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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자’, 진실과 거짓의 무거운 판단 기준

[무비게이션] ‘제보자’, 진실과 거짓의 무거운 판단 기준

등록 2014.09.17 17:12

김재범

  기자

 ‘제보자’, 진실과 거짓의 무거운 판단 기준 기사의 사진

진실과 거짓의 차이가 무엇일까. 진실은 사실 있는 그대로다. 반면 거짓은 존재 하지 않은 것을 마치 존재하는 것처럼 꾸며내는 것이다. 그렇다면 의문점 한 가지. 이 두 가지를 판단하는 근거와 그 근거를 판단하는 몫은 과연 누구의 것일까. 영화 ‘제보자’가 그것에 대한 명쾌하고 정확하며 확신에 찬 해답을 제시한다.

‘제보자’는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2004년 인간 체세포 복제에 성공한 한 국내 과학자의 얘기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그리고 이듬해 한 지상파 방송사가 해당 과학자의 체세포 복제 성공이 조작된 것이란 사실을 공개하며 전 세계가 공황상태에 빠졌다. 이 두 가지는 분명한 진실이다. 입증된 사실이다. 하지만 그 사실은 지금도 어딘 가에선 거짓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 과학자에게 모든 희망을 걸었던 난치병 환자와 그 가족들은 세상이 밝혀낸 진실을 지금도 거짓이라고 믿고 있다. 진실과 거짓의 차이, 그 아이러니의 간격이 영화 ‘제보자’의 간격과 같다.

 ‘제보자’, 진실과 거짓의 무거운 판단 기준 기사의 사진

영화의 전체 스토리는 이미 그 사건을 통해 알려진 바 그대로다. 차이점은 영화 제목처럼 ‘제보자’가 등장한다. 실제 사건 역시 제보자를 통해 드러났겠지만, 영화에선 해당 제보자를 통해 인간적 갈등 그리고 진실과 거짓을 대하는 세상의 판단 근거를 제시한다. 그 근거의 실체는 바로 믿음이다.

영화에서 방송국 PD 윤민철(박해일)은 제보자 심민호(유연석)의 정보가 이장환(이경영) 박사의 권력으로 인해 진실에서 순식간에 거짓으로 바뀌고 공들여 취재를 한 결과물이 방송 불가 판정을 받자 경영진들에게 항의를 한다. 하지만 한 경영진은 윤 PD에게 대꾸 할 수 없는 불가 이유를 내놨다. “제보자 정보의 진실 유무는 중요하지 않다. 대중들이 이미 그것을 믿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제보자’, 진실과 거짓의 무거운 판단 기준 기사의 사진

이 대사 한 줄은 ‘제보자’가 그리는 진실과 거짓의 혼동성을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간다. 그 혼동은 사실 영화 속에 살아 숨쉬는 인물들도 뒤흔들고 있다. 11개의 체세포 복제 샘플이 모두 거짓이란 심민호의 주장에 모두들 “한 개는 있지 않겠냐” “설마 한 개는 있겠지”라고 의혹을 제기한다. 이미 대중들에게 진실과 거짓의 무게 차이는 중요하지 않다. 아니 진실인지도 거짓인지도 중요한 게 아니다. 거짓과 진실의 구분 자체가 무의미해 졌다는 것이다. 결국 거짓과 진실을 합친 믿음이란 보이지 않는 폭력이 대중들을 알게 모르게 병들게 만들고 있었다.

관객들은 아마도 윤민철PD와 심민호의 대화 속에서 자신이 믿고 싶은 쪽이 심민호의 진실인지 아니면 대중들의 믿음인를 확인하는 기회를 얻을 것이다. 윤 PD는 이장환 박사의 계략으로 심민호의 제보가 거짓으로 탈바꿈되자 심민호를 만나 항의한다. 대체 무엇이 진실인지. 하지만 심민호는 증거도 없고, 그것을 증명할 길도 없다고 한다. 윤PD는 증거를 원하고 심민호는 믿음을 원한다. 윤 PD는 “난 모든 것을 걸고 이 자리에 섰다”고 소리친다. 하지만 심민호는 “난 모든 걸 버리고 이 자리에 왔다”며 항변한다. 진실을 위해 모든 것을 건 남자와 모든 것을 버린 남자. 두 사람의 눈빛에서 관객들은 과연 진실의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는 찰나의 판단에 서게 된다.

 ‘제보자’, 진실과 거짓의 무거운 판단 기준 기사의 사진

영화는 오프닝부터 시종일관 진실과 거짓의 간극이 어디까지 벌어질 수 있고, 그 간극 속에 관객들의 혼돈이 어느 지점에 머물러야 할지를 조율한다. 군더더기 없는 사건 위주의 전개 방식과 빠르게 치고 나가는 공방 속에서 관객들은 일종의 배심원이 돼 자신의 판단 기준을 세워야 한다. 영화 속에서 윤민철 PD는 “최소한 국민들이 판단할 기회는 제공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항변한다. 그 기회를 제공 받은 당신은 과연 어떤 것이 진실이고 어떤 것이 거짓인지 자신의 몫을 다 할 수 있겠는가.

 ‘제보자’, 진실과 거짓의 무거운 판단 기준 기사의 사진

영화 중반 윤PD가 이장환 박사가 복제한 개 ‘몰리’가 사는 사찰을 찾아간다. 그 사찰의 주지승은 “개가 박사님을 닮아 아주 똑똑하다”며 웃지 못할 믿음을 전한다. 믿음의 결정체인 종교조차 현혹시키는 진실과 거짓의 차이. 그리고 윤PD의 방송국 앞을 가득 메운 춧불집회 군중. 섬뜩한 믿음의 폭력이 담긴 두 장면이다.

영화 ‘제보자’가 끝까지 당신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당신에게 진실은 무엇이고 거짓은 무엇인가. 개봉은 다음 달 2일.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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