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홍보를 위해 한국을 찾은 폴 포츠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수차례 한국 방문이지만 매번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느끼는 감정이 새롭단다. 목소리 하나로 전 세계를 사로잡은 그는 세계적인 스타로 거듭났지만 아직도 지금의 자신이 많이 낯설다며 쑥스러워했다. 인종이 다른 ‘백인’ 남성, 그것도 세계적인 스타가 쑥스러워 하는 모습이 참 이채로웠다.
“대체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게 지금 이 순간도 믿겨지지 않아요. 남들 앞에서 얼굴도 잘 들지 못하던 내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노래를 하는 가수가 됐다니. 7년 전 오디션 프로그램을 나갔을 때 이런 일을 상상했냐고 주변에서 물어보기도 해요. 만약 당신이라면 그럴 수 있겠어요?(웃음)”
그런 그에게 또 한 번의 난리가 났다. 자신의 얘기를 영화로 만들자는 제의가 온 것이다. 아니 이미 개봉해 전 세계적으로 감동의 물결을 자아내고 있다. 사실 한 인물에 대한 일대기는 그 사람이 죽거나 또 엄청난 업적을 남겼을 경우 등 드문 케이스다. 그런데 폴 포츠가 거기에 합류한 것이다.
“처음엔 내 얘기를 영화로 만들겠다는 제작자의 말을 듣고 ‘이 사람이 지금 미친건가’란 생각을 했어요. 자 생각을 해보세요. 폴 포츠란 사람의 얘기로 영화를 만들겠다고? 나처럼 재미없는 사람의 얘기를? 하하하. 그냥 너무 웃겼어요. 그런데 설명을 들어보고 난 뒤 영화화에 동의를 했죠. 솔직히 지금도 많이 쑥스럽고 황당하기도 하고 그래요.(웃음)”
사실 영화화는 그가 세계적인 주목을 끈 2007년에 처음 얘기가 나왔다. 현실적인 부분들을 해결해 나가며 영화 제작에 대한 문제점을 하나씩 해결해 나갔다. 시나리오 작업은 2009년부터 시작됐다. 폴 포츠는 영화화를 하면서 한 가지 조건을 걸었다고 한다.
“일부에선 내 얘기인 ‘원챈스’가 너무 코미디적인 흐름으로 가는 게 마음에 드느냐고 묻기도 해요. 그런데 난 분명히 조건을 걸었어요. 절대 다큐멘터리로 만들지 말라고. 난 영화를 보면서 사람들이 웃어야 메시지를 전달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절대 내 얘기를 보면서 울거나 심각해지는 것을 원치 않았죠. 공감을 얻기 위해선 가벼운 마음으로 웃기를 바랐습니다.”
완성된 영화는 유쾌했다. 사랑스러웠다. 왕따에 비루한 인생으로 살아온 그를 동정하지도 않았다. 그 점이 ‘원챈스’의 매력으로 다가왔다. 폴 포츠가 직접 영화에 출연하지는 않았지만 관객들은 ‘원챈스’를 통해 폴 포츠를 직접 느낄 수 있다. 영화 전반에 흐르는 OST가 그의 목소리였다.
“다른 사람의 입에서 내 목소리가 나오는 게 정말 신기하더군요. 물론 OST는 전부 내가 녹음했어요. 처음에는 실제 배우가 녹음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어요. 하지만 스토리의 맥락을 짚어 볼 때 실제 인물인 내가 하는 게 더 좋을 수도 있다는 의견이 많았어요. 아주 즐겁게 녹음했어요. 아주 잠깐 카메오 출연도 고려했는데 이 외모로 나오기엔 좀 부족했죠(웃음)”
폴 포츠에게 가장 중요한 단어는 꿈과 기회 그리고 용기다. 폴 포츠가 곧 ‘꿈’ ‘기회’ ‘용기’였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끊임없이 노력하면 그 기회는 나에게 오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 기회 앞에서 주춤하지않고 용기를 내야 해요. 두렵지만 계속 움직이는 게 용기에요. 그러면 꿈은 바로 내 옆에 살며시 다가와 있을 거에요.”
김재범 기자 cine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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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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