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성과급 2년 연속 최대치 책정유한양행·녹십자·동구바이오 등도 지급 나서인재 유치 경쟁 따라 성과급 강화되는 추세
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3일 OPI(초과이익성과급)를 연봉의 50%로 확정했다. OPI는 삼성그룹의 성과급 제도로, 직전년도 경영실적을 기준으로 초과이익의 20% 한도 내에서 연봉의 최대 50%까지 지급한다.
삼성그룹의 성과급 체계는 반기마다 지급하는 목표달성성과급(TAI)과 연간으로 지급하는 OPI로 이원화돼 있는데, 지난해 OPI를 비롯해 두 번의 TAI 역시 모두 최대치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평균 연봉은 9900만원으로, 이를 단순 적용하면 평균 4950만원의 OPI가 지급된 셈이다.
이번 성과급 지급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난해 연간 매출 4조5천억원을 넘어서는 등 최대 실적을 달성한 데 따른 것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조3천201억원으로 전년보다 18.53%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가운데 연간 매출 4조원을 넘어선 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처음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성과급은 업계 최고 수준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해 폐암 신약 '렉라자'를 앞세워 역대급 실적을 바라보고 있는 유한양행은 최근 기본급 대비 50% 수준의 상여금을 받아 예년과 비슷한 수준에 머무른 것으로 파악됐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유한양행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추정치는 2조740억원, 영업이익 추정치는 960억원이다. 렉라자의 마일스톤(단계적 수수료) 수입과 원료 의약품 매출 증가에 힘입어 사상 최초 2조 클럽 가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도입 상품보다는 자사 제품군에 기반한 실적이라 기반도 탄탄하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성과 대비 성과급 지급률이 타 제약바이오기업들에 비해 낮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실적 호조도 어느 정도 반영되고 있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추석 명절을 앞두고도 전 직원을 대상으로 기본급 대비 100% 수준의 상여금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통상 받던 것에 비해 2배가량 증가한 것이다.
올해 혈액제제 '알리글로'를 앞세워 실적 회복에 나선 GC녹십자는 4분기 성과급 지급으로 인건비 지출이 증가할 전망이다. 녹십자는 매년 말 12월 24일 급여와 동시에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녹십자의 연도별 4분기 영업이익은 지난 2018년 이후 매년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여기에는 연말마다 지급되는 성과급 영향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녹십자 관계자는 "보통 4분기에 성과급 지급 등이 발생하면서 인건비 지출이 다른 분기보다 많이 책정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지급되는 성과급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녹십자는 핵심 성과 지표(KPI)에 따라 성과급을 차등 지급한다"면서 "개인평가가 있고 본부평가가 있어서 사람이나 팀별로 받는 수준이 다 달라 일률적으로 파악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중소제약사인 동구바이오제약은 올해부터 세후 영업이익의 10%를 경영성과급으로 지급하는 새로운 이익배분제도(Profit Sharing)를 시행한다.
이익배분제도는 기업의 경영활동으로 얻은 이익의 일정 몫을 노사 간에 나누는 제도이다. 일정 기간 동안 발생된 기업이익을 사전에 정해진 배분방법에 따라 노동자에게 나누어주는 제도로, 정기적인 임금에 더해 분배 공식에 따라 추가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동구바이오제약은 전년도 회계 결산 이후 법인세를 뺀 영업이익 중 10%를 임직원에 동일하게 지급한다. 회사는 지난 2023년 영업이익 146억원, 세후 영업이익 128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를 올해 시행된 제도에 대입하면 약 12억8000만원이 지급되는 셈이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지난해 9월 말 기준 동구바이오제약 직원은 381명으로, 단순 계산할 경우 1인당 약 335만원의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
동구바이오제약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영업이익은 13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높은 영업익을 기록해 올해 실제 지급되는 성과급은 이보다 높을 것으로 보인다.
대형 바이오기업부터 중소제약사까지 앞다퉈 성과급 지급에 나선 것은 최근 업계 내 인재 유치 경쟁이 치열해진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특히 SK계열과 롯데바이오로직스 등의 송도 입주 계획을 앞두고 회사 간 일부 인력 이동 현상이 나타난 바이오 업계에서 임직원 처우 개선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 하반기 송도 신사옥 완공 예정인 SK바이오사이언스가 지난 2022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76% 줄면서도 다음 해 연봉의 최대 40%까지 성과급으로 지급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실제로 성과급 지급선 상한액을 채우거나 역대급 성과급을 지급하는 회사 내부에서도 여전히 처우 개선이 부족하다는 일부 목소리가 나오는 형편이다.
A기업에 재직 중인 한 직원은 "내부 반응은 (이번 성과급을 보고) 당연히 나와야 할 수준으로 나왔다는 입장으로, 회사 특성상 이 정도로 나오지 않으면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이라면서 "매년 역대급 실적을 갱신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특별보너스를 강하게 원하고 있다. 지급선을 상향하고 상한선 이상으로 성과급을 지급할 수 있는 제도 신설도 회사 측에 요청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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