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산 "추진 사항 없다"·한화 "검토 중단"시너지보다 규제·공급망 부담이 높아수직계열화 앞에 붙은 '심사 리스크'
풍산의 탄약사업부 매각 논의가 중단됐다. 지난 9일 풍산은 "탄약 사업 매각과 관련해 현재 추진 중인 사항은 없다"고 공시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풍산 방산부문에 대한 인수 검토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한화가 비공개 입찰에 참여해 최종 제안서를 냈다는 관측까지 돌았지만, 결론은 '딜 중단'으로 정리됐다
처음 이 거래에 관심이 높았던 이유는 '포-탄약 수직계열화'라는 단어가 주는 직관 때문이었다. 한화는 K9 자주포·천무 같은 플랫폼 중심의 사업 구조를 갖고 있고, 풍산은 소구경탄부터 155㎜ 포탄까지 국내 탄약 공급에서 핵심 축으로 평가됐다. 두 회사가 결합하면 생산-수출-군수지원까지 한 번에 묶는 '완결형 화력 체계'가 가능했다. 전쟁 이후 탄약 수요가 급증한 상황에서 이런 조합은 더 그럴듯해 보였다.
하지만 기대가 곧바로 인수로 이어지진 않았다. 플랫폼 회사가 탄약 회사를 직접 소유해야만 공급이 안정되고 이익이 커지는 건 아니라는 계산이 먼저 나왔다. 플랫폼 수출이 늘면 탄약 수요는 따라오지만 그 물량은 회사를 통째로 사지 않아도 장기 공급계약을 맺거나 조달선을 여러 곳으로 나누는 방식으로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규제와 승인 절차도 부담을 키웠다. 풍산은 국내 탄약 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사업자라서 한화가 인수하면 플랫폼과 탄약이 결합되면서 경쟁 제한 우려가 커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 문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방산 특성상 정부 승인·협의 절차가 뒤따르고, 단일 공급망을 경계하는 조달 당국의 시각도 변수로 작용한다. 방산에서 '효율'은 장점이지만 '독점처럼 보이는 효율'은 바로 리스크가 된다.
여기에 매각가가 1조5000억원 이상으로 거론되면서, 인수대금뿐 아니라 조직 통합에 드는 비용과 이후 고정비까지 감안하면 투자 대비 효과가 충분한지 더 엄격히 따질 수밖에 없었다.
풍산 쪽도 수익성이 높은 탄약사업을 떼어내는 일을 주주와 정책 측면에서 설득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원매자 풀이 두텁지 않았다는 관측까지 겹치면서 매각을 계속 끌고 가기보다는 '추진 사항 없음'으로 정리하는 쪽이 현실적 선택이 됐다.
다만 이번 사례가 남긴 건 '인수 무산'보다 조달 구조의 메시지다. 포(플랫폼)와 탄약을 한 회사로 묶는 순간 공급망은 단순해지지만, 그 단순함 자체가 방산에선 불편한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점이 다시 확인됐다.
국내 탄약은 여러 방산업체가 함께 쓰는 '공용 인프라'라서, 특정 그룹으로 쏠리면 공급·가격 논란이 커질 수 있고 이번 중단은 그 부담이 생각보다 컸다는 신호다. 즉 방산에서는 '수직계열화는 무조건 정답'이 아니라 '수직계열화는 심사·조달 리스크'도 붙는다는 것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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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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