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같은 회사인데 반값···보통주만 사들이는 주주환원에 우선주 '찬밥'

증권 증권일반 갈 길 잃은 우선주

같은 회사인데 반값···보통주만 사들이는 주주환원에 우선주 '찬밥'

등록 2026.08.31 17:44

문혜진

  기자

삼성전자우 26%·현대차우 52% 할인"싼 우선주 소각, 자본배분 효율 높여"삼성전자 내년 주주환원 정책 분기점

사진=문혜진 기자사진=문혜진 기자

국내 주요 상장사의 보통주와 우선주 간 가격 차가 확대되는 가운데, 보통주 중심의 자사주 매입·소각과 공개매수 관행이 우선주 저평가를 굳히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제적 권리가 보통주와 크게 다르지 않은 우선주가 주주환원 과정에서 배제되면서 가격 차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31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개최한 제55차 세미나 '은폐된 한국 우선주 디스카운트 문제와 그 해법'에서 김규식 변호사는 지난 24일 종가 기준 삼성전자우가 보통주보다 26%, 현대차우는 52%, LG전자우는 64%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국내 상장 우선주의 상당수가 명칭과 달리 실질적으로는 '무의결권 보통주'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추가 또는 우선 배당이 액면가의 1~2% 수준에 그쳐 현재 주가와 비교하면 보장되는 수익률이 0.1%에도 미치지 못하고, 회사가 청산될 때 남은 재산을 나누는 순위도 보통주와 같다는 이유에서다.

의결권보다 큰 문제는 '차별'


그는 "한국의 상장 우선주는 사실상 무의결권 보통주"라며 "원인은 의결권 부재가 아니라 터널링(지배주주 등 특정 주주에게 이익을 이전하는 행위), 자사주 매입·소각과 공개매수에서의 차별"이라고 말했다. 이어 "LG·금호석유화학 등은 자사주 매입에서 우선주를 전면 배제했다"고 설명했다.

저평가된 우선주를 사들여 소각하는 것이 전체 주주에게도 효율적인 자본배분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강동오 우선주 리레이팅 캠페인 제안자는 "기업이 저평가된 자기 주식을 매입해 주주가치를 높이려 한다면, 보통주보다 현저히 싸게 거래되는 우선주를 외면하고 상대적으로 비싼 보통주만 매입하는 것이 과연 효율적인 자본배분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우선주가 보통주의 30% 가격이라면 같은 3000억원으로 약 3.3배 많은 주식을 취득·소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사회는 자사주 소각을 통한 주주환원에 최대 수십조원의 주주 자본을 사용하는 만큼, 보통주와 우선주 중 어느 쪽이 전체 주주가치에 더 유리한지 비교·검토하고 그 근거를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자사주 취득 과정에서 우선주 비중을 높인 사례도 있다. 강 대표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6월 30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 가운데 1000억원을 우선주에 배정했고, BYC도 이달 매입 물량의 약 3분의 2를 우선주로 구성했다.

"싼 우선주 외면할 이유 설명해야"


김 변호사는 제도적으로도 보통주와 우선주 간 차별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정 상법의 충실의무와 총주주 이익 보호·공평대우 의무를 무의결권 보통주에 적극 적용해 동순위 차별을 금지해야 한다"며 "의무공개매수제도를 도입하되 대상을 무의결권 보통주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삼성전자의 주주환원 정책도 우선주 디스카운트 해소의 분기점으로 거론됐다. 김수현 DS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가 2015년 자사주 프로그램 당시 매입액의 약 30%를 우선주에 배분한 뒤 괴리율이 10%대로 축소됐지만, 최근 프로그램에서는 배정 비율이 낮아지면서 가격 차가 다시 벌어졌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 주주환원, 우선주 향방 가를까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보통주 지분이 금산법상 한도와 맞물려 있어 보통주 소각을 늘리는 데 제약이 있는 만큼, 향후 자사주 취득 과정에서 우선주 배정 비중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김 센터장은 "역사적으로 삼성전자는 자사주 매입·소각의 최대 30%까지 우선주에 배정했다"며 "앞으로 자사주 매입·소각에서 우선주에 30%보다 더 많이 배분한다면 그게 우리나라의 표준이 되고, 다른 우선주 보유 기업들도 상당한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삼성이 내년 1월에 어떤 액션을 하느냐가 모든 걸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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