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그룹, 창립 28년 만에 고객자산 1000조원 돌파'2기' 돌입한 전문경영인 체제, 실적 상승 이끌며 그룹 안정화경영 일선 물러선 박현주, 책무구조도 이름 올리며 책임경영
떼어낼 수 없는 '최초' 수식어···'승부사'의 안목
미래에셋그룹과 '최초'는 떼어놓을 수 없는 단어다. 국내 최초 '뮤츄얼펀드'를 시작으로 랩어카운트 상품도 금융 시장에 처음 내놨다. 2004년 국내 최초 사모투자펀드(PEF)를 출시했으며 2010년엔 국내 최초 SICAV 펀드도 선보였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최초'는 지속됐다. 2011년 미래에셋자산운용 홍콩법인은 국내 최초로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지수펀드(ETF) 직상장에 성공했고 2012년엔 중국 합작운용사인 미래에셋화신자산운용을 출범, 2013년 미국 시장에도 ETF를 상장했다.
2018년엔 증권사 최초로 인도시장에 진출, 같은 해 자산운용은 국내 최초로 중국 사모펀드 자격을 획득했다. 2019년엔 국내 증권사론 처음으로 미국 나스닥 상장 주관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2023년엔 '영국 GHCO'와 '쉐어칸' 등을 인수하며 영역을 넓혔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국내 증권사가 인도 현지 증권사를 인수한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11월에는 인도 현지에서 미래에셋쉐어칸 인수를 완료하며 글로벌 비즈니스 경쟁력을 더욱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국내가 아닌 해외로 눈을 돌린 미래에셋그룹의 노력은 성과로 이어졌다. 2023년 연결기준 3332억원이었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9255억원으로 급증, 올해는 1조 돌파 가능성이 제기된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당기순이익 6641억원을 기록했다.
해외법인의 실적을 확인할 수 있는 세전이익의 경우 상반기 누적 약 1조4300억원을 달성했다. 이 중 33%인 4776억원은 해외 비즈니스에서 나왔다.
미래에셋증권 해외법인의 경우 상반기 2238억 원의 세전이익을 달성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 미국법인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창업주 중심에서 벗어난 전문경영인 체제, 실적으로 이어진 고뇌의 결과
국내 기업 중 창업주가 경영 일선에 물러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국내 10대 그룹 상속 사례만 보더라도 창업주가 장자에게 그룹의 경영권을 물려주는 것이 관례처럼 이어졌다. 하지만 박현주 회장은 달랐다. '창업주 중심' 경영이 아닌 '전문 경영인 체제'를 도입했다. 치열한 경쟁이 기업의 성장을 이끌 수 있다는 가치관에 따른 것이다. 자녀들의 경영 참여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미래에셋그룹의 최초 전문경영인은 창립멤버였던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고문이다. 최 고문은 1997년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 1999년 미래에셋벤처캐피탈 대표이사, 미래에셋증권 부회장, 2007년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 부회장, 2012년 미래에셋생명, 2015년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 수석부회장을 역임했으며 2021년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 회장으로 승진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 전문경영인 회장은 최 고문이 최초였다. 당시 최 고문은 고객예탁자산 400조원, 2년 연속 영업이익 1조원, 자기자본 10조원 달성 성과 등을 인정받았다.
최 고문이 물러난 이후 미래에셋그룹의 전문경영인 체제는 더욱 공고해졌다. 2023년 당시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 회장, 이만열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 사장 등 미래에셋그룹 창립 멤버들이 퇴임하면서 '2기 전문경영인 체제'가 구축됐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김미섭, 허선호, 이정호 사장이 모두 부회장으로 선임됐으며 김미섭, 허선호 부회장이 각자 대표이사를 맡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는 이준용 사장과 스와룹 모한티 인도법인 사장이 부회장으로, 미래에셋생명에서는 김재식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미래에셋그룹이 '100년 기업'이 될 수 있도록 결단을 내린 것이다.
당시 박 회장은 "창업 뒤 지금까지 가장 큰 고민이 세대교체"라고 언급하며 "인간적 번민과 아쉬움을 뒤로 하고 앞으로 10년 이상을 준비하는 전문 경영인 체제를 출발시키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의 고뇌의 결과는 그룹 성장으로 이어졌다.
미래에셋증권이 올해 실적 개선을 이룬 데 이어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상반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 3517억원, 영업이익 272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0%, 17% 상승한 수치다. 미래에셋생명은 상반기 연결기준 당기순이익 755억원, 영업이익 1044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1.7%, 59.7% 늘어난 기록이다. 이에 업계에선 '2기 전문경영인 체제'가 안착했다는 평가다.
'선구안' 박현주의 책임경영···글로벌 시장 도약 계기로
2018년 박현주 회장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면서 미래에셋증권 회장직을 내려놨다. 다만 미래에셋대우(현 미래에셋증권) 홍콩법인 비상근회장과 글로벌 경영전략 고문(GISO)에 올라 해외 사업에 주력했다. 그 결과는 글로벌 현지 법인 인수로 이어졌고, 운용사 '글로벌X'의 시장 영향력도 높아졌다.
창업주인 박 회장의 투자감각은 남달랐다. 박 회장은 1999년 12월 '다음'에 24억원을 투자해 1000억원의 차익을 얻은 바 있다. 2017년엔 네이버와 지분 맞교환 방식으로 협업을 진행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2022년엔 국내 금융사 가운데 유일하게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에 5000억원을 투자했다. 이외에 중국 차량공유서비스와 인도네시아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등에 투자했다.
이 같은 박 회장의 투자감각은 글로벌 금융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미래에셋그룹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박 회장은 최근 미래에셋증권 책무구조도에 이름을 올렸다. 박 회장은 글로벌 사업 관련 중장기 방향성 수립 및 사업기회 발굴, 글로벌 전략본부 조직 관리 관련 책무를 맡게 됐다. 책무구조도란 금융회사에서 내부통제 책임을 하부에 위임할 수 없도록 주요 업무의 최종 책임자를 사전에 특정해두는 제도다.
미래에셋그룹 관계자는 "미래에셋은 Client First 정신을 바탕으로 업계 최대 규모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고객에게 차별화된 투자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장기적인 성장을 목표로 끊임없이 노력하는 글로벌 투자전문그룹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임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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