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8년 만에 분기 적자···"투자·배당 줄여 불확실성 대응"(종합)

전기차 캐즘 여파에 4Q 영업손실 2567억

"재고, 충당금 등 반영···제외시 소폭 흑자"

3년간 배당 않기로···투자 전략도 재검토

그래픽=박혜수 기자

삼성SDI가 작년 4분기 2500억원대 영업손실을 냈다. 전기차 등 전방 산업 수요가 받쳐주지 않으면서 거래처의 재고 조정 국면이 지속된 탓이다. 이에 회사 측은 전고체 배터리와 같은 미래사업 육성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투자나 배당을 조율하는 특단의 조치로 불확실성에 대응하기로 했다.

24일 삼성SDI는 2024년 4분기 매출 3조7545억원에 영업손실 2567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매출은 28.8% 줄고, 영업손익은 적자 전환했다.

이로써 삼성SDI의 연간 매출은 16조5922억원, 영업이익은 3633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22.6%, 76.5%씩 감소한 수치다. 사업양도 결정에 따라 중단영업손익으로 분리한 편광필름 사업을 반영하면 매출은 17조8857억원, 영업익은 4464억원으로 소폭 늘어난다.

다만 삼성SDI가 분기 기준으로 적자를 낸 것은 2017년 1분기(673억원 손실) 이후 약 8년 만이다. ESS(에너지저장장치) 부문이 받쳐줬음에도 전세계적 전기차 캐즘(수요 위축) 흐름이 악재로 작용했다.

실제 사업별 성적표를 보면 배터리 부문의 매출은 3조5645억원, 영업손실은 2683억원이다. ESS용 배터리의 경우 미주 AI(인공지능) 호조에 따른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에 힘입어 분기 최대 매출을 달성했으나, 전기차용과 전동공구용 배터리의 판매가 감소하면서 전반적으로 실적이 뒷걸음질쳤다.

또 전자재료 부문은 매출 1900억원에 영업이익 116억원을 올렸다. 반도체 공정소재는 메모리 반도체 웨이퍼 투입량 증가로 소폭 성장했으나, 디스플레이 공정소재는 계절적 영향으로 판매량이 감소했다.

김윤태 부사장은 이날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작년 4분기 일회성 비용으로 손실을 냈는데, 여기엔 재고자산 평가 감가와 품질 관련 충당금이 포함돼있다"며 "이를 제외하면 자동차전지 사업의 경우 로우 싱글 디짓(4% 미만) 수준의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삼성SDI는 기술 경쟁력 강화, 사업 체질 개선이라는 핵심 전략을 바탕으로 올해의 파고를 넘는다는 복안이다. 특히 운영 효율화에도 신경을 쏟는다. 글로벌 전기차와 ESS 시장이 동반 성장할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이 제시되고 있으나, 정치적 불확실성이 상존해 있어서다. 소형 배터리 시장 역시 재고 조정이 지속되며 수요 회복이 지연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그 일환으로 삼성SDI는 배당 정책을 수정했다. 2025년부터 3년간 현금 배당을 실시하지 않는다. 중장기 성장을 위한 시설투자로 배당 재원인 잉여현금흐름의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성장동력을 강화하는 데 재원을 집중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투자 계획도 재점검한다. 김윤태 부사장은 "전방 수요의 불확실성으로 여러 업체가 투자 계획을 조정하고 있고, 삼성SDI도 보수적인 기조 아래 계획을 검토할 것"이라며 "신규 라인 증설 비용을 줄이고 일부 투자시기를 조율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효율화가 이뤄지면 올해 설비투자(CAPEX)도 전년 대비 줄어들 것"이라고 언급했다.

물론 모든 사업의 투자를 원점에서 재점검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미주 GM과의 합작사나 전고체, LFP(리튬·인산·철) 등 미래 성장사업에 대해선 차질 없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일례로 미국 내 스텔란티스 합작법인과 관련해선 양산 일정을 2개월 앞당겼고, LFP를 놓고는 주요 기업과 협의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김종성 부사장은 "재고 조정과 정치적 불확실성을 고려했을 때 단기간 내엔 어렵겠지만 하반기에는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며 "1분기를 저점으로 보고 2분기부터 점전적으로 좋아질 것이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