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부터 19분기 주주 배당 없어미처분이익잉여금 1000억원 소화·인산엠티에스 등 오너 소유 계열사 4년 88억 배당
무배당·자사주 처분, 주주환원 없어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천당제약은 올해 3분기 기준 총 1003억원의 미처분이익잉여금(영업활동 내에서 발생한 이익금을 외부로 배당하거나 분배하지 않고 회사 내부에 보유하고 있는 잉여금)은 보유 중이다.
글로벌 기업 뿐 아니라 국내 다수의 기업들은 적자가 아닌 이상 미처분이익잉여금에 대해 주주에게 분배하는 차원에서 현금 배당을 실시하는 경우가 많지만 삼천당제약은 2020년부터 주주 무배당 기조를 유지 중이다.
지난 2000년 결산 배당 12억원을 시작으로 2019년까지 19년 연속 결산 배당을 실시한 바 있다. 누적 배당금액은 총 293억6452만원으로 평균 현금배당성향은 23.3%에 이른다.
하지만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 연속 결산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결산배당은 보통 다음 해 초 이사회를 통해 확정되기에 아직 올해 배당 여부가 결정된 것은 아니나 3분기까지 회사 측에 특별한 변화는 없는 상태다.
삼천당제약 관계자는 "향후 배당에 대한 사항은 아직까지 결정된 바 없다"고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밝혔다.
주주배당은 커녕 올해 7월 설비 투자와 임상 시험 등을 위한 자금 확보 차원이란 목적하에 50만주(609억원)를 국내외 기관투자자에 처분해 주주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자사주 매각은 주식시장에서 회사의 신뢰와 성장 전망에 대한 신호로도 해석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투자자 지분 가치를 희석하기 때문에 악재로 여겨진다. 자사주 물량이 풀리면서 유통주식수가 늘고 주당 순이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주주환원책으로 여겨지는 자사주 소각과는 반대의 효과를 내는 셈이다.
오너 일가 급여·배당 꾸준해
주주환원책에는 인색한 반면 계열사를 통한 배당과 윤대인 회장에 지급되는 급여는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천당제약의 최대주주는 지분율 30.69%를 지닌 의약품·의료기기 제조·판매 회사인 '소화'다. 2대 주주는 윤대인 회장(6.9%)이다. 최대 주주 '소화'의 지분 72.22%는 또한 윤대인 회장이 가지고 있다. 소화의 나머지 27.78% 지분은 인산엠티에스라는 의약품 전문 유통회사가 갖고 있으나 윤대인 회장 장남 윤희제 대표가 인산엠티에스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삼천당제약이 주주 배당을 멈춘 후에도 인산엠티에스의 현금 배당은 이어졌다. 배당일 기준 ▲2020년 8억3400만원 ▲2021년 4억2000만원 ▲2022년 5억원 ▲2023년 6억원 등으로 4년간 총 23억5400만원이 윤희제 대표에 지급됐다.
소화의 배당도 끊어지지 않았다. ▲2020년 30억원 ▲2021년 31억3007만원 ▲2022년 1억3007만원 ▲2023년 2억3400만원 등 현금배당했다. 64억9407만원이 오너 일가 회사를 통해 지급된 것이다. 최근 4년 사이 두 회사가 윤 회장과 윤 대표에게 지급한 배당금을 모두 합치면 약 88억4814만원에 이른다.
삼천당제약이 2000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평균 15억원의 주주 현금배당을 멈춘 것과 비교하면 매년 22억원 이상이 오너가로 흘러들어간 셈이다.
같은 기간 윤 회장의 급여 지급액도 급등하기 시작했다. 윤 회장은 지난 2021년 급여와 상여금을 합쳐 보수지급액이 5억원을 초과한 이후 2022년 10억원을 돌파했고, 지난해 10억8000만원, 올 3분기 기준 8억4700만원을 넘게 수령했다. 2022년 대표직에서 물러나고 미등기 임원으로 활동하면서부터 전년 대비 98.7% 오른 고액 연봉을 수령하기 시작한 것이다.
계열사 고배당 정책 왜?
일각에서는 삼천당제약이 무배당 정책을 고수하는 와중 관계사는 고배당 정책을 펼치는 것을 두고 단순한 오너 일가 곳간 채우기 이상의 의도가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오너 3세 윤희제 대표가 소유한 인산엠티에스가 경영권 승계를 위한 초석 역할을 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윤희제 대표는 1983년생으로 지난 2015년에는 1년간 지주사격인 소화의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회사 측에서는 줄곧 윤 대표는 삼천당제약 경영과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현재 삼천당제약 단독대표를 맡고 있는 윤 회장 맏사위 전인석 대표는 관계사 지분을 쥐고 있지 않다. 반면 윤 대표는 성인이 된 2006년부터 인산엠티에스 지분 100%를 보유했고, 이 회사를 통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58억원에 달하는 배당금을 받았다.
인산엠티에스는 의약품을 삼천당제약에서 공급받아 소화와 함께 윤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강동성심병원과 윤 회장의 형인 윤대원 이사장이 이끄는 일송학원 소유 병원에 공급하는 식으로 외형을 키웠다. 지난 2011년 약사법에 '친족도매 거래제한법'이 신설되면서 2촌 제한 규정이 생겼지만, 인산엠티에스 등 삼천당제약 관계사는 기존의 '동생(윤대인)-형(윤대원)'간 거래에서 '조카(윤희제)-삼촌(윤대원)'간 거래로 형태를 바꿔 해당 규정을 교묘히 피해갔다.
승계 작업에 핵심이 되는 윤 회장 보유 소화 지분 전량을 증여받기 위해서는 지난해 주당순자산가치(BPS)인 539만원으로 단순 계산했을 때 1400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 윤 대표 혼자 윤 회장 지분을 증여받을 경우 약 695억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8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되는 인산엠티에스 지분을 대부분 처분해야 가능한 일이다.
이처럼 감당하기 어려운 세금을 내는 대신 시도해 볼 수 있는 방안이 인산엠티에스를 통한 소화 흡수합병이다. 인산엠티에스의 기업가치가 소화와 엇비슷해지면 합병을 통해 증여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서다. 인산엠티에스의 꾸준한 내부거래 비중과 배당금 지급에 승계 밑작업이라는 의혹이 따라붙는 이유다.
결국 내부거래로 쌓은 수익이 특수관계사 배당을 통해 오너 일가로 흘러가는 모습이 승계 작업을 위한 사익 편취로 오해받지 않기 위해서는 회사가 여러 차례 공언한 글로벌 프로젝트가 성과를 거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삼천당제약 관계자는 "윤희제 인산엠티에스 대표 관련 얘기와 삼천당제약은 관련이 없는 사항"이라면서 말을 줄였다.
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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