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오감 만족 하이브리드의 탄생···르노 필랑트

산업 자동차 야! 타볼래

오감 만족 하이브리드의 탄생···르노 필랑트

등록 2026.08.25 15:16

권지용

  기자

2열까지 세심하게 챙긴 패밀리카의 승차감실주행 연비 20km 넘는 하이브리드 효율몽환적 웰컴 사운드와 최신 디지털 인테리어

르노 필랑트. 사진=권지용 기자르노 필랑트. 사진=권지용 기자

자동차에도 첫 인상이 있습니다. 문을 열 때 어떤 소리가 나는지, 시동을 걸었을 때 무엇이 들리는지, 처음 액셀을 밟았을 때 차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등이죠. 영화의 첫 5분이 관객의 마음을 붙잡듯 자동차도 첫 몇 분이 꽤 중요합니다.

르노 필랑트는 첫 장면부터 조금 다릅니다. 차에 다가가 문이 열리면 제법 웅장한 웰컴 사운드가 들리고, 출발하면 전기모터의 가상 주행음이 묘하게 몽환적으로 귓가를 맴돕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겁니다. 잘 달리고, 승차감도 괜찮고, 기름까지 적게 먹습니다. 감성적으로 시작했는데, 결론은 꽤 현실적입니다.

일반적인 브랜드들이 단조로운 '띠리링' 소리로 반긴다면, 필랑트의 웰컴 사운드는 길고 웅장하여 마치 고급 콘서트홀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듯한 기분을 선사합니다. 차에 오르기 전부터 운전자의 기분을 한껏 끌어올려 주는 근사한 연출입니다.

르노 필랑트 1열. 사진=권지용 기자르노 필랑트 1열. 사진=권지용 기자

시동을 걸고 본격적으로 주행을 시작하면 또 다른 감동이 찾아옵니다. 전기모터(EV 모드)로만 구동될 때 흘러나오는 가상 주행음 때문인데요. 자칫 심심하거나 시끄럽게 들릴 수 있는 가상 사운드를 아주 몽환적이고 아름다운 음악처럼 조율했습니다. 창문을 살짝 열고 달리면 마치 잔잔한 뉴에이지 음악이 차 주변을 감싸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오감을 자극하는 감성적인 세심함이 돋보입니다.

운전석 전면에 펼쳐진 디지털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화면 역시 최신 트렌드를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 화면의 폰트가 대단히 깔끔하고 그래픽의 정교함이 돋보입니다. 마치 최신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듯한 직관적이고 세련된 인상을 줍니다. 복잡한 정보도 눈에 쏙 들어오게 정리되어 있어 초보 운전자라도 적응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필랑트의 진짜 필살기는 도로 위에 오르는 순간 드러납니다. 바로 흠잡을 데 없는 효율성과 승차감입니다. 우선 연비부터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필랑트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그야말로 '연비 마법사'라 불러도 손색이 없습니다. 도심과 고속도로가 섞인 실주행 도로에서 연비 모니터를 확인해 보니, 리터당 20km를 가볍게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기름값 걱정 없이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마음껏 누릴 수 있다는 점은 필랑트가 가진 가장 큰 무기입니다.

르노 필랑트 트립 계기판. 사진=권지용 기자르노 필랑트 트립 계기판. 사진=권지용 기자

주행 질감 역시 매우 훌륭합니다. 승차감은 르노 특유의 단단하면서도 쫀득한 하체가 노면의 잔진동을 세련되게 흡수해 줍니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도 저렴한 쿵쾅거림 없이 매끄럽게 넘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특히 하이브리드 차량에서 가장 중요한 '엔진 개입 시 이질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전기모터로 정숙하게 달리다가 힘이 필요하거나 배터리를 충전하기 위해 가솔린 엔진이 개입할 때, 소음과 진동을 부드럽게 억제한 모습이 마음에 들더군요. 저속에서는 계기판 에너지 흐름도를 보지 않는다면 " 지금 엔진이 켜진 게 맞나?" 싶을 정도로 고요하고 부드럽게 동력이 전환됩니다.

