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전담 임원 설치에 실적 점검까지···'포용·생산적 금융' 덫에 걸린 금융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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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담 임원 설치에 실적 점검까지···'포용·생산적 금융' 덫에 걸린 금융권

등록 2026.06.02 15:54

김다정

  기자

규제 완화 인센티브 앞세워 '자금 공급·성적표 공개' 전방위 압박'최고치' 연체율·부실채권에 머니무브까지···은행권 기초체력 저하이억원 "CIFO 제도 신설 적극 강구"···리스크 관리와 정면충돌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정부의 '포용·생산적 금융' 청구서를 감내하던 금융권이 이번에는 더 강력한 '요구'에 직면했다. 가뜩이나 지원 압박이 날로 거세지는 가운데 포용금융 전담 임원 지정과 생산적 금융 성적표 공개 요구까지 더해지면서 당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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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ck Point!

금융권이 정부의 포용·생산적 금융 정책에 더 강한 강제조항과 압박에 직면

포용금융 전담 임원 지정, 성적표 공개 등 추가 요구로 부담 가중

금융권 내부에서는 건전성 위협 우려와 정책 실효성에 대한 논란 확산

현재 상황은

은행권 연체율과 부실채권 증가, 수신 잔액 감소로 기초체력 악화

3월 말 기준 은행권 연체율 0.56%, 2016년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

부실채권 17조7000억원, 부실채권비율 0.60%로 5년 만에 최고

우량 대기업, 중소법인, 개인사업자 연체율 모두 상승

정책 변화

금융당국, 규제 개선과 인센티브 제공하며 생산적·포용금융 확대 압박

금융사에 매년 4분기마다 연차보고서 작성·공개 요구

포용금융 최고책임자(CIFO) 신설 추진, 실적을 경영평가와 연계 검토

포용금융전략추진단에서 평가체계 및 CIFO 도입 구체화 예정

맥락 읽기

정부 정책이 사실상 금융권 자금 출연 강제하는 '소리 없는 청구서'로 해석

은행권은 리스크 관리 강화 요구와 혁신기업·취약계층 지원 요구 사이에서 혼란

CIFO 신설은 글로벌 은행에서도 드문 사례, 실무진 반발 예상

책무구조도 체계와 CRO 조직과의 충돌 가능성 제기

핵심 코멘트

금융권 관계자 "혁신성장 분야 자금 흐름 엄격히 규명하겠다는 취지"

"실적표 공개로 실적 압박 커질 것"

"CIFO 지정 강제되면 리스크 관리와 충돌, 현실적 한계 명확"

특히 장기화된 중동리스크 속에서 치솟는 연체율과 부실채권, 수신 감소라는 '3중고'를 겪는 만큼 정부의 압박이 금융시스템의 건전성을 위협하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깊어지는 분위기다.

최근 금융당국은 금융권을 향해 '규제 개선'이라는 당근을 제시하는 동시에 무거운 생산적·포용금융 청구서를 들이밀고 있다. 위험가중자산(RWA) 규제 완화와 인센티브, 검사·제재 면책 등 지원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순수한 완화 조치로 보고 있지 않다.

정부의 생산적·포용 금융 확대 기조 속에서 규제 개선을 빌미로 사실상 금융권의 자금 출연을 강제하는 '소리 없는 청구서'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금융회사들을 향해 "무늬만 생산적 금융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경고장을 날렸다.

특히 금융회사들에 매년 4분기마다 생산적 금융 관련 연차보고서를 작성해 공개하라고 요구하면서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당국이 정해준 가이드라인에 맞춰 자금을 공급하던 수준을 넘어, 이제는 스스로 성적표를 만들어 시장과 전문가 앞에 실적 검증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보여주기식 금융은 안 된다"며 단순 기업대출을 생산적 금융으로 포장하는 관행 등에 제동을 걸면서 단순한 실적 달성을 넘어, 금융당국의 까다로운 검증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이중고'에 처하게 됐다. 여기에 직접적인 비교에 직면하면서 공급 경쟁도 예상되는 대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실제 혁신성장 분야에 자금이 흘러 들어갔는지 엄격하게 규명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며 "눈높이를 높인 상태에서 매년 성적표가 공개되면 그만큼 실적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10년 만의 최고치' 연체율 경고등···은행권 기초체력 비상


사실상 정부가 줄 세우기식 공급 경쟁을 유도하는 모양새지만, 문제는 현재 금융권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자금 집행의 주축이 되는 은행권의 기초체력은 일제히 악화 노선을 걷고 있다. 연체율과 부실채권은 나날이 치솟는 반면, 자금 조달의 근간인 수신 잔액은 감소하고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 은행권 연체율은 0.56%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0.03%p 상승한 데다가 3월 기준으로 2016년(0.63%)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특히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우량 대기업 연체율마저 1년 전(0.11%)과 비교해 2배 급등했다. 중소법인 연체율도 0.88%로 전년 동월말(0.80%) 대비 0.08%p 상승했으며, 개인사업자 연체율 역시 0.71%로 고공행진하고 있다.

