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 부문 적자 따른 재무 안정화 조치유동성 강화 통한 재무 위험 분산 목적장기적 투자 계획 대신 단기 자금 관리
7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호텔신라는 지난 4월 28일 총 4000억원 규모의 무보증 일반사채를 발행했다. 이번 회사채는 '제76회차'로 통합 분류되지만, 만기 구조에 따라 총 세 개로 나눠 발행됐다. ▲76-1회차는 2년 만기 1000억원 규모로 연 2.995% ▲76-2회차는 3년 만기 2600억원으로 3.072% ▲76-3회차는 5년 만기 400억원에 3.315%의 이자율이 각각 적용된다.
통상 기업은 회사채를 발행할 때 동일한 시기에 여러 만기 구조로 나눠 유동성을 분산시키는데, 호텔신라 역시 이같은 방식으로 3종의 무보증 공모채를 동시에 발행해 리스크를 분산했다.
이 자금은 운영자금과 기존 차입금 상환에 쓰일 예정이다. 장기적 사업 확장보다는 단기 만기 대응과 유동성 관리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호텔신라가 이런 보수적 접근을 택한 배경에는 수익성 회복 지연이 있다. 2025년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9718억원으로 전기 대비 2.5% 증가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로는 오히려 0.9% 줄었다.
특히 TR 부문은 2024년 매출이 전년 대비 11.7% 증가한 3조3028억원에 달했지만, 약 757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공항 임대료 인상, 따이공(보따리상) 구매 감소, 달러 강세 등의 구조적 부담이 여전한 탓이다.
호텔&레저 부문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내고 있지만 전체 수익성 방어에는 역부족이다. 2024년 해당 부문 매출은 7179억원, 영업이익은 645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5.2%, 6.4% 증가했으나 그룹 전체 이익을 반전시키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재무 구조 역시 압박을 받고 있다. 2024년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3703억원으로, 실질 단기 차입금인 3303억원에 육박한
수준이다. 총 차입금은 1조6582억원에 이른다. 이에 따라 호텔신라는 당초 추진하던 장충동 한옥호텔 건립을 보류하는 등 대규모 투자 집행 시기를 조정하며 유보적인 전략을 택하고 있다.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한 해외 면세점 사업도 아직까지는 방어적 성격에 머물고 있다. 2024년 기준 홍콩 첵랍콕공항 면세점은 40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싱가포르 창이공항 면세점도 48억원의 적자를 냈다. 공항 이용객 증가에도 불구하고 고정비 부담이 지속되면서, 글로벌 확장 전략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관찰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채권 발행을 통해 단기 유동성은 어느 정도 확보했지만, 수익성 개선 없이는 반복적인 외부 차입 의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호텔신라 투자설명서에 참여한 NICE신용평가 관계자는 "중국 관광객 회복세가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어 면세 수익성 회복이 불확실하다"며 "공항 임대료 부담이 지속될 경우 재무안정성이 저하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경고했다.
호텔신라는 "이번 회사채 발행 자금은 면세상품 거래처의 구매대금 등 운영자금에 활용될 예정이다. 실제 자금 집행 전까지는 안정성이 높은 금융상품을 통해 운용할 계획"이라며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면서도 사업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뉴스웨이 양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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