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상호관세 전면 적용···K-뷰티 수출 리스크 직면아모레·LG생건, 미국 현지화 전략 가속···생산·유통 재편 시동전문가들 "가성비 전략 한계, 브랜드·채널 경쟁력으로 승부해야"
그간 한국 화장품 산업은 미국 시장에서 '고품질·저가격' 전략을 앞세워 급성장해왔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화장품 수출액은 17억100만달러(약 2조5000억원)로, 프랑스를 제치고 수출국 1위를 기록했다.
이러한 수출 확대 흐름을 주도해온 기업은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상호관세가 본격 적용되면서, 이들 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한 기존 수익 모델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이에 대한 대응으로 미국 내 생산시설 구축을 본격 검토하고 있다. 김승환 아모레퍼시픽 대표는 최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고객사들과 비상계획을 논의 중"이라며 "향후 3~5년 안에 미국 내 물류 및 모듈 생산시설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의 북미 시장 매출은 2021년 1018억 원에서 2024년 5256억 원으로 5배 이상 급증했지만, 생산거점이 여전히 한국과 중국에 집중돼 있어 관세 리스크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당초 5~10년으로 계획했던 생산시설 구축 일정도 앞당길 수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LG생활건강도 관세 리스크에 대응해 미국 시장 내 전략 수정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정애 대표는 올해 신년사를 통해 미국, 중국, 일본을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 리밸런싱(재구조화)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LG생활건강은 '더페이스샵', '빌리프', 'CNP' 등 브랜드를 중심으로 미국 내 아마존, 코스트코 등 유통채널 확장과 함께 젊은 고객층을 겨냥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회사 측은 "미국 관세가 매출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품목별 세율 조정 여지를 남겨둔 만큼 시장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며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상호관세 부과 조치가 단기적인 충격을 넘어 K-뷰티 업계의 장기 전략에 중대한 전환점을 만들 것으로 보고 있다. 수출에 의존한 기존 모델에서 벗어나, 현지 생산 기반 확보, 브랜드 로컬라이징, 유통 채널 다변화 등 구조적 전략 재편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기존과 같은 생산·수출 지역 이원화 구조는 더 이상 통하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이번 미국의 관세 강화는 한국 화장품 기업들이 그간 상대적으로 누려왔던 무역 환경의 유효기간이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관세가 현실화된 이상, 가격 중심의 경쟁 전략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브랜드력과 채널 전략, 특히 오프라인 매장 운영 성과에 따라 기업별 명암이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양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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