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파리 거쳐 도쿄로"···한섬, 럭셔리 롱런의 조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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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거쳐 도쿄로"···한섬, 럭셔리 롱런의 조건은

등록 2026.11.02 16:37

양미정

  기자

도쿄 시작으로 일본 고급 백화점 공략글로벌 시장에서의 브랜드 차별화 초점유럽 브랜드 운영 경험과의 시너지 기대

시스템 파리 FW26 파리 패션위크 현장. 사진=한섬시스템 파리 FW26 파리 패션위크 현장. 사진=한섬

한섬이 '시스템 파리'를 앞세워 일본 고급 패션시장 공략에 나선다. 파리 패션위크에서 선보여 온 컬렉션을 유럽 백화점에 이어 일본 주요 도시의 판매망으로 확장한다. 국내에서 성장한 브랜드를 해외 소비자에 맞게 재정비하고 현지 유통망에 안착시키는 전략이다. 우영미·준지 등 한국 출신 브랜드가 개척해 온 글로벌 고급 패션시장에서 한섬도 브랜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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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ck Point!

한섬이 시스템 파리로 일본 고급 패션시장 진출

유럽 백화점에서 일본 주요 도시로 판매망 확장

현지 유통망 안착 전략

숫자 읽기

일본 타츠노·우른 컨소시엄과 독점 유통 계약 체결

내년 2월 한큐 맨즈 도쿄 시작으로 2030년까지 매장 10개 확보 계획

맥락 읽기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 운영 경험을 활용

시스템 파리의 파리 활동 이력을 아시아 시장으로 연결

단순 수출 라인과 차별화된 사업 구조

향후 전망

컬렉션 차별성이 구매로 연결되는지 여부 중요

기존 매장의 판매와 유통사 재주문이 성장 뒷받침

한섬의 조직과 투자 기반 활용

핵심 코멘트

윤인수 한섬 경영지원본부장 전무, 일본 진출을 아시아 확장 및 글로벌 도약의 거점으로 삼아

중국과 동남아시아 진출 검토

타임 파리와 시스템 파리 중심의 글로벌 홀세일 사업 육성

2일 한섬에 따르면, 시스템 파리는 일본 타츠노·우른 컨소시엄과 일본 독점 유통 계약을 체결했다. 내년 2월 한큐 맨즈 도쿄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도쿄·오사카·나고야 등 주요 도시 백화점에 매장 10개를 확보할 계획이다. 타츠노는 유럽 섬유·의류 수입사이며, 우른은 에르마노 설비노와 말로 등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를 일본 백화점에서 운영해 온 기업이다.

이번 계약의 특징은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를 취급해 온 사업자가 시스템 파리의 일본 유통을 맡았다는 점이다. 한섬은 현지 백화점 영업과 매장 운영 경험을 활용할 수 있게 됐고, 컨소시엄은 기존 유럽 브랜드와 함께 전개할 상품군을 확보했다. 시스템 파리로서는 파리에서 쌓은 활동 이력을 아시아 시장의 판매 기반으로 연결하는 단계에 들어선 셈이다.

이 같은 사업 구조는 시스템 파리가 국내 브랜드의 해외 판매를 위해 만들어진 단순 수출 라인과는 차이가 있음을 보여준다. 시스템 파리는 2019년부터 파리 패션위크에서 선보인 시스템·시스템옴므의 글로벌 컬렉션을 독립 브랜드로 발전시킨 것이다. 해외 소비자를 겨냥해 소재와 디자인을 차별화하고, 파리에서 컬렉션을 공개하며 유통망을 넓혀왔다. 올해 1월에는 갤러리 라파예트 파리 오스만 본점에 정규 매장을 열었다.

컬렉션 발표와 상설 매장 운영은 사업에서 맡는 역할이 다르다. 패션위크가 디자인을 공개하고 브랜드를 알리는 무대라면 매장은 소비자가 실제로 상품을 선택하는 공간이다. 일본 진출로 판매 접점이 늘어나면서 시스템 파리도 인지도 확보에 이어 상품의 판매력과 사업 지속성을 확인하는 단계로 옮겨가고 있다.

한국 출신 브랜드 가운데는 이 경로를 먼저 밟아온 사례가 있다. 우영미는 2002년 파리에서 출발해 컬렉션과 해외 유통망을 구축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준지는 디자이너 정욱준의 창작 역량에 기업의 생산·유통 기반을 결합한 사례다. 한국 디자이너가 해외에서 고급 브랜드를 구축하거나 국내 패션기업이 이를 사업으로 육성하는 모델이 이미 형성돼 있다.

다만 한섬의 시스템 파리는 국내에서 성장한 브랜드의 상품 개발 경험을 해외 컬렉션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이들과 구분된다. 기존 시스템의 기획·생산 기반을 활용할 수 있는 동시에 해외 소비자에게는 별도의 브랜드 가치를 설명해야 하는 구조다. 국내에서의 인지도와 고객 기반이 해외에 그대로 적용되기 어려운 만큼 시스템 파리의 독립적인 디자인과 상품 구성이 경쟁력의 핵심이 된다.

글로벌 고급 패션시장에서 디자인 정체성이 중요한 이유는 브랜드의 사업 확장과도 연결된다. 일본인 디자이너 다카다 겐조가 1970년 파리에서 창업한 겐조는 동서양 복식을 결합한 디자인과 화려한 프린트·색채를 고유한 특징으로 발전시켰다. 이를 바탕으로 남성복·아동복·향수 등으로 영역을 넓혔고 1993년 LVMH에 인수됐다. 브랜드를 구분하는 특징이 여러 상품군으로 이어지면서 사업의 기반이 확대된 것이다.

시스템 파리의 해외 확장도 컬렉션의 차별성이 실제 구매로 연결되는지에 달려 있다. 새로운 시장에 매장을 열면 초기 매출은 늘어날 수 있지만, 이후 성장은 기존 매장의 판매와 유통사의 재주문이 뒷받침해야 한다. 대표 상품이 시즌을 넘어 판매되고 새로운 컬렉션에 대한 주문이 이어질수록 출점에 의존하는 비중은 낮아진다. 해외 점포 수와 함께 기존 판매처의 거래 지속성이 브랜드의 안착 여부를 보여주는 이유다.

한섬의 조직과 투자 기반은 이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자산이다. 컬렉션 제작부터 생산·물류·해외 영업까지 지원할 수 있어 개별 디자이너가 창작과 사업 운영을 함께 부담하는 구조와 차이가 있다. 반면 국내 사업에서 검증된 판매 방식과 해외 컬렉션의 차별성을 어떻게 결합하느냐에 따라 성과가 달라질 수 있다. 시스템 파리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한섬의 사업 역량을 활용하는 구조가 장기 성장의 관건인 셈이다.

일본에서는 현지 파트너의 운영 역량도 성과를 좌우할 변수다. 독점 유통 방식은 기존 백화점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지만, 상품 구성과 가격·할인 정책, 매장 서비스가 파트너의 운영과 맞물린다. 유럽에서 형성한 브랜드 이미지가 일본 매장의 판매 경험으로 이어지는지가 향후 아시아 확장의 기반이 될 전망이다.

윤인수 한섬 경영지원본부장 전무는 "일본 진출을 아시아 확장 및 글로벌 도약의 거점으로 삼아 현재 중국과 동남아시아로의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며 "타임 파리와 시스템 파리 중심의 글로벌 홀세일 사업을 한섬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해 글로벌 패션 기업으로 도약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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