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및 출자금 늘수록 K-ICS 관리 부담 가중안정성과 수익성 사이 줄타기···투자 전략 고심증시 조정 시 자산 구성 변화 역전 가능성 상존
주식시장 강세와 금리 환경 변화가 맞물리며 국내 보험사들의 유가증권 포트폴리오가 변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생명·손해보험사 모두 주식 및 출자금 규모가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증가한 반면, 자산운용의 핵심인 국공채와 회사채 등 채권 자산은 감소세를 보였다. 업계에서는 자산운용 전략의 근본적 변화라기보다는 시장 가격 변동에 따른 '평가 효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포화 상태에 이른 국내 보험시장의 돌파구 마련을 위해 자산운용 규제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산업 모두 올해 1분기 유가증권 구성에서 주식 및 출자금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내 증시 반등으로 보유 주식의 평가액이 커진 반면 금리 상승 여파로 채권 평가가치가 하락하면서 자산 구성 비중에도 변화가 나타난 것이다.
한국신용평가가 지난 3일 발간한 산업 데이터 분석 자료에 따르면 12개 생명보험사(삼성·교보·한화·신한라이프·KB라이프·농협·동양·미래에셋·흥국·DB·ABL·KDB)의 올해 1분기 유가증권 규모는 696조8330억원으로 전년 동기 662조6100억원보다 약 5.2% 증가했다.
이 가운데 주식 및 출자금은 90조67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34조8160억원과 비교하면 약 160.4% 급증한 규모다. 2024년 말 32조5960억원, 2025년 말 67조7220억원과 비교해도 증가세가 뚜렷했다.
손해보험사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9개 손보사(DB·현대·메리츠·KB·한화·농협·흥국·하나·롯데)의 올해 1분기 유가증권 규모는 241조7360억원으로 전년 동기 235조5800억원보다 약 2.6% 늘었다. 주식 및 출자금은 17조6080억원으로 전년 동기 7조3420억원보다 약 139.8% 증가했다. 2024년 말 6조9400억원, 2025년 말 13조1480억원에 이어 올해 1분기에는 17조원을 넘어섰다.
보험사는 계약자가 납입한 보험료를 운용하는 만큼 안정성과 유동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자산운용 원칙을 적용받는다. 이에 따라 국공채와 특수채, 금융채 등 안전자산 중심의 운용 기조를 유지해 왔다.
현행 보험업 관련 법령 역시 보험사의 자산운용에 대해 안정성·유동성·수익성·공익성 확보를 원칙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보험금 지급 재원 보호를 위해 자산운용 비율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이번 주식 및 출자금 확대 역시 자산운용 전략 변화보다는 시장 환경 변화에 따른 평가 효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증시 상승으로 보유 주식 가치가 크게 오르면서 주식 평가액이 증가했고 반대로 금리 상승으로 기존 보유 채권 가격이 하락하면서 채권 규모가 줄어든 것처럼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보험사들의 주식 비중 확대는 신규 투자 확대라기보다 주가 상승에 따른 평가 효과로 보는 것이 맞다"며 "채권 비중 감소 역시 금리 상승으로 기존 보유 채권의 평가가치가 하락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험사는 전체 자산 대비 주식 비중이 1~2%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보수적으로 운용하는 업종"이라며 "자산을 적극적으로 재배분했다기보다 시장 가격 변동이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즉 위험자산을 적극적으로 늘렸다기보다 동일한 포트폴리오 안에서 자산별 평가가치가 달라지면서 비중 변화가 발생한 셈이다.
실제 채권 비중은 감소했다. 생명보험사의 올해 1분기 국공채는 242조1020억원으로 전년 동기 263조7330억원보다 약 8.2% 감소했다. 특수채는 75조3940억원으로 12.5%, 회사채는 37조4780억원으로 16.1% 각각 줄었다. 손해보험사도 국공채가 63조5850억원으로 전년보다 약 2.8%, 특수채는 11.6%, 회사채는 12.7% 감소했다.
다만 채권은 여전히 보험사 유가증권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자산운용의 기본 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평가다.
실적도 투자손익이 견인···'규제 완화' 논의 필요성 부각
시장 환경 변화는 보험사 실적에도 영향을 미쳤다. 대표적으로 삼성생명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순이익이 1조240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3.1% 증가했다. 보험손익은 2570억원으로 7.7% 감소했지만 투자손익이 1조2730억원으로 125.5% 급증하며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한화생명 역시 연결 기준 순이익이 3816억원으로 29% 증가했다. 보험손익은 40.4% 감소했지만 투자손익은 2420억원으로 437.8% 늘어나 수익성 개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메리츠화재도 투자손익 개선을 통해 보험손익 부진을 방어했다. 연결 기준 순이익은 47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했다. 보험손익은 3346억원으로 7% 감소했으나 투자손익이 2962억원으로 13% 늘어나며 전반적인 실적 하락을 일정 부분 상쇄했다.
한편 보험업계에서는 자산운용 규제를 위험관리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황인창 보험연구위원과 강윤지 보험연구원은 지난해 6월 '보험회사 자산운용 비율규제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보험회사 자산운용 규제를 기존 사전적·정량적 통제 중심에서 사후적·위험관리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국내 보험시장이 포화 상태에 접어든 가운데 산업 성장을 위해 자산운용 규제를 완화하고 장기 수익률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다. 이를 위해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소비자 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산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현행 법률에 규정된 자산운용 비율 규제를 하위법령으로 이관해 규제의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규제 완화는 대주주 관련 비율 규제에도 적용될 수 있으나 공정거래법상 대기업집단 정책과 금융복합기업집단 규제, 보험회사 내부통제제도의 실효성 확보 등을 전제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함께 제기된다.
또한 주식시장 조정이나 금리 하락 국면이 도래할 경우 현재 나타난 자산 구성 변화도 다시 역전될 가능성이 큰 만큼 보험사들은 여전히 안정성과 수익성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운용 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주식 투자 비중이 높아질수록 지급여력비율(K-ICS)이 낮아지는 구조인 만큼 보험사는 수익성과 건전성을 동시에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최근 실적 개선 역시 시장 환경 영향이 큰 만큼 구조적인 변화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뉴스웨이 이진실 기자
truth@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