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미 연금 거물 PFG 지분 15%대 추진···자산운용·401(k) 노하우 흡수삼성화재, 영국 캐노피우스 지분 90%확대 검토···글로벌 기업보험 영토 확장국내 시장 성장의 한계 돌파···지분투자로 선진 인프라·역량 단숨에 확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해외 선진시장을 동시에 정조준했다. 삼성생명은 미국 퇴직연금 전문 금융그룹 프린시플파이낸셜그룹(PFG)을, 삼성화재는 영국 로이즈 시장의 특수보험 전문사 캐노피우스를 각각 핵심 타깃으로 정했다. 국내에서 확보하기 어려운 선진 보험·자산운용 역량을 인수해 미래 수익원을 다변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단순히 해외 사업의 외형을 키우기보다 선진 금융 역량을 확보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는 평가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각각 PFG와 캐노피우스 지분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PFG 지분 10%대 중반, 삼성화재는 캐노피우스 지분 80~90% 인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거래의 대상은 업종과 지역은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이미 성숙한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금융사의 사업 역량을 확보한다는 점이다. 국내 보험사가 해외에 법인을 세우고 영업망을 넓히는 전통적인 방식과 달리 현지에서 검증된 플랫폼과 전문성을 지분투자로 빠르게 확보하는 전략이다.
삼성화재가 지분을 추가로 인수해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려는캐노피우스는 영국 런던을 기반으로 로이즈 시장에서 기업성보험과 재보험을 영위하는 보험사다. 로이즈 시장에서 축적한 기업성보험 언더라이팅과 글로벌 리스크 평가 역량이 강점으로 평가된다. 삼성화재는 2019년과 2020년 캐노피우스에 투자한 뒤 지난해 추가 투자를 단행해 지분율을 18.9%에서 40%까지 높였다. 이번에 80~90%까지 지분을 확대하면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를 넘어 경영 참여를 통한 사업 시너지까지 강화할 수 있다는 평가다.
뿐만 아니라 캐노피우스는 삼성화재가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확보하기 어려운 글로벌 기업성보험 위험 인수 역량을 보완할 수 있는 파트너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실제 삼성화재는 캐노피우스와 미국에서 프론팅 사업을 진행하는 등 지분투자를 글로벌 사업 확대로 연결하고 있다.
실적도 투자 확대를 뒷받침한다. 삼성화재의 캐노피우스 지분투자 손익은 지난해 약 48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약 1680억원으로 247.6% 증가했다. 캐노피우스 역시 지난해 세전이익 7865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글로벌 손보시장의 경쟁 심화로 요율 상승폭이 둔화되는 상황에서도 언더라이팅 역량과 분산된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생명이 미국을 택한 이유는 조금 다르다. PFG는 미국 아이오와주에 본사를 둔 금융그룹으로 퇴직연금과 자산운용, 보험, 기업복지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한다. PFG는 미국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인 401(k) 시장에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사업 기반을 갖추고 있어 삼성생명으로서는 PFG의 퇴직연금 운용 경험과 고객 기반을 활용해 미국 연금시장에 진출하는 동시에 자산운용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 PFG는 2025년 말 기준 운용관리자산(AUA)은 1조8146억달러, 운용자산(AUM)은 7810억달러에 달하는 대형 금융 그룹이다.
대체투자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과 인프라 등 대체투자 시장에 대한 접근성과 현지 운용 경험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료를 받아 채권 등에 투자하는 전통적인 보험사의 자산운용 구조에서 벗어나 연금과 대체투자를 결합한 장기 수익 기반을 확보하려는 포석으로 볼 수 있다.
삼성생명이 최근 국내 보험사 인수보다 해외 금융사에 관심을 두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삼성생명은 KDB생명 예비입찰에 참여했지만 본입찰에는 최종 불참했다. 국내 보험사를 추가로 인수해 외형을 확대하기보다는 해외 선진 금융시장에서 필요한 사업 역량을 직접 확보하는 쪽에 무게를 둔 것으로 해석된다.
이완삼 삼성생명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해 상반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아시아 시장과 더불어 미국과 같은 선진시장에 대한 M&A 기회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영미권 선진 시장을 동시에 겨냥하는 배경에는 국내 보험시장의 성장 한계가 자리 잡고 있다. 저출산·고령화와 시장 포화가 맞물리면서 기존 보험료 수입만으로는 성장이 사실상 멈췄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보험업계의 수입보험료는 2023년 238조원에서 2024년 240조원, 지난해 267조원 수준에 머물며 제자리걸음을 이어갔다. 결국 성장 정체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에서 신규 고객과 자산을 확보하고 국내에 부족한 선진 금융 역량을 가져오는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자금 여력도 충분하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삼성전자 지분을 각각 8.51%, 1.49% 보유하고 있어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과 배당 확대가 이어질 경우 중장기적으로 해외 투자 재원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삼성화재는 ESG 보고서에서 "인오가닉 방식의 해외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선진국 및 신흥국 보험사에 대한 전략적 지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영민 삼성화재 경영지원실장(CFO) 역시 "글로벌 사업을 확장해 수익 구조를 다변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관계자는 "현재 구체적으로 결정되거나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뉴스웨이 이은서 기자
eun96@newsway.co.kr
뉴스웨이 이진실 기자
truth@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