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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미래 세대 감소, 교육업계의 라이프케어 혁신

오피니언 기자수첩

미래 세대 감소, 교육업계의 라이프케어 혁신

등록 2025.07.04 08:16

양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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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조'라는 단어는 오랫동안 장례와 직결되는 실버산업 이미지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국내 상조 시장의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웅진, 교원, 대교 등 주요 교육기업들이 잇달아 상조업에 진출하며 업계 판도를 흔들고 있는 것이다. 한때 학습지, 교육, 가전, 도서 등 미래 세대를 겨냥해온 이들 기업이 이제는 장례와 노년층 라이프케어로 사업의 축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 변화의 배경에는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거대한 인구 구조의 변화가 자리한다. 국내 출생아 수는 20만명대 초반까지 떨어졌고, 합계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반면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층에 진입하며 시니어 인구와 장례, 복지, 실버케어 시장은 매년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만들어내고 있다. 기존 교육사업만으로는 더 이상 성장이 어려워진 교육기업들이 상조업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실제 시장의 변화는 수치로 확인된다. 상조업계 전체 선수금은 10조원을 넘었고, 가입자 수도 1000만명에 육박한다. 특히 최근 상위권 업체 가운데 웅진그룹이 인수한 프리드라이프, 교원의 교원라이프, 대교의 대교뉴이프 등 교육계열의 상조회사가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과거 학습지·교육 사업에서 쌓은 영업망과 브랜드 신뢰도를 바탕으로 시니어 케어·장례·요양 등 라이프케어 분야로 빠르게 세를 넓히고 있다. 교육, 여가, 헬스케어, 장례 등 생애주기 전반을 아우르는 '토털 라이프케어' 구상도 현실화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선 자연스러운 진화다. 줄어드는 출생아, 성장 한계에 부딪힌 교육시장, 그리고 고령 인구 증가라는 흐름을 정면 돌파하기 위한 선택이 상조업 진출이다. 다양한 계열사와 연계한 결합상품, 영업망 전환, 기존 고객 데이터 활용 등 그룹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신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상조업계의 판도 역시 크게 흔들리고 있다. 전통의 강자인 보람상조, 대명스테이션과 교육기업 계열사들의 점유율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그러나 외형의 성장만으로 긍정적 평가를 내리기에는 아직 이르다. 상조업은 소비자 선수금 보전, 피해 방지, 정보공개 등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강력한 규제와 감독을 받는다. 실질적 서비스 품질, 책임 경영, 투명한 선수금 관리 없이는 한순간에 신뢰를 잃을 수 있는 산업이다. 최근 일부 상조회사의 부도, 미보전 등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 사례는 시장에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

공정위 역시 통합정보 플랫폼 구축 등 정보 비대칭 해소와 소비자 보호 강화에 나서고 있다. 교육기업의 상조업 진출 역시 '성장성'에만 집착한다면 그룹 전체 신뢰도를 위협하는 새로운 리스크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교육에서 장례, 돌봄까지 기업의 외연을 넓히는 도전은 오늘날 저출산, 고령화라는 우리 사회의 현실이 만든 필연이다. 하지만 진정한 혁신과 생존을 위해 필요한 것은 숫자만이 아니다. 고객의 삶 전체를 책임지겠다는 무게감, 투명한 시스템과 철저한 소비자 보호, 그리고 업계 신뢰를 지키려는 내실이야말로 이 변화의 성공을 결정짓는 마지막 퍼즐이다.

저출산이 바꾼 교육업계의 진로 변경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 됐다. 그러나 상조업에서 한순간 신뢰를 잃으면 그동안 쌓아온 브랜드 가치마저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사업의 확장이 '고객 인생의 마지막까지 책임지는' 진짜 라이프케어로 이어지려면, 성장이라는 단순한 수치보다 고객 신뢰와 내실, 그리고 책임 경영이 우선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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