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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LG전자, 인도법인 상장 '막바지 스퍼트'···재무 체질 개선 가속(종합)

산업 전기·전자

LG전자, 인도법인 상장 '막바지 스퍼트'···재무 체질 개선 가속(종합)

등록 2025.09.30 12:51

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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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15% 구주매출···1조8000억원 조달 전망지난해 12월부터 준비···美관세 불확실성에 연기현금 안전성 확보, 글로벌 사우스 시장 공략 본격화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LG전자가 오랜 기간 다듬어온 인도법인 상장이 내달을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무역 불확실성으로 주춤했지만 더는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관세 리스크와 무관한 인도법인은 LG전자에 현금 조달 창구를 넘어 글로벌 사우스 시장 공략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가 이사회를 열고 인도법인 지분 15%(1억181만5859주) 매각을 의결했다고 30일 공시했다. 내달 중 인도법인 상장을 마무리하기 위한 조치다.

이번 LG전자 인도법인 상장은 LG전자가 지분 100%를 보유한 상태에서 신주 발행 없이 기존 지분만을 매각하는 구주매출 방식으로 이뤄진다. 상장 이후 LG전자의 인도법인 지분율은 85%로 낮아진다. 매각으로 약 1500억 루피(한화 약 1조8000억원)가 조달될 전망이다. 이는 올해 2분기 말 기준 LG전자 별도 현금성 자산(1조1000억원)을 크게 웃도는 규모다. 조달 자금은 인도 현지 법인이 아닌 한국 본사로 유입된다.

LG전자 측은 대규모 현금 조달이 가능해 큰 폭의 재무건전성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상장 방식도 신주발행 없이 기존 지분만 매각하는 구주매출이어서 속도가 빠르고 이자비용 등 금융 리스크도 없다.

당초 LG전자는 지난 상반기를 목표로 상장 추진에 속도를 내왔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이 지난해 8월 "(인도법인 IPO)는 고려할 수 있는 여러 옵션 중 하나"라며 운을 띄웠고 같은 해 12월 인도 증권거래위원회(SEBI)에 예비심사를 신청해 올해 3월 승인을 받는 등 절차를 빠르게 진행했다.

다만 글로벌 무역 갈등과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 등 시장 불확실성이 급격히 커진 탓에 속도를 늦출 수밖에 없었다. 지난 4월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인도법인의 IPO 추진 현황에 대해 "정치적 상황이 안정화할 때까지 여유를 두고 몇 개월 정도 지켜보려고 한다"며 "IPO는 자금 확보가 목표가 아니라 회사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 받는 게 중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상장을 준비 중이던 4월 당시 인도 현지는 증시가 요동치며 기관투자자 등의 시장 투자심리가 위축돼 있었다. 특히 미국 정부의 상호관세까지 겹치면서 인도 현지에서 상반기 동안 IPO 수는 전년 대비 약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하던 실정이다. 이에 LG전자는 무리하게 IPO를 추진해 오히려 적절한 기업가치를 평가받지 못할 수도 있었다는 판단을 세운 것이다.

다만 인도 자본시장 규정에 따르면 상장 승인을 받은 기업은 승인 시점으로부터 1년 안에 상장 절차를 완료해야 하면서 LG전자는 연내 무조건 상장을 목표로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각에서는 10월이 인도 현지 힌두교 최대 축제인 '디왈리' 전후로 인도 IPO시장이 대형 상장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어 기간을 선택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인도 센섹스, 니프티 지수가 반등하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IPO 재개 흐름이 이어지고 있고 이에 발맞춰 LG전자도 다시금 상장 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월풀, 오라클, 무디스, 스즈키자동차, 네슬레 등이 잇따라 자회사 상장을 진행 중이며 지난해 같은 시기 현대차도 구주매출 방식으로 인도법인을 상장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도 법인 상장이 단순한 자금 조달 차원을 넘어 그룹 전체의 중장기 리밸런싱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미국발 관세 부담 속에서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7% 급감했다. 이에 TV사업을 담당하는 MS사업부를 중심으로 만 50세 이상 직원과 저성과자 대상 희망퇴직을 실시했고 최근에는 이를 전 사업부로 확대하는 등 과감한 결단까지 나섰다.

반면 인도법인은 상호관세 부담에서 자유롭다. 인도법인은 LG전자가 글로벌 사우스 지역 공략을 주도적으로 하고 있어 현지 공장 물량이 미국으로 수출되지 않아 상호관세 부담도 아예 없다. 이 같은 특성을 기반으로 LG전자는 인도에서 생산능력 확대와 자본조달을 병행하며 시장 공략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2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직접 현지 공장을 방문해 "인도의 역할과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덕분에 인도법인 실적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1997년 설립 이후 현지 가전·전자제품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온 인도법인은 지난해 매출 3조791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2조272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조869억원)에 이어 2년 연속 2조원을 돌파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처음으로 2000억원을 넘어 반기 기준 사상 최대 매출과 순이익을 동시에 기록했다. 올해는 연간 매출 4조원, 순이익 4000억원 달성도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인도 내에서 LG전자의 브랜드 경쟁력은 이미 '국민 브랜드'에 가깝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세탁기 시장 점유율 33.5%, 냉장고 28.7%, 인버터 에어컨 19.4%로 모두 1위를 차지했으며 OLED TV 시장에서는 약 90%의 점유율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LG전자는 안드라프라데시주 스리시티에 세 번째 생산기지를 지난 5월 착공한 상태다. 내년 말 에어컨 초도 생산을 시작으로 2029년까지 세탁기·냉장고·에어컨 컴프레서 생산 라인을 순차적으로 가동할 예정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이사회를 통과하면서 IPO 방향이 확실히 정해졌다"며 "15%만 해도 자금 조달에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한편 처분일과 최종 공모가는 확정되지 않았으며 인도 증권거래위원회 최종 승인 이후 공모가 밴드와 처분 예정일자가 다시 공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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