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와 대비되는 이익 구조·자본시장 조건수익성 안정화와 글로벌 투자환경 개선 필요HBM·AI 중심 장기계약 증가 추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큰 이익 규모의 우위에도 대만 TSMC에 비해 현저히 낮은 가치 평가를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단순한 이익 증가를 넘어 고대역폭메모리(HBM) 중심의 장기공급계약(LTA)을 통한 이익 변동성 축소와 글로벌 자본의 투자 접근성 개선이 반도체 업종 밸류업의 핵심 조건으로 지목된다.
10일 이정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한국 반도체의 시가총액 비중과 합산 주가수익비율(PER)은 이익 창출력 대비 과도하게 저평가된 상태"라며 "TSMC가 글로벌 시장에서 프리미엄을 받는 배경은 단순한 업종 효과가 아닌 기업의 이익 안정성과 자본시장 수급 구조에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만과 한국 증시는 공통적으로 IT 산업이 전체 시장 이익의 70~75%를 차지하는 유사한 수익 구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순이익 규모는 508조원으로 TSMC를 크게 상회하지만 시장의 평가는 정반대다. TSMC는 24배 수준의 PER을 인정받는 반면 국내 두 기업의 합산 PER은 6.7배에 머물러 있다. 지주사들이 보유한 지분 가치를 합산해 이중계산 착시를 보정해도 7.1배 수준에 그쳐 밸류에이션 격차가 뚜렷하다.
이정빈 연구원은 이러한 극단적인 밸류에이션 격차의 주요 원인으로 수익성 변동폭을 지목했다. 최근 3년간 TSMC의 분기별 영업이익률(OPM) 변동성은 5.2% 수준으로 경기 사이클과 무관하게 20~30%대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OPM 변동성은 각각 11.1%, 40.6%로 집계됐다. 글로벌 투자자 관점에서 국내 반도체 기업은 여전히 업황에 민감한 시클리컬(경기민감)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글로벌 자본의 투자 접근성 차이도 밸류에이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꼽힌다. TSMC는 1997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주식예탁증서(ADR)를 상장했으며 현재 전체 지분의 약 20.5%가 이 채널을 통해 거래된다. 싱가포르 국부펀드(GIC) 등 글로벌 장기 기관 자금이 유입될 수 있는 경로가 확보되어 있는 상태다. 반면 국내 기업은 미국 상장 ADR이 없어 상대적으로 외국인 투자 자금 유입 채널이 제한적이다.
상장지수펀드(ETF) 추종 구조에 따른 수급 환경도 TSMC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한국 투자 ETF(EWY)의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비중이 47% 수준으로 미국 ETF 규정상 한도에 도달해 있다. 향후 주가 상승 시 기계적인 리밸런싱(비중 조절)에 따른 매도 압력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다. 반면 대만 ETF(EWT) 내 TSMC 비중은 21%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수급 제약 요인이 적다.
시장에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실적의 절대적 규모보다 질적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최근 AI 서버 수요 확대에 따라 주요 고객사와의 HBM 장기공급계약(LTA)이 늘어나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로 평가된다.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기존 현물 가격 중심에서 장기 계약 위주로 재편되면 고질적인 실적 변동성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국내 반도체 기업이 프리미엄 밸류에이션을 부여받기 위해서는 AI와 HBM을 중심으로 장기 수익 안정성을 입증해내는 것이 핵심"이라며 "이와 함께 글로벌 기관 자금이 쉽게 유입될 수 있도록 자본시장 접근성을 개선하는 작업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김호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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