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암연구학회에서 중간 데이터 발표안정성 입증된 임상 1a상 데이터고용량 임상 준비로 효능 기대
12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보로노이는 최근 미국암연구학회(AACR 2025)에서 VRN11 임상 1a상의 중간 데이터를 공개했다. VRN11은 보로노이의 주력 파이프라인으로, EGFR(표피 성장 인자 수용체)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국내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해당 임상은 기존 약물 치료에 대한 내성으로 발생하는 EGFR C797S 돌연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것으로, 이번에 공개된 데이터는 총 14명의 환자 데이터 기반이다. 임상 대상 환자는 평균적으로 4차까지 치료받은 상태로, 절반은 뇌전이까지 진행된 환자였다. 투약 용량은 10㎎과 20㎎, 40㎎, 80㎎ 각각 3명씩에 160㎎ 투약 환자 2명이다.
이들은 모두 1개 이상의 'EGFR TKI(티로신 키나아제 억제제)'를 투약한 경험이 있다. 이 중 79%에 해당하는 11명이 3세대 EGFR TKI인 '타그리소'(오시머티닙)와 '라즈클루즈'(레이저티닙, 국내명 렉라자)를 투약했다.
EGFR TKI 내성으로 나타나는 C797S 변이 환자의 2차 치료를 주요 개발 적응증 중 하나로 삼고 있는 VRN11은 이번 임상에서 뇌전이 환자에게 저용량인 40mg을 투약해 부작용 없이 폐 병변에서 50% 이상의 부분관해를, 뇌 병변에서 완전관해 반응을 확인했다. 구체적으로는 22.2mm의 폐에 있던 종양이 2개월 투약 후 50% 이상 크기가 감소했고, 뇌에 있던 10.6mm의 종양은 4개월 후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 또 이보다 용량이 4배 증가한 160mg에서도 심각한 약물 부작용은 관찰되지 않았다.
주요 적응증에 대한 효능과 안정성이 임상에서 입증된 셈이지만, 시장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데이터 공개 당일 주가는 9만6800원으로 12.48% 하락했고, 이후 꾸준히 하락해 12일 기준 9만1900원까지 내려왔다.
시장에서는 기대에 비해 객관적반응률(ORR)이 낮은 점 등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보로노이는 구체적인 ORR 수치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총 14명의 임상 환자 중 PR(부분관해, 항암요법 후 종양 크기가 30% 이상 줄어든 경우)을 보인 환자는 2명에 그쳤다. 이외에 절반에 해당하는 7명은 SD(안정 병변, 크기 변화가 30% 감소에도 미치지 않고 20% 증가에도 해당하지 않는 경우)를 보였다. 뇌전이 환자 7명 중 6명이 종양 크기가 커지지 않아 질병관리율(DCR)은 85.7%를 기록했다.
결론적으로 객관적반응률(ORR, 전체 환자 중 종양 크기 감소와 같은 객관적 반응을 보인 환자 비율)은 14.3%(14명 중 2명)로, 경쟁약으로 여겨지는 '이보네시맙'과 'Dato-DXd'의 50%, 42.7%에 한참 못 미친다는 지적이다.
다만 이러한 지적이 VRN11의 타겟과 임상 단계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반박도 나온다.
VRN11은 EGFR TKI 내성이 나타난 환자를 타깃하는 약물로, 이미 다른 약물을 사용하고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치료 전력이 많은'(heavily treated) 환자를 대상으로 개발되고 있는 것이라 모든 NSCLC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1차 치료제로 개발 중인 이보네시맙과 직접적인 비교 대상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또 이번 임상은 1a상 단계인데, 일반적으로 임상 1상은 신약 후보물질의 '안정성' 입증을 목표로 삼고 있다. 약물의 안전성과 용량 결정을 평가하는 단계로, 약물의 용량제한독성, 부작용, 약동학적 특성 등을 주요 평가 지표로 삼는다. 이번에 발표된 임상 데이터는 저용량 투약 데이터인데, 항암제는 부작용이 없다면 고용량 투여가 이뤄지는 특성이 있다. 이번 발표에서 안정성은 입증된 만큼, 향후 진행될 고용량 임상 데이터가 더 중요하다는 전망이다.
한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치료를 많이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저용량 투약 데이터를 공개한 것"이라면서 "현재로서는 나쁜 데이터라고 보지 않고, 하반기 추가로 발표될 데이터가 더 중요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여노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발표된 임상 1상 용량증진 시험은 안전성을 확인하는 임상으로, 유효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낮은 용량부터 투약하면서 높은 용량으로 변경했다"면서 "임상 1상에서 객관적 반응은 확인이 어려워 보충 코호트 또는 1b상에서 뇌전이에 대한 관해율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실제로 보로노이는 지난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VRN11의 최대 용량을 기존 160㎎에서 320㎎ 이상까지 증량할 수 있도록 하는 임상 1a상 설계 변경을 승인받았다. 현재 240㎎ 투약을 마치고 320㎎ 진입을 앞둔 상태로 파악된다.
보로노이 관계자는 "용량이 증가할수록 항종양 효과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라면서 "현재 진행 중인 임상 시험에서 확보된 EGFR 돌연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 추가 데이터를 올해 7월 국제 학회에서 추가로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폐암·고형암 전문의로 구성된 회사 과학자문위원(SAB)과 임상 컨설턴트는 VRN11의 효능과 안전성에 대해 극찬했고, 현재 드러난 데이터를 근거로 판단할 때 높은 단독 항종양 효과와 안전마진으로 인해 향후 EGFR C797S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가속승인을 목표로 공격적인 임상을 진행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면서 "이에 따라 2026년 가속승인 승인을 위한 임상 2상을 진행할 것이며, 이를 통해 미국과 유럽을 포함해 빠르게 가속승인 받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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