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O 수주···한화오션 5∼6척, HD현대 2~3척 목표트럼프 취임식 간 김동관, 다보스 참석한 정기선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한화오션과 HD현대는 미국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에서 본격적인 수주 경쟁에 나선다.
현재 미국 함정 MRO 시장 규모는 약 2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당선 직후 "동맹국과의 협력을 통해 선박 건조 역량을 확보하겠다"며 직접 '러브콜'을 보내온 만큼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미 해군 함정 2척의 MRO 사업을 따낸 한화오션은 올해 5∼6척의 MRO 사업을 수주하겠다는 계획이다. 한 발 빠르게 현지 필리 조선소를 인수한 만큼 유리한 고지에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자 HD현대도 올해 본격적인 미국 진출을 선언했다. 올해 시범적으로 2~3척 수준의 MRO 프로젝트 수주를 목표로 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동시에 미국 현지에 대한 투자 가능성도 열어뒀다.
시장에서는 기회의 장이 열린 국내 조선업계가 대미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가동하면서 사업 기회 확보를 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과 김동관 한화 부회장의 같은 듯 사뭇 다른 외교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다보스 포럼이냐, 트럼프 취임식이냐' 두 수장은 같은 날 서로 다른 선택을 하면서 물밑작업을 펼쳤다.
김동관 부회장은 지난달 20일(현지시간)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2017년 열린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에는 아버지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참석했으나 이번엔 장남 김 부회장이 VIP를 위한 행사에 모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김 부회장은 트럼프 정부 주요 각료를 비롯한 정·재계 인사들과 두루 소통하면서 한화오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사업역량을 소개하고 미국 내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같은 시기 정기선 수석부회장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2025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 참석해 K-조선의 미래 비전과 에너지 분야 협력 방안을 제시했다. 다보스포럼은 세계 정·재계, 학계의 리더들이 모여 글로벌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정 수석부회장은 올해로 세 번째 참석했다.
두 수장의 결이 다른 행보는 향후 양 사의 사업 방향을 가늠케 한다.
이미 미국 현지 거점을 확보한 한화오션의 경우 MRO를 넘어 함정 건조 사업 수주까지 고려하는 만큼 보다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모회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앞세워 그룹 차원에서 '방산'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 출범 후 한미간 조선·방산 분야 협력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김동관 부회장은 새 정부의 주요 국방안보 책임자들과의 미팅을 통해 미국 내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이와 달리 올해 미 MRO 사업 진출을 선언한 HD현대는 특수선뿐 아니라 상선 부문에서도 기회를 모색하는 모양새다. 올해 국내 조선업은 트럼프 대통령의 화석연료 정책 귀환으로 유리한 환경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석유 수요가 증가하면서 LNG운반선 등 관련 선종 수요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중국의 해양 패권 확대를 견제하면서 각국에서 동맹국인 한국 조선소 위주로 발주량을 늘릴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특히 정 수석부회장은 올해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만큼 직접 해외 네트워크를 강화하면서 사업 기회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정 수석부회장이 전세계 주요 재계 리더들이 모이는 다보스 포럼에 참석한 것도 이런 이유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자국 조선업과 해군 함정 최신화를 위해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며 "MRO뿐 아니라 에너지 산업 확대에 따른 LNG운반선 등 가스선 건조도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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