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한항공은 실패했던 KAI 인수, 한화의 '경영 참여'는 뭐가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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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은 실패했던 KAI 인수, 한화의 '경영 참여'는 뭐가 다른가

등록 2026.06.01 05:55

김제영

  기자

한화, KAI '경영 참여'···지분 7%대 확보대한항공 인수 무산 계기로 민영화 논의정권 교체·노조 반발·독점 우려 속 과제

국내 유일 항공기 체계종합업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둘러싼 민영화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최근 KAI 지분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면서다. 업계에서는 단순 투자보다 향후 경영 참여와 영향력 확대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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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ck Point!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민영화 논의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지분 확대를 계기로 다시 부상

한화의 경영 참여 가능성에 업계와 시장의 관심 집중

KAI는 국내 유일 완제기 체계종합업체로 국가 전략산업의 핵심

배경은

KAI는 1999년 정부 주도로 삼성항공, 대우중공업, 현대우주항공 등 항공기 사업을 통합해 설립

최대주주는 한국수출입은행(26.41%)으로 사실상 준공기업 체제 유지

민영화 논의는 정권 교체 때마다 반복됐으나 방산 보안, 노조 반발, 공공성 문제 등으로 매번 무산

한화의 전략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말부터 KAI 지분을 6.17%까지 확대하고 경영 참여로 보유 목적 변경

한화는 지상·해양·항공전자 역량 보유, 완제기 플랫폼은 KAI에 집중

KAI 인수를 통해 지상·해양·항공·우주를 아우르는 통합 방산 포트폴리오 구축 가능성 부각

숫자 읽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AI 지분율 6.17%

KAI 최대주주 한국수출입은행 지분 26.41%

KAI는 KF-21, FA-50, 수리온 등 국산 항공기 개발·생산

향후 전망

KAI 경영권 확보에는 정부와 노조의 견제가 최대 변수

독과점 우려와 대형 통합 방산기업 필요성 사이에서 논의 지속

과거 대한항공 사례와 달리 한화를 중심으로 민영화 논의가 현실화될 가능성 커짐

KAI 민영화 논의는 그동안 수차례 반복됐으나 번번이 좌초됐다. 과거 대한항공의 인수 추진이 무산된 이후 국가 전략산업이라는 특수성과 정치권·노조·정부 간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논의만 반복될 뿐 실제 추진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인식까지 굳어졌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방산 산업이 '육·해·공·우주 통합' 체제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KAI의 전략적 가치 역시 다시 부각되고 있다. 특히 KAI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주도하는 방산·우주항공 확장 전략의 핵심 축으로 떠오르면서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대한항공이 못 넘은 벽···KAI 민영화 논란 반복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KAI는 국내 방산 산업에서 상징성이 큰 기업이다. 1999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 정부 주도의 항공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탄생했다. 당시 정부는 삼성항공, 대우중공업, 현대우주항공 등으로 흩어져 있던 항공기 사업 역량을 통합했고, 그 결과물이 현재의 KAI다.

다만 태생부터 정부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다는 점은 이후 민영화 논란의 출발점이 됐다. 현재 KAI 최대주주는 지분 26.41%를 보유한 한국수출입은행이다. 국민연금과 해외 기관투자자들도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지만, 사실상 준공기업 체제를 유지해 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때문에 KAI 민영화 문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적으로 거론됐다. 하지만 국가 전략산업이라는 특수성과 방산 보안 문제, 노조 반발 등이 맞물리며 매번 무산됐다. 업계에서는 특히 2000년대 초 대한항공의 KAI 인수 추진이 결정적 전환점이었다고 보고 있다.

당시 대한항공은 항공 정비·보수·운영(MRO)과 무인기 사업 등을 확대하며 항공우주 산업 진출 의지를 적극 드러냈다. 민항과 군수 사업을 연결한 수직계열화를 통해 글로벌 항공우주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특정 대기업에 국가 전략산업이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와 방산 독점 논란, 공공성 문제 등이 동시에 불거졌다. 정치권과 노조의 반발까지 겹치며 실제 거래로 이어지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KAI는 단순 제조기업이 아니라 전투기와 헬기, 위성 사업까지 수행하는 국가 항공우주 역량의 핵심 플랫폼"이라며 "대한항공 사례 이후 KAI 민영화 자체가 매우 민감한 이슈가 됐다"고 말했다.

실제 KAI는 KF-21 한국형 전투기, FA-50 경공격기, 수리온 헬기 등을 개발·생산하는 국내 유일의 완제기 체계종합업체다. 방산 수출과 국가 안보에 직결되는 기업인 만큼, 정부 통제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한화의 등장···다시 불붙은 KAI 재편론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인공지능(AI) 기반 공중전투체계시스템. 사진=KAI 제공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인공지능(AI) 기반 공중전투체계시스템. 사진=KAI 제공

이러한 상황에서 한화의 움직임은 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을 주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말부터 KAI 지분을 꾸준히 매입해 최근 지분율을 7.22%까지 끌어올렸다. 지분 보유 목적도 기존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변경했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장기적인 영향력 확대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한화는 지상 방산 부문에서 K9 자주포와 천무 다연장로켓 등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한화오션을 통해 해양 방산 역량도 확보했으며, 한화시스템은 레이다·위성·항공전자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반면 완제기 플랫폼 역량은 KAI에 집중돼 있다. 한화가 항공기 엔진과 항전장비 분야에서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전투기와 헬기를 직접 설계·생산하는 능력은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KAI가 김동관 부회장이 강조해온 '한국판 록히드마틴' 전략의 마지막 퍼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가 KAI까지 확보할 경우 지상·해양·항공·우주를 아우르는 통합 방산 포트폴리오 구축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는 단순 무기 판매보다 패키지형 수출 경쟁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전차와 자주포뿐만 아니라 전투기·위성·레이다·미사일·유지보수(MRO)·현지 생산 체계까지 한 번에 제공하는 방식이 확대되는 추세다.

한화가 KAI와 시너지를 낼 경우 K9·천무 같은 지상무기와 KF-21·FA-50 등 항공 자산을 연계한 통합 수출 전략도 가능해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여기에 한화시스템의 AESA 레이다와 위성 기술까지 결합되면 글로벌 방산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KAI 경영권 확보까지는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가장 큰 변수는 정부다. 최대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이 지분을 매각하지 않는 이상 민간 기업이 경영권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KAI 노조 역시 한화의 지분 확대를 강하게 견제하고 있다. 노조는 경쟁 관계에 있는 기업이 경영에 참여할 경우 핵심 기술과 원가 구조 등이 외부에 노출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독과점 우려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화가 KAI까지 확보할 경우 국내 방산 산업 상당 부분이 특정 그룹에 집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동시에 정부가 K-방산 수출 확대를 국가 전략 과제로 추진 중인 만큼 대형 통합 방산기업 필요성을 부인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결국 KAI 민영화 논의는 단순 인수합병(M&A)을 넘어 국가 방산 전략과 산업 재편 방향까지 맞물린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과거 대한항공 중심으로 전개됐던 KAI 민영화 논의가 이제는 한화를 중심으로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KAI를 둘러싼 움직임은 단순 투자 이상의 의미가 있다"며 "대한항공 시절 좌초됐던 민영화 논의가 한화를 계기로 다시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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