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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8년 동맹 깰 각오"···초강수 둔 곽동신 한미반도체 회장은

산업 전기·전자

"8년 동맹 깰 각오"···초강수 둔 곽동신 한미반도체 회장은

등록 2025.04.17 16:32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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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 본더'로 한미반도체 '글로벌 기업' 육성 수입차 딜러, 명품 시계 등 사업으로도 주목'경쟁사 저격' 강경 행보엔 우려의 목소리도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곽동신 한미반도체 회장이 그야말로 재계 유명 인사로 떠올랐다. 'AI(인공지능) 반도체' 트렌드 속 핵심 장비를 책임지는 회사의 주가가 크게 뛴 가운데 총수인 그가 예상 밖 행보로 연일 화젯거리를 만들고 다니면서다.

특히 8년이나 동맹 관계를 이어온 '최대 거래처' SK하이닉스일지라도 회사의 이익에 반한다면 초강수로 맞서는 곽동신 회장의 남다른 '기업가 정신'에 시선이 모이고 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미반도체는 최근 SK하이닉스와 불편한 동행을 이어가고 있다. 한화세미텍의 등장으로 반도체 장비 'TC(열압착) 본더'의 독점 공급 구도가 깨지자 회사의 입지 역시 흔들리는 탓이다.

그 일환으로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 측에 TC 본더 가격 인상(28%)을 통보하는 한편, 기기 관리 차원에서 이천 HBM 생산라인에 파견한 CS(고객 서비스) 직원 수십명을 회사에 불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반도체 측은 관련 사안에 대해 함구하고 있지만, 외부에서는 이번 조치에 곽동신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늘 회사 주가에 신경을 쏟고 때로는 독설도 마다않는 평소의 행보로 미뤄 사안을 지켜보고만 있지 않았을 것이라는 인식에서다.

실제 곽 회장은 대내외 메시지에서 "우리는 싱가포르 ASMPT, 한국 한화세미텍과 상당한 기술력 차이가 있다"고 자신하면서도 "SK하이닉스로부터 수주받은 한화세미텍도 결국 흐지부지하게 소량의 수주만 받아가는 형국이 될 것"이라는 말을 붙여 도마에 오른 바 있다.

또 한화세미텍의 SK하이닉스 납품설에 한미반도체 주가가 주저앉자 곽 회장은 2000억원 규모 자기주식 소각을 결정하는 한편, 자신도 곧바로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올해 회사 주식 매수에 쓴 액수는 50억원에 이른다.

경영인으로서는 다소 이례적인 언사지만, 재계에선 곽 회장의 여정을 돌아봤을 때 충분히 수긍할만한 일이란 평가를 내놓는다. 한미반도체를 글로벌 기업의 반열에 올려놓은 장본인이 바로 그였기 때문이다.

창업주 고(故) 곽노권 회장의 장남 곽 회장은 1998년 한미반도체에 합류했다. 이어 영업 등 일선 부서에 몸담으며 경영수업을 받다가 실질적인 사령탑으로서 TC 본더 개발을 지휘함으로써 회사를 성장 궤도로 돌려놨다. 그 공로에 2024년 12월말 회장으로 승진하며 운신의 폭을 넓혔다. 당시 신제품을 공개하며 제2의 도약을 예고했는데, 곽 회장이 직접 비전을 제시하며 눈길을 끌었다. 그런 만큼 한미반도체와 주력 품목인 TC 본더에 대한 마음이 각별하지 않겠냐고 회사 안팎에선 평가한다.

무엇보다 곽 회장은 반도체 장비 외적으로도 승부사 기질을 발휘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과거 수입차 딜러 사업에 뛰어든 데 이어 작년엔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 제이콥앤코를 들여와 판매하기 시작했다. 3월엔 투자전문기업 곽신홀딩스를 통해 서울 강남 도산대로 내 사옥 건립에 나섰다. 이들 모두 사업성을 포착한 곽 회장이 투자를 결정했다고 하는데, 성패와 무관하게 필요할 때는 쓰는 사업가적 성향이 꾸준히 회자되고 있다.

다만 외부에선 한미반도체와 곽 회장이 대응 수위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국내외 불확실성으로 인해 산업계 전반이 위기에 놓인 가운데 강경일변도적인 태도로 언제까지 시장의 박수를 받을 수 있겠냐는 인식에서다.

게다가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일각의 프레임을 놓고도 의구심이 상당하다. 구조상 한미반도체가 '을'의 위치이긴 하지만, 이미 독점적 지위를 구축한 이 회사를 약자로 간주할 수 없다는 이유다. 실제 한미반도체는 전세계 320개 기업과 거래하고 있으며 선단 공정인 HBM3E 12단의 경우 90% 이상이 이 회사의 TC 본더로 만들어진다.

업계 관계자는 "한미반도체로서는 서운할 수 있겠지만, 공급망을 다변화하려는 SK하이닉스의 판단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면서 "강대강으로 대치하기보다 상호 발전적인 차원에서 해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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