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바이오 한미약품, 5년 만의 대형 기술수출···상처 털고 반등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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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5년 만의 대형 기술수출···상처 털고 반등 신호탄

등록 2026.06.01 12:38

수정 2026.06.01 12:40

이병현

  기자

소네페글루타이드로 5년 만의 대형 계약 체결경영권 분쟁 속 연구개발 역량 인정받아단장증후군 치료제 글로벌 임상 2상 진행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한미약품이 약 5년 만에 대형 기술수출 계약을 성사시켰다. 경영권 분쟁과 지배구조 불확실성으로 어수선했던 분위기 속에서도 회사의 핵심 경쟁력인 연구개발(R&D) 역량은 살아 있음을 보여준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미약품, 기술이전 '빅딜' 5년 만


1일 한미약품은 바이오신약 후보물질 '소네페글루타이드'의 개발·제조·상업화를 위해 릴리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에 따라 릴리는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소네페글루타이드의 개발, 제조, 상업화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확보한다.

한미약품은 확정 계약금 7500만달러(약 1129억원)를 수령하고, 임상 개발·규제 승인·상업화 단계별 마일스톤 달성 시 최대 11억8500만달러(약 1조7844억원)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제품 출시 이후에는 별도 로열티도 수취한다.

계약 총액은 12억6000만달러로, 업프론트 비중은 약 6% 수준이다. 임상 2상 단계 희귀질환 후보물질이라는 개발 위험을 고려하면, 릴리가 초기 부담은 제한하되 후속 임상과 허가·상업화 성과에 따라 가치를 키우는 구조다. 동시에 한미약품 입장에서는 단순 계약금 이상의 의미가 있다. 임상과 허가, 글로벌 시장 진입 능력을 갖춘 빅파마(대형 제약사)가 한미의 지속형 바이오의약품 플랫폼과 GLP-2 후보물질의 개발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소네페글루타이드는 한미약품의 장기 지속형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가 적용된 GLP-2 아날로그다. 한미약품은 이 물질을 치료제로 개발 중이며, 현재 미국·유럽·한국에서 장루를 가진 단장증후군 관련 장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글로벌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회사 측 설명에 따르면 소네페글루타이드는 월 1회 피하주사 제형을 목표로 개발되고 있으며, FDA·EMA·식약처에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고 FDA 패스트트랙 및 소아희귀질환 지정도 확보했다.

단장증후군은 소장 일부가 소실돼 영양분과 수분 흡수가 어려워지는 희귀질환이다. 환자 상당수는 생명 유지를 위해 정맥영양요법에 의존해야 한다. 현재 사용되는 대표 GLP-2 치료제인 테두글루타이드 계열 치료제는 1일 1회 피하주사 방식이어서 장기 치료에서 투약 부담이 크다. 한미약품이 내세우는 월 1회 투여 가능성은 실제 임상에서 효능과 안전성이 확인될 경우 복약 순응도와 환자 삶의 질 측면에서 차별화 요소가 될 수 있다.

'신약 명가' 명성 되찾을까


이번 계약은 한미약품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확정 계약금 1129억원은 단순 규모로도 회사의 분기 영업이익을 크게 웃돈다. 한미약품의 2026년 1분기 연결 매출은 3929억원, 영업이익은 536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기술수출수익은 6625만원에 그쳤다.

오랜만의 대형 기술수출이라는 점도 시장의 이목을 끄는 대목이다. 한미약품은 지난 2021년 11월 투스페티닙을 앱토즈 바이오사이언스에 총 4억2000만달러 규모로 기술수출, 같은 해 12월 '루미네이트'를 어퍼메드에 최대 1억4500만달러 규모로 기술수출 한 이후 대형 기술이전 공백이 이어졌다. 이후에도 포셀티닙, 엔서퀴다 등 소규모 기술이전이 있었지만 공개된 계약 규모와 상징성 면에서 이번 소네페글루타이드 계약은 체급이 다르다.

