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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이자 이익 쪼그라들고 규제 조여들고···내년 금융지주사 '시계 제로'

금융 은행

이자 이익 쪼그라들고 규제 조여들고···내년 금융지주사 '시계 제로'

등록 2024.12.26 07:39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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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하에 본격 마진 하락···규제 강화로 대출도 못 늘려정치권 '이자 장사' 압박 지속···'상생 금융' 사실상 정례화대내외 경영환경 악화 속 자본 비율·수익성 방어 숙제

이자 이익 쪼그라들고 규제 조여들고···내년 금융지주사 '시계 제로' 기사의 사진

올해 주요 금융지주들이 역대급 호실적을 달성했지만 내년 경영환경은 '시계 제로'에 빠져들고 있다. 본격적인 금리인하로 이자 이익 감소가 불가피한 데다 금융당국의 규제까지 강화되고 있어서다. 대내외 경영환경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면서 금융지주들의 속내가 복잡해지는 모양새다.

금리 인상 사이클을 타고 가파르게 성장했던 금융권의 순이자마진(NIM)이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둔화되고 있다. 대손비용 하락, 유가증권 매매평가익 개선 등으로 수익성이 크게 훼손되진 않았지만 내년부터 본격적인 마진 하락세가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올해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했고, 내년에도 추가적인 금리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으로 금리 하락기에는 은행의 대출이 늘어나지만, 금융당국의 고강도 규제로 대출 성장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내년 은행권의 대출 증가율은 대체로 4%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내년 은행 NIM의 단순 평균은 1.92%로, 올해 대비 약 11bp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상대적으로 리프라이싱 주기가 빠른 기업 대출 비중이 높은 은행 위주로 큰 폭의 마진 하락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김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지주의 NIM은 올해 3분기 1.77%까지 하락했고, 내년에도 분기 NIM이 낮은 수준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연간 NIM 하락은 불가피하다"며 "가계대출 규제와 리스크 관리를 위한 중소기업 대출 둔화,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대기업 대출 수요 감소, 자본 비율 관리를 위한 성장 축소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내년 이자 이익 증가율은 0.3%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3단계 스트레스 DSR 7월 도입···대출 총량 더 줄어든다


금융지주와 은행권을 바라보는 눈높이가 낮아지고 있는 가운데 규제환경도 더 악화되고 있다. 내년 7월부터 도입되는 3단계 스트레스 DSR이 대표적이다. 금리가 낮아지고 있는데도 가계대출을 더 늘릴 수 없다는 얘기다.

스트레스 DSR은 금리상승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이 높아질 가능성을 고려해 DSR 산정시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를 부과하는 제도다. 금융당국은 지난 2월과 9월 각각 1단계(0.35%), 2단계(0.75%) 스트레스 DSR를 시행했고, 내년 7월엔 3단계(1.5%)를 적용할 계획이다.

특히 3단계 스트레스DSR은 모든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기타 대출에 적용된다. 은행권의 주담대·신용대출과 2금융권 주담대에 국한됐던 스트레스 금리가 모든 가계대출로 확대된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전세자금 대출에도 DSR 규제가 적용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또한 올해 대출 공급목표를 초과한 일부 은행들의 경우 내년부터 적용되는 포트폴리오 DSR 목표 한도가 줄어들게 된다.

환율 오르는데 규제 환경까지 악화···내년 전망 안갯속


올해 금융지주의 호실적을 '이자 장사'라며 비판했던 정치권의 압박도 내년부터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야권은 은행 등 금융회사가 직전 5년 평균 대비 120%를 초과하는 순이자수익을 얻을 경우 해당 초과이익의 40%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상생 금융 기여금을 부과·징수하도록 하는 '횡재세' 법안을 발의했으나 무산됐다.

하지만 올해도 금융지주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면서 새로운 입법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국회는 횡재세 대신 '가산금리 원가공개법'을 도입해 대출금리 산정 체계를 제도화한다는 복안이다. 은행이 스스로 부담할 비용을 차주에게 전가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게 이 법안의 핵심 취지다.

연간 수천억원 규모에 달하는 은행권의 '상생 금융' 프로그램도 정례화되는 분위기다. 은행권은 지난 23일 '소상공인 금융지원 방안'을 발표하고 맞춤형 채무조정, 폐업자 저금리·장기분할상환, 상생 보증·대출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은행권의 지원 규모는 연간 6000~7000억원, 3년간 총 2조원이 넘는다.

은행권은 지난해 말 소상공인 등을 위한 민생금융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2조원 규모의 선물 보따리를 내놨다. 올해 추가로 나온 상생 금융 프로그램을 더하면 4년간 4조원 이상의 지원금이 조성되는 셈이다. 은행권 안팎에선 금융당국 주도의 상생 프로그램이 사실상 횡재세나 다름없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금융당국은 스트레스 완충 자본 규제 도입을 내년 하반기 이후로 미뤘지만 금융권의 대내외 경영환경은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분위기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에 고착화되면서 외화 위험가중자산(RWA) 증가에 따른 자본 비율 하락도 불가피하다.

5대 금융지주 가운데 보통주자본비율(CET1) 비율이 13% 미만인 곳은 우리금융(11.96%)뿐이다. 하지만 환율 상승을 고려할 때 다른 금융지주들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1300원대의 환율을 바탕으로 마련했던 내년 경영계획도 급하게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금리인하, 계엄 사태 및 탄핵정국, 금융규제 강화, 고환율 등으로 내년 금융권의 경영환경이 어느 때보다 엄중한 상황"이라며 "자본 비율을 지키고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면서도 수익성을 방어해야 하는 큰 숙제를 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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