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는 지난 4월 한 달간 미국 시장에서 11만871대(현대차 6만3315대, 기아차 4만7556대)를 판매해 8.6%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양사 통합 점유율 순위로는 9.4%의 혼다에 이어 6위에 올랐다.
현대·기아차의 4월 전체 판매 실적은 일본발 엔저 정책의 영향으로 7.3%까지 떨어졌던 지난해 12월에 비하면 훨씬 나아진 수치다. 주력 차종인 현대차 아반떼(미국명 엘란트라)와 기아차 K5(미국명 옵티마), 쏘울 등 중형급 차종의 판매 호조가 실적 향상을 이끌었다.
그러나 회사의 수익성을 결정하는 준대형급 이상의 차급에서는 성적이 신통치 않다. 현대·기아차의 준대형급 이상 차종(그랜저·제네시스·에쿠스·K7)의 4월 총 판매량은 4315대로 지난해보다 12.4% 줄었다.
연간 누적 판매량은 1만5951대로 지난해보다 12.6% 늘었다. 그러나 신차 효과 덕에 지난해보다 3배 이상 많이 팔린 그랜저(미국명 아제라)의 판매량을 뺀 나머지 차종의 총 판매량은 10.4%의 감소세를 기록했다.
차종별로는 지난해 4월 출시된 그랜저가 신차 효과의 영향으로 올 4월 1409대를 판매하며 지난해 4월보다 47.8%의 판매량 신장을 보였을 뿐 나머지 차종은 판매량이 모두 떨어졌다.
제네시스는 2584대를 팔았고 에쿠스는 261대를 파는데 그쳤다. 이들 제품의 판매량 감소율은 각각 37.3%, 34.5%에 달했다. 4월까지 연간 누적 판매량에서도 제네시스는 지난해보다 10.1% 감소한 1만697대를 판매했고 에쿠스는 19% 줄어든 1075대를 파는데 그쳤다.
반대로 경쟁 차종인 렉서스 LS는 올 4월 700대를 판매해 지난해 4월보다 판매량이 59.8% 늘었다. 연간 누적 판매량도 3560대를 판매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4%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상황이 변하자 현대·기아차는 비상 상황을 선포했다. 양재동 본사를 비롯해 해외 법인에서 영업 관련 임원들이 참석하는 회의가 잦아졌고 현지 시장 상황을 체크하는 움직임이 바빠졌다. 브랜드 이미지 홍보 전략을 위한 대책 수립에도 착수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준대형급 차종의 판매량은 브랜드 이미지가 큰 영향을 미친다”며 “현재 진행 중인 ‘리브 브릴리언트’ 캠페인 등 브랜드 이미지 제고 전략을 강화해 준대형급 이상 차종의 판매량 확대에 힘을 기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기아차 준대형급 차종의 흥행 반전 여부는 오는 5월 이후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기아차가 야심차게 출시하는 준대형 신차 K7(미국명 카덴자)이 5월부터 본격적인 마케팅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4월 한 달간 61대를 판매하는 것으로 출발선을 끊은 미국형 K7은 그랜저보다 비싼 가격에 출시됐다. K7의 판매 성적에 따라 향후 K9의 수출 시점과 예상 판매량 등이 판가름 날 것으로 업계 안팎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자동차업계 다수의 관계자들은 “엔저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것이 현대·기아차에게 주어진 가장 큰 숙제”라며 “현지화된 프리미엄 마케팅과 품질력 홍보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andrew.j@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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