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 개정안 국회 문턱 못 넘어비금전신탁 기반 상품 공급 불투명플랫폼과 신탁사 '빈 매대' 위기
내년 2월 토큰증권(STO) 제도 시행을 앞두고 조각투자 시장의 핵심 상품 공급 기반이 여전히 국회에 묶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저작권·미술품 등 비금전재산을 신탁하고 수익증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또 심사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19일 국회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2024년 11월 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이번에도 정무위 법안소위에서 밀리게 됐다. 김 의원의 개정안은 비금전재산신탁 수익증권 발행을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발행·판매·운용 단계의 투자자 보호 규정을 마련하는 내용이다.
이 법안은 지난해 11월 이후 네 차례 소위 안건으로 상정됐으나 아직 실질 심사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달 같은 취지의 법안을 냈다. 여야 간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다른 법안 논의가 길어지면서 정무위에서 계류된 채로 남았다.
비금전신탁은 현금이 아닌 재산권을 신탁 재산으로 삼는 구조다. ▲건물 임대 수익권 ▲음원 저작권 사용료 ▲미술품 처분 수익 ▲특허권 로열티 등이 대표적이다. 이를 신탁사에 맡기고 수익권을 증권으로 쪼개 투자자에게 판매한다.
투자자는 기초자산을 직접 공동 소유하는 것이 아니다. 신탁재산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배분받을 권리를 갖는다. 자산의 관리와 처분은 신탁사가 맡고, 투자자는 수익증권을 통해 투자·회수하는 방식이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신탁업자의 수익증권 발행을 사실상 금전신탁에 한정한다. 비금전재산을 활용한 조각투자는 일반적인 발행 경로가 막혀 있는 셈이다.
사업자들은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이나 자산유동화법상 유동화증권 발행, 투자계약증권 구조 등의 예외 경로를 활용해야 한다. 그러나 상품마다 규제 적용 여부와 인허가 가능성을 별도로 검토해야 하는 만큼 발행까지 걸리는 시간과 비용도 커진다. 표준화된 상품을 대량으로 공급하기도 어렵다.
직접적인 타격은 조각투자 플랫폼과 신탁사가 받고 있다. 플랫폼은 신규 상품을 내놓을 때마다 규제 특례나 복잡한 법률 구조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 신탁사도 비금전재산을 기반으로 수익증권 발행 업무를 넓힐 제도적 근거가 없다.
증권사도 마찬가지다. 증권사는 토큰증권 발행 주관, 인수·판매, 계좌관리, 유통 연계 등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안정적인 상품 파이프라인이 확보되지 않으면 관련 사업을 확대하기 어렵다.
내년 출범을 준비하는 장외 조각투자 거래소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현재 KDX와 넥스체인지 컨소시엄 양사는 금융당국의 본인가 절차와 거래 플랫폼 설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문제는 유통 인프라만 먼저 갖춰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발행 규모도 감소세다. 2024년 272억2000만원이던 발행액은 지난해 132억5000만원으로 줄었다. 올해는 48억7000만원에 그쳤다. 2년 만에 약 82% 감소한 수준이다. 신규 상품 공급이 위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업계는 입법 지연이 개별 사업자의 생존 문제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과 신탁사, 증권사가 제도 시행 일정에 맞춰 인력과 시스템을 투입했지만 상품을 내놓을 통로가 막혀 있다"며 "사업자들이 버티다 쓰러지고 있다는 현장 목소리를 국회가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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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한종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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