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해외법인 출자해 중국 생산법인 설립올 3분기 누적 수출 비중 77%···중국 '최대 수출국'탈중국 시대 '중국 리스크' 우려
다만 중국이란 국가 특성상 감내해야 할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정치적 불확실성과 사회주의 관계 문화, 애국 소비성향 등에 의해 기업 환경이 불리할 수 있다는 예측에서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해외사업 총괄법인 삼양 싱가포르 유한회사(가칭)를 설립해 647억원을 출자하고, 이를 통해 중국 생산법인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출자 후 삼양식품의 삼양 싱가포르 지분율은 90%다. 이번 출자 목적은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투자거점 역할로, 중국생산법인 설립 투자라고 명시했다. 중국생산법인 설립에 관한 사항은 내년 초 공시한다고 밝혔다. 현재 공장 부지와 허가 여부 등에 대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삼양식품은 현재 해외공장 없이 수출 물량을 전부 국내 생산하고 있는데, 불닭볶음면이 해외에서 주목받자 매년 최대 실적을 내고 있다. 수출 전진기지 역할은 밀양공장이 맡는다. 밀양공장은 2022년 5월 1공장을 완공한 후 내년 상반기 2공장을 증설해 가동할 예정이다.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삼양식품의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77%다. 이 기간 누적 수출액은 9638억원이다. 불닭 브랜드는 2012년 출시 이후 현재까지 누적 매출 4조원, 판매량 70억개에 달한다. 불닭 매출은 올해 처음으로 연간 매출 1조원을 넘겼고, 삼양식품은 2022년 4억불 수출탑에 이어 이달 식품업계 최초로 7억불 수출탑을 수상했다.
다만 삼양식품은 밀양2공장이 돌아가더라도 2027년엔 다시 생산물량이 부족할 거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경우 불닭볶음면 매출이 가장 큰 월마트의 매대 물량을 다 채우지 못 하고 있고, 코스트코 입점률은 50% 수준에 그친다. 이외에도 신규 유통채널 입점이 진행 중이다.
더욱이 삼양식품은 올해 하반기 네덜란드에 유럽 판매법인을 설립해 해외 판매망 확대에 나선 상황이다. 현재 해외 판매법인은 중국과 일본, 인도네시아, 미국, 유럽 등 5개국에 두고 있다.
중국은 삼양식품의 수출국 중 규모가 가장 큰 국가다. 삼양식품의 전체 수출의 약 25%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소비자는 특히 불닭볶음면에 대한 선호가 높고, 인구가 14억명에 달하는 만큼 자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내수로 전량 소비할 수 있는 국가로 꼽힌다.
더욱이 지리적·비용적 측면에서도 적합했을 거라는 평가다. 삼양식품은 중국 외에도 여러 국가를 두고 공장 건립을 검토했는데, 중국이 상대적으로 가깝고 생산비용이 저렴하다는 이점이 있다. 또 싱가포르 판매법인은 삼양식품의 중국과 인도네시아 법인의 중간에 위치해 있어 향후 동남아시아 시장 확대의 거점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걸로 기대된다.
불닭볶음면은 중국 시장에서 '훠지멘(火鷄麵)'이라는 이름으로 판매 중이다. 중국 현지에서 제품을 생산할 경우 현지 소비자를 위한 현지화 제품을 개발, 생산하기도 수월해질 전망이다. 중국공장이 설립되면 생산 물량은 전부 중국 내수에서 판매하고, 현재 국내에서 생산 중인 중국 물량은 미국과 유럽 등으로 돌려 물량을 확대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일각에선 중국의 지정학적 위기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미국과 패권 다툼으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과 사회주의 정부의 '꽌시(關係·관계)' 문화, 중국의 애국 소비성향 등으로 국내 기업의 '탈(脫) 중국' 움직임도 적지 않아서다. 식품기업의 경우 롯데웰푸드가 중국 사업을 철수했고, CJ제일제당이 중국 식품 자회사 '지상쥐'를 팔며 사업 규모를 축소했다.
더욱이 삼양식품은 해외 공장 건립이 처음인 상황에서 중국이란 국가 특유의 '진입장벽'도 부담 요소로 꼽힌다. 기존 중국에 진출한 오리온, 농심과 같은 기업은 1992년 한중수교를 기점으로 1990년대 중국에 첫 발을 딛기 시작해 오랜 기간 중국 시장에 현지화한 경우다.
가장 최근 중국에 생산 공장을 지은 국내 식품기업으로는 SPC그룹과 대상이 있다. SPC그룹은 2019년 3월 중국 톈진에 파리바게뜨 제품 공급을 위한 핵심 생산기지를 완공했다. 대상은 2019년 7월 강소성 여운항에 김치·편의식 생산 공장을 착공해 이듬해 8월 가동을 시작했다.
다른 점은 SPC그룹과 대상의 중국 진출은 처음이 아니라는 거다. SPC그룹의 경우 기존 베이징 공장을 이전해 확장한 형태고, 대상은 중국 내 세 번째 공장을 건립했다는 점에서 삼양식품의 상황과 구분된다. 특히 중국 사업은 오랜 기간 쌓아온 관계를 중시하는 '꽌시 문화'에 의해 기업별로 사업 환경이 상이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한중수교 이후 국내 기업이 중국에 진출했던 당시와 현재의 중국 시장에서의 기업 환경은 분명히 다르다. 중국은 토지가 국가 소유의 개념이라 부지 선정에 있어서도 정부와의 관계가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특히 꽌시 문화가 짙어 외국 기업의 신규 진입 자체가 어렵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오랫동안 사업을 하며 관계를 맺었거나 인맥이 있는 경우 등 어떤 식으로든 정부와 꽌시를 형성했다면 사업 초기 어려움이 크지 않을 수도 있다"며 "수출은 시장 환경과 판매량에 따라 공급물량을 조절할 수 있지만, 생산 공장을 지어두면 비용적인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면이 있다"고 예측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현재 중국이 최대 수출국이다.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은 100% 중국 내수 시장에서 판매될 것"이라며 "내년 초 공시를 통해 관련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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