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화 끝낸 일본, CBDC정책 선회한 중국한국은 법안 지연에 발목 잡혀 제자리걸음한국은행 '신중론' 기조에 업계 위기감 커져
화이트리스트 도입 시작으로···일본, JPYC 발행 일사천리
한·중·일 중 가장 앞서나가는 것은 일본이다. 앞서 일본은 가상자산 거래소에 상장할 코인을 대상으로 엄격한 사전심사 제도인 '화이트리스트'를 도입하는 등 가상자산 규제 정책을 일변도로 추진했다.
스테이블코인 정책도 마찬가지다. 지난 2023년 일본은 자금결제법을 개정해 은행, 신탁회사, 자금이동업자만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가능하도록 규정했다. 이 같은 결실로 일본 금융청은 이달 중 처음으로 엔화 표시 스테이블코인을 승인해 올 가을 발행될 수 있도록 추진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금융청이 핀테크 기업 JPYC를 이달 안에 스테이블코인 발행 가능 사업자로 승인하고 등록할 방침"이라며 "이를 통해 법정통화와 가치가 연동되는 엔화 표시 스테이블코인이 처음으로 발행되게 된다"고 설명했다. JPYC가 발행할 스테이블코인 명칭은 'JPYC'로, 1JPYC가 1엔의 가치를 유지하도록 예금이나 국채 등 자산을 확보해 해당 스테이블코인의 가치를 뒷받침할 예정이다.
JPYC는 향후 3년간 1조엔(약 9조4000억원) 규모 발행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국제송금·법인결제·탈중앙화 금융(DeFi) 등 다양한 부문에서 활용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중국, CBDC서 스테이블코인으로 눈길 돌려
스테이블코인에 다소 부정적이었던 중국 당국도 최근 전략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2021년 금융 안정 우려를 이유로 가상자산 거래·채굴을 금지한 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강력하게 밀어붙였으나 미국 트럼프 2기 집권 이후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영향력 확대가 본격화되자 이를 재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글로벌 결제 시장에서 위안화가 점유율 확보에 실패한 것도 당국의 고민을 키웠다. 실제로 지난 6월 기준 글로벌 결제에서 위안화 비중은 2.88%로 2년 내 최저치를 기록해 달러(47.19%)와 여전히 큰 격차를 보였다. 그간 엄격한 자본통제와 대규모 무역흑자 구조로 위안화의 국제적 위상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인민은행은 이달 말 '스테이블코인 활용 로드맵'을 심의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홍콩과 상하이가 정책 실행의 전진 기지 역할을 맡는다. 이미 홍콩은 5월 스테이블코인 면허 제도를 통과하고 이달 1일부터 관련 법을 시행했다. 홍콩 달러와 연계되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거나 소비자에게 마케팅을 원하는 업체는 홍콩금융관리국의 면허를 필수로 소지하도록 했다.
여기에 당국은 상하이에 디지털 위안화 국제 운영센터 설립을 추진 중이다. 중국은 오는 31일부터 9월 1일까지 톈진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도 위안화와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국경 간 결제를 의제로 다룰 계획이다.
당국 소극론에 '올스톱' 한국···본격 논의는 언제?
일본과 중국이 각각 법제화를 통해 정부 당국이 밀어붙이는 상황과 달리 한국은 제자리걸음 중이다. 국회에서는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스테이블코인 법안을 발의했지만 여야 필리버스터를 비롯한 다툼으로 정무위원회 일정이 지연되면서 논의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토큰증권(STO) 법안 ▲디지털자산기본법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관련 개정안까지 한꺼번에 밀리며 전체 제도화 로드맵이 멈춰선 상태다. 최근 정무위는 8월 말 예정된 결산 일정과 9월 초 금융위원장 인사청문회까지 겹쳤다.
정치권과 업계에서는 사실상 10월 전까지 실질적 논의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위원장이 관료 출신이 아닌 탓에 현안 파악과 관련해 시간이 소요되는 점과 금융위가 준비한 '가상자산 기본법 2단계'안도 10월 발표 예고가 나오면서 기존 법안과 상충되는 안에 대해 숙의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의 반대 기조도 뚜렷하다. 한은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규제 부재와 불안정성을 지적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9일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규제 수준이 높은 은행권을 중심으로 발행을 허용한 후 점차 확대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며 "외환 유출, 고객확인, 통화정책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정부나 민간기업 중심으로 주도하는 흐름과는 정반대인 상황이다.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경제보좌관 겸 통화경제국장도 21일 세계경제학자대회(ESWC)에서 "혁신성에도 불구하고 자본유출 리스크가 크다"고 신중론을 펼치며 한은의 손을 들어줬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그렇다 쳐도 중국이 무서운 속도로 시장에 진입하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가치가 존재할지 미지수"라며 "은행이 지금까지 한 번도 혁신을 보여준 적이 있냐. 한은이 말하는 방식과 지금의 속도처럼 간다면 쓰임새는 사실상 0에 가까울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한종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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