그 사이 그룹은 2024년부터 불거진 창업주 일가 간 경영권 분쟁, 이른바 '4자연합' 내 균열, 대주주와 전문경영인 간 갈등 등 지배구조 이슈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올해 들어서도 갈등의 여진은 이어졌다. 박재현 전 대표 재선임 여부와 이사회 재편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졌고, 3월 정기주주총회를 거치며 황상연 대표 체제로 전환됐다. 한미약품 입장에서는 조직 안팎의 시선이 한동안 신약개발보다 지배구조와 경영권 이슈에 더 쏠렸던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릴리와 맺은 계약은 한미약품이 여전히 R&D로 기업가치를 설명할 수 있는 회사라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랩스커버리 플랫폼은 한미약품이 오랜 기간 축적해온 지속형 제제 기술 핵심이다. 회사는 이 플랫폼이 적용된 바이오신약으로 미국 FDA 허가 사례를 보유하고 있으며, 동일 플랫폼 기반 후보물질 5개의 글로벌 임상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빅딜을 통해 오너 일가와 대주주, 전문경영인이 각자의 명분을 앞세우기보다 신약개발과 글로벌 파트너십이라는 공동 목표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미약품이 이번 계약을 진정한 반등 신호로 만들려면, 경영 안정과 R&D 실행이 동시에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일라이 릴리와 한미약품의 대형 계약은 바이오 업계 입장에서도 반가운 소식"이라면서 "희귀질환이라 단독으로 후기 임상을 진행하기엔 난도가 높았는데, 기술수출로 기대감이 올랐다"고 말했다.

일라이 릴리, 한국 파이프라인 집중 투자


릴리의 선택도 주목된다. 릴리는 비만·당뇨 치료제 시장에서 확보한 현금 창출력을 바탕으로 최근 파이프라인 확보와 오픈이노베이션 투자를 동시에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큐레보, 림마테크 바이오로직스, 백신 컴퍼니 등 백신 개발사 3곳을 최대 38억달러 규모로 인수하며 감염병 예방 영역으로 투자 범위를 넓혔다. 이 가운데 큐레보는 GC녹십자 미국 관계사로 출발한 기업이다. GC녹십자는 이번 거래를 통해 최대 4599억원을 확보했다.

릴리는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체결한 양해각서에 따라 향후 5년간 5억달러 규모 투자를 추진하고, 릴리 게이트웨이 랩스 구축, 국내 임상시험 유치 확대, 글로벌 수준 연구환경 조성 등을 주요 협력 과제로 제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는 인천 송도에 릴리 게이트웨이 랩스 한국 거점을 세우기로 했다. 해당 시설은 최대 30개 바이오텍이 입주할 수 있는 연구 인프라를 제공하며 2027년 7월 완공될 예정이다.

실제로 보건복지부 측은 최근 주요 성과 발표에서 "바이오헬스 산업별 육성전략을 확충했다"면서 "로슈 7100억원·일라이릴리 7400억원 규모 투자 유치 양해각서(MOU) 체결 등 국내 임상시험 산업활성화, 전문인력 양성, 개방형 혁신 활성화 기반을 확대"한 것을 예시로 들었다.

이번 한미약품 계약 역시 단발성 기술도입으로만 보기 어렵다. 릴리는 최근 한국에서 올릭스, 알지노믹스, 에이비엘바이오 등과 잇달아 협력하며 RNA, BBB 플랫폼, 백신, 임상 인프라까지 협력 범위를 전방위로 넓혔다. 한국을 단순 판매 시장이나 생산기지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초기 후보물질과 플랫폼 기술, 임상 수행 역량을 함께 확보할 수 있는 R&D 거점으로 재평가하는 흐름 속에 한미약품의 소네페글루타이드도 편입된 셈이다.

다만 이번 계약이 곧바로 한미약품의 완전한 반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소네페글루타이드는 아직 임상 2상 단계 후보물질로, 향후 적정 용량, 장기 안전성, 임상적 유효성, 허가 전략 등을 입증해야 한다. 전체 계약금의 상당 부분도 마일스톤에 연동돼 있어 실제 수익 인식은 개발 성과에 달려 있다. 희귀질환 치료제는 미충족 수요가 크지만, 환자 모집과 장기 데이터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도 변수다.

단장증후군 치료제 시장은 환자 수만 놓고 보면 크지 않지만, 상업적 가치는 작지 않다. 정맥영양에 의존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장기간 반복 투여가 필요한 데다, 희귀질환 치료제 특성상 약가가 높게 형성되기 때문이다. 실제 다케다의 기존 GLP-2 치료제 '가텍스·레베스티브' 매출은 2025년 상반기 기준 716억엔을 기록했다. 이를 단순 연율화하면 1432억엔으로, 원화 환산 시 1조원대 블록버스터 품목에 해당한다. 가텍스는 단장증후군으로 비경구 영양 지원에 의존하는 성인 및 만 1세 이상 소아 환자 치료제로 쓰이고 있어, 한미약품의 소네페글루타이드가 월 1회 투여 편의성과 임상적 유효성을 입증할 경우 기존 시장을 대체하거나 확장할 여지가 있다.

임주현 한미그룹 부회장은 "릴리가 소네페글루타이드의 개발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는 점에서 뜻깊다"며 "한미약품은 혁신적인 신약개발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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