나 혼자 타는 차가 아니라 가족과 함께 타는 SUV라면 2열 승차감과 공간감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 부분에서도 필랑트는 제 몫을 다 해냅니다. 2열 좌석에 직접 앉아보니 다리 공간과 머리 공간 모두 성인 남성이 앉기에 아늑하고 적당한 공간을 확보했습니다. 무릎이 앞시트에 닿을까 걱정할 필요가 없고, 답답함 없는 머리 위 공간 덕분에 장거리 이동 시에도 쾌적함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일부 하이브리드 차량은 바닥에 배터리가 깔리면서 2열 승차감이 딱딱해지거나 튀는 현상이 발생하곤 하는데, 필랑트는 2열 승차감 세팅에 공을 많이 들인 흔적이 느껴집니다. 뒤좌석에 탄 가족들이 편안하게 담소를 나누거나 잠을 청할 수 있을 만큼 정숙성과 쿠션감이 우수합니다. 패밀리 SUV로서의 기본기와 가치를 충실히 갖춘 셈입니다.

르노 필랑트 2열. 사진=권지용 기자르노 필랑트 2열. 사진=권지용 기자

물론 세상에 완벽한 차는 없습니다. 필랑트가 보여준 뛰어난 기본기와 감성에 감탄하면서도, 운전자 입장에서 일상적인 주행을 하다 보니 소소하게 아쉬운 사용자 경험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르노가 다음 상품성 개선 때 개선했으면 하는 몇 가지 포인트를 짚어봅니다.

먼저 기어노브 조작 방식입니다. 필랑트는 D(주행)나 R(후진)로 바꿀 때 전자식 기어 노브를 두 번씩 톡톡 당기거나 밀어야 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과거 볼보 차량들도 해당 방식을 고수했는데요. 막상 주차장에서 문을 열고 차를 앞뒤로 여러 번 뺐다 꼈다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이 '두 번 조작'이 은근히 번거롭게 느껴집니다. 참고로 볼보는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수용해 최근에는 간결하게 조작하도록 개선한 바 있습니다. 르노 역시 빠르게 개선해주기를 기대해 봅니다.

다음으로 통풍 시트 조작인데요. 무더운 여름철 필수 옵션인 통풍 시트를 켜려면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 화면을 최소 4번에서 많게는 6번까지 터치해 들어가야 합니다. 메인 화면에 퀵 버튼이 마련되어 있기는 하지만, 아이콘 크기가 너무 작아서 운전 중에 눈으로 확인하고 정확히 누르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닙니다. 안전운전을 위해서라도 공조 장치나 시트 열선/통풍 같은 자주 쓰는 기능은 터치 횟수를 줄이거나 물리 버튼 방식이 좋아 보입니다.

이외에도 경고음이 울릴 때 방향지시등 작동음이 잠시 묻히는 부분이나 비상등 버튼의 위치 등도 개선했으면 하는 부분입니다. 치명적인 단점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운전자가 매일 반복해서 사용하는 기능인 만큼 이런 작은 불편을 하나씩 덜어낸다면 필랑트의 완성도는 한층 더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르노 필랑트. 사진=권지용 기자르노 필랑트. 사진=권지용 기자

몇 가지 소소한 아쉬움을 언급하긴 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필랑트가 가진 압도적인 장점들 속의 '옥의 티'일 뿐입니다. 자동차를 고를 때 디자인도 중요하고 연비도 중요하지만, 둘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차를 찾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필랑트는 바로 그 틈을 파고듭니다. '남들과 똑같은 SUV는 싫지만 그렇다고 실용성을 포기하고 싶지도 않다'는 사람에게 꽤 설득력 있는 답을 내놓습니다.

특히 요즘 도로에서 흔히 마주치는 국산 SUV들의 익숙한 디자인과 비슷비슷한 분위기에 조금 지쳤다면 필랑트의 존재감이 더 눈에 들어올지도 모르겠습니다. 눈길을 끄는 디자인에 하이브리드의 뛰어난 효율성까지 더했으니, 개성과 실속을 함께 챙기고 싶은 소비자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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