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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일 주재한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규제에 막혀 실행되지 못했던 서울 성수동(뚝섬) 110층짜리 글로벌 비즈니스센터와 경복궁 인근 7성급 호텔 등 대기업이 추진해온 대형 건축 사업을 논의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로써 지난 2006년부터 현대차그룹이 야심차게 추진해온 글로벌 비즈니스센터 사업은 또 다시 규제에 막혀 추진이 어렵게 됐다.
이 건물의 건축이 또 다시 미뤄지면서 재계 안팎에서 형평성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 2008년 편법 특혜 논란 속에 승인을 받은 잠실 제2롯데월드와의 차이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1994년부터 제2롯데월드 건축 계획을 추진했으나 10년이 넘도록 승인을 못 받았다. 고도제한 문제와 서울공항의 활주로 이전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지난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이 건물의 건축 계획 승인은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국방부와 공군이 강하게 반대했지만 정부는 황급히 건축 계획을 승인했고 제2롯데월드는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승인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의 고려대 동기로 알려진 장경작 롯데호텔 총괄사장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이른바 ‘밀월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재계는 이번 결정에 대해 석연찮은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제2롯데월드는 여러 논란에도 빠르게 규제를 풀어준 반면 현대차는 서울시에 이어 청와대까지 심의를 보류했기 때문이다.
성남 서울공항의 활주로 문제와 연관이 있던 잠실 제2롯데월드와 달리 뚝섬 비즈니스센터는 고도제한과 무관하다. 일반주거지역인 이 땅을 준주거지역으로 용도 변경하는 문제와 교통 혼잡 영향 정도만이 논란거리다.
그러나 제2롯데월드는 안팎의 논란 속에서도 정부가 ‘승인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번 사안과는 판이하게 다른 대응 방식이다.
현대차그룹 측은 아쉽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그룹 내의 신축 추진 작업은 일단 중단된 상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인·허가만 남겨놓은 상태에서 서울시가 도시계획을 바꾸는 바람에 일이 꼬였다”며 “상황에 따른 ‘건별 승인’을 기대했지만 원칙만을 내세우는 행정이 대기업의 경제활동을 발목 잡은 셈”이라고 아쉬워했다.
한편 뚝섬 글로벌 비즈니스센터의 건립 무산으로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의 사옥 부족 문제는 당분간 계속 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기아차와 현대모비스, 이노션 등 뿔뿔이 흩어진 현대차그룹의 주요 계열사를 이곳으로 집결시키고 남양기술연구소의 일부 조직을 뚝섬 비즈니스센터와 양재동 현 사옥에 분산 배치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이미 일부 계열사들은 사용 공간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역삼동의 오피스타워 일부에 세 들어 살고 있는 현대모비스와 이노션은 건물 사용에 대해 불편함을 겪고 있고 남양기술연구소는 연구 인력이 일할 공간이 부족해 매년 부서 배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재계 관계자들은 앞으로 매 분기마다 무역투자진흥회의가 열리는 만큼 하반기에는 대기업이 추진하고 있는 건축 사업에 대한 규제 문제가 희망적으로 풀리길 기대하고 있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자동차업계에 손꼽히는 대기업이지만 업무 공간은 글로벌 기업의 수준에 못 미칠 정도로 협소하다”며 “자동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차원에서라도 뚝섬 비즈니스센터 건축 문제가 잘 풀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andrew.j@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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