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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to 6’의 붕괴···재계, 유연하게 일하는 법 깨닫다

[포커스]‘9 to 6’의 붕괴···재계, 유연하게 일하는 법 깨닫다

등록 2014.03.17 14:31

수정 2014.03.17 14:33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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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의 입에 오르는 말 중에 ‘책상에 오래 앉아있다고 무조건 성적이 오르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일의 양보다 질이 먼저라는 뜻이다.

우리 기업 사회에 오랫동안 뿌리를 내렸던 ‘9 to 6(오전 9시 출근-오후 6시 퇴근)’ 원칙이 서서히 붕괴되고 있다. 대신 근무자의 환경, 능력에 따라 출근 시간은 물론 출근 지역까지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유연근무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다수의 기업들이 지난해부터 이른바 ‘플렉서블(Flexible) 타임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시행 기업의 숫자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플렉서블 타임 근무제’란 정해진 근로시간의 범위 내에서 각 직원이 원하는 시간대에 근무할 수 있도록 유연하게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제도다.

예를 들어 출근 전 자신의 업무 능력 배양을 위해 어학 공부나 체력 증진을 희망하는 근로자는 다른 이들보다 1시간 늦게 출근해 1시간 늦게 퇴근하는 형태로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

이 제도는 융통성 있게 근로시간을 운용해 근로자들의 근무 능률과 회사의 성과를 동시에 높일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이미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은 1990년대 후반부터 이 제도가 적극 보급됐지만 우리나라는 보수적인 기업 문화 탓에 보급이 조금 늦은 감이 있다.

특히 플렉서블 타임 근무제는 여성들의 경제 활동 참여가 늘어나면서 ‘일과 가정의 양립’을 추구하는 기업들이 적극 활용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 고용 촉진 정책인 ‘시간 선택제 일자리’ 역시 플렉서블 타임 근무제에서 파생된 사례 중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시간 선택제 일자리 정책 시행 이전부터 플렉서블 타임 근무제를 활용하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기업은 SK그룹이다.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 SK C&C 등 대부분의 SK그룹 계열사는 이 근무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SK그룹의 일부 계열사는 오후 7시 이후의 야근을 원천적으로 막는(?) ‘초과근무 제로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필요 없이 무리하게 야근을 했음에도 실적이 좋지 않을 경우에는 해당 업무 파트의 상급자에게 오히려 벌을 주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주된 내용이다.

삼성전자가 ‘워크 스마트’ 트렌드의 일환으로 지난 2009년부터 시행한 ‘자율 출근제’는 이제 완전 정착 단계에 이르렀다.

자율 출근제는 오전 6시부터 오후 1시 사이 임직원이 원하는 시간에 출근해 하루 8시간 동안 근무하고 퇴근하는 형식의 근무제다.

아울러 스마트 시대의 도래에 맞춰 2011년 도입된 ‘재택·원격근무제’도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

일주일의 하루는 퇴근 시간을 기존보다 앞당기는 기업은 더 많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매주 금요일을 ‘패밀리 데이’로 정하고 각 계열사 직원들에게 편한 차림의 출근을 권하고 있다.

퇴근시간도 기존 시간보다 1시간 빠르다. 일찍 퇴근한 뒤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라는 취지에서 시행된 제도다.

이외에도 오후 7시가 되면 직원들 컴퓨터의 전원을 자동으로 차단하는 현대백화점, 직원들에게 단체 배낭여행을 보내는 현대카드, 근로자들의 재충전을 위한 장기 휴가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에쓰오일과 한국GM 등 근로자들에게 여유를 제공하는 기업이 속속 늘어나고 있다.

플렉서블 타임 근무제의 시행 효과는 상당히 고무적이다. 각 기업들의 경영 실적이 늘어남은 물론 현장 직원들의 애사심과 업무 집중도가 늘어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물론 비판적인 목소리도 있다. 지나친 근무 유연성 강화는 팀 중심의 기업 문화를 자칫 해칠 수 있고 업무 몰입도도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더불어 근무 유연성 강화 이후에도 성과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근태 관리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여전히 우리나라의 기업 문화에서 보수적인 면이 강하기 때문에 근무 유연성 강화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근무 유연성 강화에 대한 정책적 혜택을 부여한다면 더 많은 기업이 이 트렌드를 따라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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