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키징·테스트 담당 중국 핵심 생산지 유동화 검토54조3000억원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등 선제 투자미국 규제·중국 내 자본 부담 완화 목적도
SK하이닉스가 12년간 운영해 온 중국 충칭 낸드플래시 후공정 공장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체 가치가 4조원 안팎으로 거론되는 중국 자산을 유동화해 인공지능(AI) 메모리 핵심인 HBM과 첨단 D램, 차세대 패키징에 투자할 재원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중국 충칭 낸드플래시 후공정 공장의 지분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량 매각뿐 아니라 일부 지분을 매각한 뒤 SK하이닉스가 소수 지분을 유지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잠재적 인수 후보로는 중국계 투자펀드와 현지 반도체 업체 등이 거론된다. 시장에서는 충칭 공장의 기업가치를 약 30억달러, 한화로 4조원 안팎으로 평가하고 있다.
충칭 공장은 SK하이닉스가 2014년부터 100% 지분을 보유해 온 중국 핵심 생산거점이다. 낸드플래시 패키징과 테스트를 담당하며 SK하이닉스 낸드 관련 물량의 약 40%를 처리하는 대규모 후공정 기지로 알려졌다. 우시 D램 공장, 다롄 낸드 공장과 함께 SK하이닉스의 중국 3대 제조거점으로 꼽힌다.
그런 충칭 공장을 매각 카드에 올린 것은 자본의 무게중심을 첨단 메모리로 옮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HBM이 SK하이닉스의 핵심 성장축으로 떠오르면서 투자 우선순위도 범용 메모리에서 HBM과 첨단 D램, 차세대 패키징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청주에 총 54조3000억원의 신규 투자를 결정했다. 미국에서도 HBM 첨단 패키징 생산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마이크론과의 HBM 경쟁에 더해 중국 CXMT 등 후발 업체의 추격까지 거세지면서 개발과 양산 속도를 높이기 위한 선제 투자도 필요해졌다.
대규모 투자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기존 자산을 팔아 현금을 확보하는 것은 투자 재원을 마련하는 한 방법이다. 충칭 공장 지분을 유동화해 확보한 자금을 HBM과 첨단 공정에 재투입할 경우 SK하이닉스의 자본 배분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
충칭 공장은 중국 내 다른 생산거점보다 상대적으로 매각 부담이 적다는 점도 배경으로 꼽힌다. 우시와 다롄은 각각 D램과 낸드 웨이퍼를 직접 생산하는 전공정 팹이다. 반면 충칭은 생산된 낸드를 패키징하고 검사하는 후공정 거점이다. 우시와 다롄의 핵심 생산능력을 유지하면서 충칭의 소유구조만 바꿀 수 있어 중국 생산 기반을 크게 흔들지 않고 자산을 유동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중 갈등에 따른 중국 사업 불확실성을 낮출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가 강화되면서 중국 내 생산시설은 장비 반입과 설비 업그레이드 과정에서 부담이 커지고 있다. 충칭 지분을 현지 자본에 넘긴다고 해서 미국 규제를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SK하이닉스가 해당 자산의 유지·증설에 직접 투입해야 하는 자본 부담은 줄일 수 있다.
이번 매각 검토를 낸드 사업 축소의 신호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SK하이닉스가 중국 다롄에서 낸드 전공정 생산을 이어가는 데다 국내 청주에서도 낸드 생산능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낸드 사업 자체를 축소하려는 움직임과는 거리가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결국 충칭 공장 매각 검토의 핵심은 낸드 철수보다는 자산 재편에 있다는 것이다. 성장성이 높은 HBM과 첨단 메모리에 투자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낮은 자산을 현금화하고 미·중 갈등으로 커진 중국 사업의 불확실성까지 낮추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SK하이닉스는 "패키지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며 "추후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 재공시하겠다"고 밝혔다.
뉴스웨이 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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