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분당 등 추진 단지 한정적경험부족 등 건설사도 유보적수직증축 세월호 탓 안전 도마위
공동주택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허용됐다. 안전을 이유로 반대했던 국토교통부가 정부의 ‘시장 활성화’ 방침을 받아들이면서 전격적으로 추진하게 됐다.
서울을 비롯해 분당 등 고층아파트가 밀집한 1기 신도시 지역은 호재로 인식, 호가가 오르는 등 높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수익성 탓에 건설사들은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안전 문제 역시 지속해서 제기되는 등 불안 요소가 산적해 당장 활성화 가능성은 낮다.
◇560여만가구 최대 3개 층 증축 가능 = 리모델링을 원하는 공동주택은 15% 내에서 가구 수를 늘릴 수 있다. 15층 이상 공동주택은 최대 3개 층, 14층 이하는 최대 2개 층까지 층수를 높일 수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개정된 법률에 따라 리모델링이 가능한 공동주택은 전국적으로 아파트 443만가구를 비롯, 약 559만1000가구(19만3000동)에 이른다.
문제는 전국적으로 대상 가구는 많지만 실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단지는 한정적이라는 데 있다.
기존 1대 1 방식보다 사업성이 훨씬 높아졌지만, 여전히 사업성이 떨어져 사업 추진은 강남권과 일부 1기 신도시에 제한되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분양을 통한 리모델링 공사비 절감은 아파트값이 3.3㎡당 1800만원은 돼야 사업성이 나올 전망”이라며 “강남권과 목동, 분당 등 수도권 일부 신도시를 제외하곤 추진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분당을 제외한 나머지 단지는 대체로 조용한 편이다.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수원 정자동 동신1∼3차는 기대감은 높지만 투자 수요자의 움직임이 잠잠한 편이다.
평촌 일대도 비슷하다. 중소형이 많은 호계동 목련대우·선경, 우성3단지 등이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나 중대형이 껴있는 다른 단지는 대부분 관망세인 것으로 전해진다.
◇사업성? 건설사들도 ‘갸우뚱’ = 건설사들은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되리라고 기대하는 눈치지만, 본격적인 사업 진출에는 유보적이다.
안전상 문제와 사업성을 장담할 수 없다 보니 쉽게 덤벼들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리모델링 경험이 거의 없다시피 한 점도 이를 가중시킨다.
현재 삼성물산과 대림산업과 GS건설, SK건설, 현대산업개발, 한화건설, 쌍용건설 등이 리모델링 전담팀을 꾸리거나 전담자를 두고 시장상황 등을 따져보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리모델링 수요가 얼마나 있는지, 수익성이 나는 사업인지 관심이 높다”면서도 “재건축보다 건축비 등 문제로 큰 매력이 없으리라는 전망이 있어 관망하는 중이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재건축이 더 낫다고 판단하는 단지도 적지 않아 당장 리모델링 시장이 활성화하지는 않으리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성남 분당구 정자동 한솔주공5단지를 맡은 현대산업개발 역시 유보적이다. 현산은 이 사업 후 앞으로 리모델링 사업에 뛰어들지를 결정할 계획이다.
반면, 국내 건설사 중 리모델링 경험이 가장 풍부한 쌍용건설은 자신감을 드러냈다.
자사가 수주한 수원 정자동 동신1∼3차, 강동구 오금동 아남아파트 등 7개 리모델링 단지에 대해 수직증축을 적용한 설계에 착수한다.
쌍용건설은 단지 전체 리모델링 국내 1호인 방배 예가부터 국내 최초로 2개 층을 수직증축한 밤섬 예가까지 총 4개 단지 974가구를 완공한 바 있다.
◇세월호 참사 여파 ‘안전성’ 문제 더 커져 = 그동안 국토부는 ‘파일·기초·보강공사가 필요하나 정밀 시공 한계에 따라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등 이유로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반대했다.
기존 건축물이 리모델링하는 만큼 큰 하중을 받게 되고, 증축한 부분과 접합 정밀도가 불확실한 상황이다. 또 과밀도가 높아지는 점은 아직까지 문제로 지적받고 있다.
건축 당시 구조도면이 있는 단지만 허용되고 두 차례에 걸친 안전진단과 구조안전성 검토 등을 거치도록 했지만 불안감은 여전하다.
이번에 침몰한 세월호가 객실을 수직증축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이 불안감을 더 증폭시켰다. 세월호는 2012년 객실을 수직증축하면서 무게중심이 높아져 배가 옆으로 기울었을 때 복원력이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정부와 정치권에 대해 비난을 퍼붓기도 한다. 시장이 원하는 것을 전격적으로 수용해 부동산을 살리겠다는 의지는 좋지만 국민 안전을 담보로 집값 떠받들기에 나섰다는 이유에서다.
장재현 부동산뱅크 팀장은 “세월호 사태로 안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황에서 자칫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며 “더구나 사업 가능성이 담보된 곳이 한정적인 만큼 시장 활성화 측면에서도 미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지성 기자 kjs@
뉴스웨이 김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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