최근 은행권이 생산적 금융 기조에 맞춰 기업대출을 빠르게 확대해온 만큼 향후 건전성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부실채권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3월 말 국내은행의 부실채권은 17조7000억원으로 전분기말 대비 1조1000억원 증가했다. 은행 전체 여신 중 부실채권비율은 0.60%로 2021년 3월 말(0.62%) 이후 5년 만에 최고치다.

정부의 포용금융 확대 정책 기조에 맞춰 시중은행들이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는 상황에서 은행권 전반의 건전성 훼손이라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고금리·고물가 등 경기 침체 장기화로 인한 차주들의 근본적인 상환 능력이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부실위험이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KB금융·신한금융·우리금융 등 주요 금융지주들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자료에서 "정부 주도의 금융지원이 수익성과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은 바 있다.

지출은 늘어나는 반면 자금 조달에는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 주식시장 활황으로 머니무브 현상이 거세지면서 은행권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아직 유동성 관리나 자금 조달 전략에 큰 수정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지만, 자금 방어 필요성이 커지면서 예금 금리를 끌어올리며 고객 붙잡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글로벌 유례없는 'CIFO' 강제···건전성 관리와 정면충돌


건전성 우려가 가중되는 상황에서 최근 정부의 압박 수위는 단순한 자금 공급을 넘어 지배구조 개편 요구 단계까지 진입했다. 포용·생산적 금융 실적을 강제하는 동시에 전담 임원까지 두어 압박하는 모양새다.

현재 금융위원회는 금융회사 내 '포용금융 최고책임자(CIFO)'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다음 달 출범 예정인 '포용금융전략추진단'에서 금융사별 포용금융 평가체계와 CIFO 도입 방안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포용금융 실적이 ESG처럼 주요 경영평가 요소가 되고, 임직원 평가·인센티브 체계와도 연계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앞서 지난달 22일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국민주권정부 출범 1주년 간담회에서 "금융사 내부에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나 금융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CCO)를 두는 것처럼 이사회 지배구조 차원에서 포용금융을 체계적으로 책임질 CIFO 제도를 신설하는 방안을 적극 강구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포용금융을 C레벨 차원에서 다루는 것은 해외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사례다. 실제로 글로벌 대형은행에서도 포용금융 전담 임원을 독립된 C레벨로 두기 보다는 ESG나 지속가능금융 조직 산하 고위 임원급으로 배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직함 역시 포용금융을 뜻하는 'Financial Inclusion'보다는 'Community Investment(지역사회 금융투자)'나 'Social Finance(사회적 금융)' 등의 명칭을 주로 사용한다.

CIFO 신설을 두고 은행권에서도 난감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촘촘한 리스크 관리 체계와 엄격한 내부통제를 요구해 왔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리스크가 높은 취약 계층과 혁신 기업에 자금을 과감히 풀라며 엇박자 요구를 쏟아내고 있는 셈이다.

아직 포용금융전략추진단에서 논의가 본격화되지 않아 구체적으로 검토에 착수한 것은 아니지만, 건전성 관리에 정면으로 충돌하는 정무적 직책인 만큼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최근 금융권이 전사적으로 사활을 걸고 있는 '책무구조도' 체계와의 상충이 실무적인 난제다. 자산 건전성을 사수해야 하는 위험관리책임자(CRO) 조직과의 정면충돌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특히 리스크 관리가 핵심인 은행업 구조상 CIFO는 실무진에서 힘을 받기 어려운 구조다.

금융권 관계자는 "CIFO 지정까지 강제되면 리스크 관리 기조와 충돌할 수밖에 없는 지배구조적 모순이 발생한다"며 "상생과 포용금융의 필요성에는 십분 공감하지만 당장 기초체력을 관리해야 하는 은행 입장에서는 현실적인 한계가 명확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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