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아비나스 공동개발 '베파누', 美 FDA 허가 받아단백질 자체를 없애는 TPD, 허가로 상업화 가능성 입증자체 플랫폼 확보부터 협업까지 TPD 포트폴리오 강화
차세대 기술로만 거론되던 TPD(표적단백질분해) 치료제가 실제 허가 사례를 만들며 상업화 가능성을 입증했다. SK바이오팜과 유한양행 등 국내 기업들도 관련 조직과 신규 플랫폼을 전면에 내세우며 TPD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모습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화이자와 아비나스가 공동 개발한 프로탁(PROTAC) 기반 TPD 치료제 '베파누(성분명 벱데제스트란트)'가 최근 유방암 적응증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았다.
TPD는 질병을 유발하는 단백질에 결합하는 리간드와 E3 리가아제를 연결해 해당 단백질을 세포 내에서 분해하는 기술이다. 기능을 억제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단백질 자체를 제거한다는 점에서 내성 극복과 기존 약물이 접근하기 어려웠던 '언드러거블(Undruggable) 타깃' 공략 가능성 등으로 주목받았다.
다만 큰 분자량과 낮은 경구 흡수율, 세포 투과성 문제 등으로 상업화 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이어졌다. 이번 베파누의 FDA 허가를 계기로 시장 분위기에도 변화가 감지되는 모습이다.
베파누의 3상 결과에 따르면 에스트로겐 수용체 1(ESR1) 변이를 가진 ER 양성·HER2 음성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 환자군에서 베파누는 기존 치료제 대비 질병 악화 및 사망 위험을 43% 낮췄다. 무진행생존기간(mPFS) 중앙값 역시 기존 치료제는 2.1개월, 베파누는 5개월로 나타나 효능을 입증했다.
국내 기업들도 TPD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TPD 후보물질 'SKT-18416'과 독자 플랫폼 'MOPED'를 공개하며 차세대 모달리티 전략을 강조했다.
SKT-18416은 암세포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p300 단백질을 선택적으로 분해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 p300은 항암 타깃으로 주목받아 왔지만 구조적으로 유사한 CBP 단백질과 함께 억제될 경우 혈액독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개발 난이도가 높은 영역으로 꼽힌다.
실제 기존 저해제들은 p300과 CBP를 동시에 억제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면서 혈소판 감소증 등 한계를 보였다. SK바이오팜은 혈액독성 원인이 CBP에 있다고 보고 p300만 분해하는 전략을 세웠다.
독자 플랫폼 MOPED도 확보했다. MOPED는 분자접착제 기반 플랫폼으로 단백질 간 상호작용을 유도해 특정 단백질을 선택적으로 분해하는 물질을 발굴하는 기술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MOPED를 통해 발굴된 분자접착제는 기존 이중기능 기반 TPD 기술 대비 우수한 약물성과 뇌혈관장벽(BBB) 투과성을 확보했으며, 분자 크기를 줄여 체내 적용 가능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또 30종 이상의 E3 리가아제를 확보해 최적 조합을 선별하고 있으며, 고감도 스크리닝 기술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삼중복합체 형성과 타깃 단백질 분해 활성 가능성도 예측하고 있다.
유한양행도 TPD를 차세대 모달리티로 낙점했다. 올해 초 뉴모달리티 부문을 신설했으며, 키메라 테라퓨틱스 이사 출신의 TPD 전문가 조학렬 전무를 부문장으로 영입했다.
유한양행은 합성 TPD와 mRNA TPD, 세포외 단백질 분해(eTPD), TPC(Targeted Protein Capture) 등을 중심으로 플랫폼 확장에 나섰다.
회사는 프레이저테라퓨틱스와 유빅스테라퓨틱스 협업을 통해 합성 TPD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으며, mRNA를 활용해 세포 내에서 발현된 TPD 단백질 구조체가 체내 단백질 분해 시스템을 통해 표적 단백질 분해를 유도하는 방식도 개발 중이다. 기존 합성신약으로 접근이 어려웠던 타깃 공략을 시도하는 모습이다.
플랫폼을 새로 구축해 TPC로까지 확장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TPC는 단백질을 분해하는 대신 특정 단백질을 포획해 기능을 억제하는 접근 방식으로, TPD로 분해가 어려운 영역까지 확장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외 한미약품과 동아에스티 등도 TPD 개발에 착수했다. 한미약품은 TPD 기반 경구용 신약 후보물질인 EP300 선택적 분해제를 개발 중이며, 동아에스티는 HK이노엔과 함께 EGFR TPD 후보물질 'SC3613'과 'SC3499'를 개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TPD가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아 왔지만 실제 상업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문도 적지 않았다"며 "베파누 승인으로 해당 기술이 실제 치료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어느 정도 입증된 만큼, 국내 기업들의 개발 경쟁도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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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현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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