진한다. 은행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기존 영업점의 통·폐합을 거쳐 내년까지 40여 개 영업점을 대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영업방식을 차별화해 특색을 갖춘 영업점들도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27일 외국인 고객 전담창구인 '글로벌 데스크'를 추가 설치하고 일부 영업점은 일요일에도 영업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글로벌 데스크에 국가별 현지인 직원을 배치해 외국인 고객들의 금융편의를 제고하고 영업도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의정부금융센터와 김해금융센터는 매주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4시까지, 광희동금융센터는 일요일 격주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은행 문을 연다.
KB국민은행은 직장인, 맞벌이부부 등 은행 방문이 어려운 고객들을 위해 영업시간 특화지점을 확대하고 있다. 오후 6시까지 운영되는 국민은행의 '여섯시은행'은 서울에만 36곳이 있고, 12시~13시에 모든 직원이 근무하는 점심시간 집중상담 지점도 서울 16곳 등 전국 25곳에 이른다.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는 iM뱅크(아이엠뱅크·옛 대구은행) 영업점 차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영업시간 연장 특화점포인 대구 동성로지점은 오후 7시까지 운영되며, 중장년층 고객 비율이 높은 지역에 개점한 시니어 특화점포(대봉브라보점)와 '군위사랑 5일장 디지털점' 등 이동형 점포도 최근 선보였다.
iM뱅크에 따르면 대구 동성로지점의 전체 거래량은 영업시간 연장 이후 4.4% 증가했다. 이 가운데 예금과 대출 등 주요거래는 18.6% 늘어나는 등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앞으로도 오프라인 고객 접점을 다각화하려는 은행들의 노력은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젊은 세대와 달리 주요 고객인 시니어층은 여전히 대면방식을 선호하고 있어서다. 은행권은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해 업무 효율성을 제고하는 동시에 대면 고객들의 다양한 금융수요에도 적극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노인,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금융 접근성 강화는 은행권의 숙제다. 캐나다 TD뱅크는 계좌개설과 동시에 ATM 카드를 즉시 발급하거나 일요일 영업 점포를 크게 확대하는 등 단순한 디지털화보다 고객 편의 중심의 아날로그 경영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 공급자 중심이 아닌 고객 중심의 금융서비스를 위한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정지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점차 디지털화되는 사회에서 취약계층이 소외되지 않기 위해서는 접근 가능한 서비스와 오프라인 대안이 필수적이어야 한다"며 "금융당국은 사용자 중심의 포용적인 디지털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서비스 접근성이 가장 낮은 사람들에게 우선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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