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3년 기다린 카카오뱅크 분양잔금대출··· '메기' 될까, '찻잔 속 태풍' 그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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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기다린 카카오뱅크 분양잔금대출··· '메기' 될까, '찻잔 속 태풍' 그칠까

등록 2026.08.26 14:57

김다정

  기자

금융당국 '집단대출 총량 제외' 순풍···5대 은행, 한도 늘리고 금리 인하9월 카카오뱅크, 잔금대출 출격···10월 입주 단지부터 '100% 비대면' 전략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하반기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 완화와 맞물려 26조 원 규모의 잔금대출 시장을 둘러싼 은행권의 주도권 다툼이 치열해지고 있다. 전통 시중은행들이 한도 증액과 가산금리 인하를 앞세워 '안방 지키기'에 나선 가운데, 내달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까지 출사표를 던지면서 대출 시장의 판도 변화가 예고된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은 최근 하반기 입주 예정인 대형 아파트 사업장을 중심으로 잔금대출 한도를 대폭 늘리고 가산금리를 하향 조정하는 등 본격적인 고객 유치전에 돌입했다.

다음 달 입주하는 서울 서초구 '디에이치방배'의 기존 은행별 1000억원에서 2000억~4000억원 수준으로 확대됐다. 5000억원에 그쳤던 5대 은행 합산 잔금대출 한도는 현재 1조5500억원 수준으로 3배 이상 불어났다.

시중은행 간의 금리 인하 경쟁이 눈에 띄게 격화되는 양상이다. 하나은행은 각종 우대조건을 적용할 경우 대출금리를 최저 연 4.566%까지 낮췄다. 신한은행도 종전보다 0.06%포인트 낮춘 연 4.68%의 잔금대출 금리를 새로 설정했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 또한 연 4.68% 수준으로 차주 사수에 나섰다.

이는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연간 증가율 목표치를 기존 1.5%에서 3.0%로 확대한 동시에, 중도금·잔금대출 등을 포함한 집단대출을 가계대출 총량 관리 대상에서 별도로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영향이다.

그간 총량 관리에 쫓겨 실수요자 대상의 잔금대출마저 보수적으로 취급했던 은행들이 여신 공급 여력을 확보하자마자 대대적인 영업에 나선 것이다. 시장에서는 하반기 약 7만가구가 입주하면서 약 26조원 규모의 잔금대출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상반기까지만 해도 총량 목표치 잔여분이 적어 대출 상담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으나, 당국의 규제 완화 시그널 이후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며 "특히 대형 사업장의 잔금대출은 한 번에 우량 차주를 대거 확보할 수 있는 알짜 시장인 데다가 정부의 별도 관리 지침이 명확해지면서 금리를 조정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확대 이후 오는 9월 분양잔금대출 상품 출시를 예고한 카카오뱅크도 숨통을 트게 됐다. 2023년 시장 진출 계획을 밝힌 이후 출시가 미뤄지면서 약 3년 만에 진입하게 된 것이다.

가뜩이나 인터넷은행이 이번 규제 완화로 체감할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회의적인 반응 속에서 카카오뱅크는 자체 가계대출 한도를 소진하지 않고 관련 자금을 공급할 수 있을 전망이다.

카카오뱅크의 주담대 잔액은 2025년 2분기 13조1000억원에서 3분기 14조원, 4분기 14조7000억원, 올해 1분기 15조1000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2분기에는 14조8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3000억원 감소했다.

2022년 주담대 상품 출시 이후 분기 기준 잔액이 줄어든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정부의 강력한 가계대출 규제 속에서 보수적으로 관리하며 신중하게 집단대출 출격을 준비해온 결과로 풀이된다.

총량 규제 탓에 여신 성장의 발목이 잡혔던 카카오뱅크 입장에서는 이번 정책 환경 변화가 반가울 수밖에 없다. 올해 하반기 분양잔금대출을 시작으로 부동산담보대출 대환까지 상품군을 확대하면서 하반기 여신 성장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권태훈 카카오뱅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상반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하반기에는 9월 분양 잔금대출과 4분기 개인사업자 부동산담보대출 대환 출시를 통해서 연간 전년 수준의 대출 성장률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권에서는 카카오뱅크가 주택담보대출 시장에서 입증한 '100% 비대면' 방식을 내세워 기존 시장에 균열을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분양잔금대출은 전통적으로 기존 중도금대출을 취급했던 시중은행들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해온 시장이다. 중도금대출을 실행하면서 이미 차주의 신용도와 소득 증빙을 마친 데다, 우대금리 조건을 연계해 차주를 자연스럽게 자사 잔금대출로 이끄는, 일명 '락인 효과'가 강력하기 때문이다. 중도금대출 취급 은행이 잔금대출 단계에서 차주의 최소 25% 이상을 그대로 흡수하는 구조다.

시중은행들이 기존 거래 관계와 대면 상담의 안정성을 강조한다면, 카카오뱅크는 바쁜 직장인과 젊은 층 입주 예정자들을 타깃으로 압도적인 절차 간소화·편의성을 제안하겠다는 전략이다.

기존 잔금대출은 오프라인 부스를 직접 방문해야만 한도와 금리를 확인할 수 있어서 정보 접근성이 낮고 절차가 매우 복잡했다. 특히 대출 실행 전 상담부터 신청, 약정 체결까지 짧은 기간 내에 마쳐야 해 입주 예정자들의 부담이 컸다.

카카오뱅크는 영업점 방문이나 종이 서류 제출 없이 앱 내에서 한도 및 금리 조회부터 실행까지 단번에 진행할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로 차별화를 내세웠다. 비대면 주담대 시장을 개척해 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분양잔금대출에서도 고객의 금융 접근성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카카오뱅크는 현재 대상 사업장 평가·선정 중인 단계로, 실제 분양잔금대출 공급은 10월 입주 예정 단지부터 순차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가계대출 총량 규제라는 빗장이 풀린 상황에서 카카오뱅크의 시장 진입은 단순한 점유율 싸움을 넘어 대출 금리 전반을 낮추는 '메기 효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미 주요 시중은행이 금리 인하 경쟁을 시작한 상황에서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이 새로운 자극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카카오뱅크는 최근 과열되는 잔금대출 시장에서 과도한 점유율 다툼보다는 비대면 금융 혁신과 실질적인 고객 편의성 제고에 방점을 찍겠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이제 막 잔금대출 시장에 첫발을 내딛는 단계인 만큼 당장 대규모 물량을 소화하기보다는 여신 성장에 차근차근 기여하는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진입할 것"이라며 과열된 시선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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