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30일 목요일

서울

인천

백령

춘천

강릉

청주 15℃

수원 16℃

안동 14℃

울릉도 16℃

독도 16℃

대전 16℃

전주 18℃

광주 18℃

목포 18℃

여수 18℃

대구 17℃

울산 19℃

창원 18℃

부산 19℃

제주 20℃

산업 "선수들은 딱 보면 알아요?"···한미반도체·한화세미텍 분쟁에 뒷말 무성

산업 전기·전자

"선수들은 딱 보면 알아요?"···한미반도체·한화세미텍 분쟁에 뒷말 무성

등록 2025.10.30 11:09

수정 2025.10.30 13:10

차재서

  기자

공유

한화, 한미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반격 시작했지만"소식통의 제보?"···제품 정보 입수 경위 '묵묵부답' 작년 '기술유출 설전' 때와 판박이···신경전 점입가경

"선수들은 딱 보면 알아요?"···한미반도체·한화세미텍 분쟁에 뒷말 무성 기사의 사진

반도체 장비 기업 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의 특허 분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한미반도체가 기술 도용 의혹을 제기하며 법원에 소장을 낸 지 1년 만에 한화세미텍 측이 역으로 비슷한 소송을 걸어 맞받아치면서다. 다만 앞선 사례와 같이 이번에도 서로 확인할 길이 없는 '기밀'을 사이에 두고 설전을 벌이는 모양새라 그 뒷얘기에 관심이 쏠린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화세미텍은 최근 한미반도체를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한미반도체 HBM3E(5세대 고대역폭메모리)용 TC(열압착) 본더의 일부 부품이 자신들의 특허 기술로 제작됐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TC 본더는 HBM 생산을 위한 필수 장비로, D램을 쌓아 올리는 과정에서 칩을 하나씩 열로 압착해 붙이는 역할을 한다.

다만 한화세미텍 측이 어떤 부분을 문제 삼았는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회사 측은 "지금으로서는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기 어렵다"면서도 "수년 전 선제적으로 확보한 핵심 기술이며, 이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소송을 냈다"고 일축했다.

업계에선 한화세미텍 측이 반격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술 유출 건과 맞물려 양사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어서다. 작년 12월 한미반도체는 한화세미텍이 자신들의 TC본더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한화세미텍은 올 5월 해당 특허에 대한 무효심판을 특허심판원에 청구하는 등 대응 방안을 고심해왔다.

여기서 궁금증을 더하는 대목은 이들 기업이 서로의 제품 구조를 어떻게 확인했느냐이다. 내부에 소식통을 두고 있는 게 아니라면 기기 안까지 속속들이 들여다보긴 쉽지 않아서다.

반도체 장비업계는 보안에 무척 신경을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글로벌 기업이 찾는 주요 전시회에서조차 장비를 통째로 공개하지 않을 정도다. 9월 대만 타이페이에서 열린 '세미콘 타이완 2025' 때도 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은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겨냥한 차세대 제품으로 경쟁을 예고하면서도 실물 없이 사진과 설명자료를 중심으로 전시 부스를 꾸렸다. 이는 노하우 유출 가능성 때문이라는 전언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자들은 장비의 외형만 보면 기본적인 구조나 내부 설계, 성능까지도 가늠할 수 있다"면서 "경쟁사에 핵심 기술을 빼앗길 수 있으니 거래 기업(발주처) 외에는 가급적 실물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불과 1년 전엔 상황이 정반대였다는 점이다. 당시에도 한미반도체가 비슷한 이유로 소송을 내자 한화 측은 의구심을 표시했다. 거론된 모델을 국내외 전시회에 출품한 적이 없고 홈페이지에 공개하지도 않았는데, 상대방이 자신들의 제품을 훤히 파악한 것으로 비쳐서다.

물론 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 측 모두 정보를 입수한 경위에 대해서는 속 시원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일단 공이 법원으로 넘어간 만큼 재판 과정에서 양사 모두 그 의혹을 소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선 'HBM4 시대'를 앞두고 두 기업이 신경전을 벌이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우리가 원천기술을 갖고 있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각인시키고, 경쟁사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워 수주전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것이란 분석이다. 현재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이 양산 시스템을 공고히 하고자 설비 투자를 검토 중인데, 반도체 장비 주문도 이어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한미반도체 측은 한화세미텍의 행보에 대해 "이번 소송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적반하장 소송"이라며 "회사는 업계 최초로 관련 장비를 상용화한 이래 독자적인 원천기술과 최장 업력을 보유하고 있고, 법적 절차를 통해 정당한 권리를 보호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