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 반도체 구현하는 '하이브리드 본딩' 각광 오차범위 1μm 이하···성능 높이고, 수율도 개선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 그리고 LG전자는 각각의 청사진에 따라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에 착수했다.
그 중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 곳은 한화세미텍이다. 이 회사는 지난달 국제 반도체 박람회 '세미콘타이완 2025'에서 내년 초 2세대 하이브리드 본더를 내놓겠다고 예고했다. 2022년 1세대 장비를 납품했으며, 내년 1분기 거래처 평가를 받도록 2세대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전언이다.
LG전자도 생산기술원 주도로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기존에 보유한 반도체 기판 패키징·검사 장비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성능 제품을 제시함으로써 시장에서 입지를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LG전자 측은 말을 아끼고 있지만, 시장에선 이 회사가 늦어도 2028년엔 양산을 시작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TC(열압착) 본더'로 흥행에 성공한 반도체 장비 선두 기업 한미반도체도 최근 하이브리드 본더 전용 공장 설립을 목적으로 하는 285억원 규모 투자 계획을 공식화했다. 제품 상용화를 위한 연구개발도 병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주요 기업이 나란히 하이브리드 본더로 시선을 돌린 것은 시장의 니즈와 무관치 않다. 높은 정밀도와 생산 효율의 구현이 가능해 필수 설비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현재 HBM 제조에 주로 쓰이는 TC 본더는 범프(납과 같은 전도성 돌기)에 열·압력을 가해 칩과 칩을 붙인다. 반면, 하이브리드 본더는 별도의 범프 없이 칩을 붙이기 때문에 전기신호 손실을 최소화하고 반도체 성능도 향상시키는 구조적 이점을 지닌다. 전체 패키지 두께도 줄일 수 있다.
공정 안정성과 수율을 개선하는 데도 유리하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하는 구조를 띠는데, 정렬이 1μm(마이크로미터, 0.001mm)만 어긋나도 불량률이 치솟는다. 이 가운데 하이브리드 본더를 공정에 투입하면 오차를 1μm 이하로 낮출 수 있다.
마찬가지로 한화세미텍의 2세대 제품 역시 오차범위 0.1μm 단위의 수준으로 정밀 정렬이 가능한 것으로 전해진다. 머리카락 굵기(약 100μm) 1000분의 1 정도의 초정밀 본딩 기술 덕분이다.
업계에선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 시장의 개막이 임박하면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이들 3사의 기술 경쟁이 한층 가열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상욱 신영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2027년엔 HBM 영역에 하이브리드 본딩이 본격 적용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어 2조8000억원 규모의 교체 수요가 발생하면서 이 기술이 장비 시장을 재편하고 차세대 패키징 공급망의 판도를 바꿀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했다.
앞서 시장조사업체 베리파이드마켓리서치는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 시장이 2023년 52억6000만달러(약 7조2500억원)에서 2033년 2033년 140억2000만 달러(약 19조340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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