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가격 인상 압박···장기적으로는 불똥 전망삼성·LG, 멕시코 물량 미국으로 옮기는 방안 검토주가도 큰 폭으로 하락···삼성 2%, LG 6%대 하락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관세 조치에는 국내 전방 산업인 자동차와 철강뿐만 아니라 가전 등의 품목까지 광범위하게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국내 대표 가전사인 삼성과 LG도 관세 폭풍 영향권에 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강대강' 관세 전쟁에 불똥튄 韓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4일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에 25%의 보편적 관세를 부과키로 1일(현지시간) 결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두 나라가 마약 밀매와 불법 입국의 주요 원인이라고 직접적으로 비판하며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혀왔다. 이번 관세 부과 결정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내린 조치다.
여기에 두 나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조치를 비난하며 대응 태세로 돌입했다. 먼저 캐나다는 즉각 '맞대응'을 시사했다. 캐나다는 미국의 25% 관세 부과와 동일하게 미국에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멕시코는 구체적인 관세 조치를 3일 발표한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는 상대국이 보복 조치를 취할 경우 관세 인상 등을 통해 대응하겠다고 경고한 터라, 이들 간의 관세 전쟁은 향후 판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문제는 멕시코와 캐나다에 생산거점을 둔 국내 가전업계다. 국내 대표 가전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그간 멕시코를 주요 생산기지로 적극 활용해왔는데, 이들 간의 관세 전쟁이 본격화되자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양사는 현재 멕시코에서 가전과 TV 등의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일단 양사는 멕시코 생산 물량을 미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하는 새로운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먼저 삼성전자는 멕시코 공장 대신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세탁기와 건조기 등을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LG전자도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하는 일부 물량들을 미국 공장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양사는 지난 4분기 컨퍼런스콜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조치에 한 차례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 각지에서 비즈니스를 영위하고 공급망을 운영하는 만큼 변화에 영향을 받을 수 없다"고 밝혔고, LG전자는 "미국이 수입 물량 등의 조치를 취할 경우 LG전자가 받을 관세 영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는 소비자가?···가격 인상 압박 불가피
업계는 이번 관세 인상 조치가 소비자 가격 인상은 물론 최악의 경우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통상 관세가 부과되면 수입 업체들이 제품 가격을 올리고 소비자들은 늘어난 부담을 떠안게 된다. 또 이는 곧 가계 증세로 이어져 소비에 타격을 받게 돼 물가 상승 가능성이 커지게 되는 '역효과'가 발생한다.
우리 기업의 제조업 위축 가능성도 커진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관세 조치의 궁극적인 목표를 잃어버린 제조업 경쟁력 확보로 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을 비롯한 캐나다, 멕시코 등 미국 수출길이 막힌 3국의 제품이 우리나라로 진출할 경우 우리 기업은 제품 경쟁력 악화를 비롯해 산업 경쟁력 약화 등 상당한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
다만 업계는 단기간에 소비자 가격 인상은 어려울 것으로 점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고려했을 때 단기간에 (소비자 가격 인상) 영향을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가전업계뿐만 아니라 모든 업계가 관세 조치 영향을 받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판가 인상 등의 영향이 있기 때문에 (소비자)가격 인상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발 관세가 현실화되면서 국내 가전사들의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 LG전자의 주가는 전날보다 6.18% 떨어진 7만90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날 대비 2.48% 빠진 5만1100원대를 기록 중이다.
뉴스웨이 전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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