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압박에···셀트리온, 릴리 美 공장 인수

공장 인수·증설에 총 1.4조원 투자 단행 예정

자사 제품 생산 2027년 시작···품목 연내 확정

릴리 CMO 병행해 수익 창출···실적 내년 반영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셀트리온이 글로벌 빅파마 일라이 릴리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장을 인수한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리스크를 벗어남과 동시에 위탁생산(CMO) 사업으로 추가 이익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자사의 미국 법인인 셀트리온 USA가 임클론 시스템 홀딩스로부터 미국 원료의약품 시설을 보유한 임클론 시스템을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임클론 시스템 홀딩스는 릴리의 자회사로, 모회사 릴리가 보증인 자격으로 계약에 공동 서명했다.

셀트리온은 공장 인수 대금을 포함한 초기 운영비 등 비용으로 총 7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할 예정이다. 이후 인수 공장 내 유휴 부지에 생산 시설 증설을 추진할 예정으로, 최소 7000억원 이상의 추가 투자가 진행될 방침이다.

인수 예정 공장은 약 4만5000평 부지에 생산시설, 물류창고, 기술지원동, 운영동 등 총 4개 건물을 갖고 있으며, 캐파 증설을 위한 1만1000평 규모의 유휴 부지도 추가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증설이 마무리될 경우 인천 송도 2공장의 1.5배 수준의 생산 캐파 확보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공장 인수는 올해 연말까지 마무리하는 게 목표다. 내년 1월부터 셀트리온이 독자적으로 운영을 시작한다. 자사 제품생산은 2027년으로 예상되며, 생산 품목은 연내 확정될 예정이다. 미국 공장에선 미국 내 공급용 제품만 생산하고 다른 국가용 제품은 기존과 같이 한국에서 생산된다. 또 한국과 미국 공장은 원칙적으로 독립 경영 체제를 유지한다.

셀트리온은 이번 공장 인수를 통해 트럼프 정부가 강조했던 관세 부과 리스크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게 됐다. 그동안 ▲2년치 재고를 미국으로 이전 ▲현지 CMO 계약 등 단기 전략을 추진해왔지만 이번에 현지 공장을 확보하며 해결책을 마련한 것이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관세 정책은 트럼프 정부의 임기가 끝나더라도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에 수출하는 기업은 관세를 중요하게 봐야 하기 때문에 공장 인수를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 회장은 임클론 시스템 공장 인수는 '효율성'을 우선으로 여긴 결과라고 설명했다. 해당 공장은 바이오 원료의약품(DS) cGMP 생산시설로 인수 즉시 운영 가능해 신규 공장 건설 대비 셀트리온의 제품 생산 시점을 앞당길 수 있고 투입 비용도 낮기 때문이다.

아울러 릴리의 제품을 생산하는 CMO 계약도 병행해 매출 확대와 투자금 조기 회수도 기대하고 있다. 이후 증설된 생산시설을 활용해 셀트리온이 자체적으로 CMO 사업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마진율도 미국 내 다른 CMO 수준으로 협의됐으며, 공장 인력도 전원 고용 승계를 확정했다.

서정진 회장은 "이번 공장 인수를 통해 미국이 의약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해도 자유로워진다"며 "절반은 릴리 제품을 생산하는 CMO로 내년부터 연결 재무제표에 반영돼 이익을 내는 구조가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