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상황 힘들수록 맞춤형 재무설계 필요성 대두
50대보다 30~40대 연령층이 미래대비 더 큰 관심
지난달 직장에서 정년퇴직한 신중기(54)씨는 지난달 한 금융사에서 진행한 은퇴프로그램을 듣고 바로 은행과 보험사를 찾았다. 퇴직금과 연금으로 노후를 보내려고 했던 생각을 바꾼 것이다.
신씨는 “애초에 장사를 해보려고 했지만 경험도 없고 문제는 경제상황이 좋지 않아 포기했다”며 “퇴직금과 연금으로도 충분히 생활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프로그램을 듣고 생각을 바꿨다”고 말했다. 신씨는 은행에서 월 복리 연금식 적금과 월지급식 펀드, 주택연금 등을 안내받고 운용방법에 대해 자세하게 들었다.
신씨 처럼 최근 불안한 경제상황과 자신의 안전하게 자산을 유지하는 방법을 묻는 은퇴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와 프라이빗뱅크(PB)를 통해 은퇴설계를 요청한 사례도 두 배이상 증가했다. 사실 금융권에서는 2년 전부터 ‘베이비부머’에 맞춰 각종 은퇴설계프로그램과 상품을 꾸준히 쏟아냈다.
올해 들어서 은퇴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금융사 간 소리 없는 각축전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은퇴전용상품과 상담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는 금융사들이 크게 늘었다. 그동안 가동했던 은퇴설계 프로그램도 최근 추세에 맞게 대폭 수정하는 등 은퇴 시장 전력을 가다듬고 은퇴연구소 설립과 함께 핵심 인력을 늘이는 등 총력을 기울이는 양상이다.
금융권은 2010년부터 회사별로 은퇴설계연구소를 만들었다. 금융권에서는 2005년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가 첫 문을 열었다. 당시에는 금융보다는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창업에 더욱 관심이 많았던 해였다. 금융위기가 찾아오면서 많은 창업자들이 부도를 맞으면서 노후설계에 따른 자금 활용에 더욱 주목했다.
2010년 문을 연 삼성증권 은퇴설계연구소는 이런 상황을 감안해 작년에서 연구 인력을 35명 수준으로 늘렸다. 첫 출범 보다 10명이상 늘어났다. 이후 2011년 우리투자증권 100세시대 연구소, 대우증권의 미래설계 연구소 등이 문을 열었고 작년에는 신한은행, NH농협금융지주, KB금융지주, 대한생명이 은퇴 관련 연구소 문을 열었다.
금융권이 이렇게 은퇴연구소를 서두른 이유는 베이비부머세대의 은퇴가 시작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가장 많이 가진 주택연금은 2010년부터 꾸준히 팔렸지만 최근 부동산 침체로 주춤해졌다. 일방적인 상품만으로 고객을 선점하기 힘들다는 결론 때문이기도 하다. 이미 은퇴를 하거나 은퇴를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한 ‘맞춤형’이 필요하다는 점을 제대로 각인 시킨 셈이다.
금융권이 은퇴프로그램을 크게 늘인 이유는 또 있다. 최근들이 관련 상품들을 찾는 세대가 30~40대로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 자산운용사가 내놓은 ‘은퇴준비지수’를 살펴보면 50대 보다 30대가 각종 연금 등 미래 재무설계에 더 많은 신경을 쏟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에 임박하거나 은퇴 이후에 준비하는 것이 아닌 30대부터 은퇴를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보건복지부가 35~64세 사이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노후 생활비 준비가 부족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68.8%에 달했다. 소득자산 항목에서도 노후 준비가 가장 취약했다. 이상태로라면 은퇴 이후 큰 문제가 될 것이라는 점을 벌써부터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은행과 보험 등 금융권은 맞춤형 노후준비 상품을 속속 쏟아내고 있는 큰 이유다.
금융권은 최근 직장으로 직접 찾아가 은퇴 준비의 필요성과 관련 상품을 소개하는 코너도 속속 만들어 내고 있다. 삼성증권은 올해 4월 대한상공회의소 업무협약을 맺고 직접 중소기업을 찾아 퇴직연금, 은퇴자금 활용법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본격적인 은퇴를 시작한 이후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에서 30대부터 노후준비를 시작하고 있어 은퇴시장이 매우 커졌다”며 “앞으로 시장 선점을 위해 금융권에서도 다양한 상품을 쏟아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재영 기자 sometimes@
뉴스웨이 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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