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 심장을 뛰게 하는 사람 생겼죠. 머릿속엔 온통 그 남자 생각뿐. 말 한 마디 못 붙이고 눈도 못 쳐다봐요. 지금도 두근두근대요 혼날까봐” 상사병~상사병~상사병~ 직장인이 되면 걸리는 불치병”
웃프다(웃긴데 슬픈 상황을 표현하는 신조어). 듣고 있자니 씁쓸한 웃음이 새어 나온다. 지난달 28일 방송된 KBS2 예능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 ‘렛잇비(Let it be)’의 한 대목. 주말 내내 꿀 같은 휴식을 보내고 월요일 출근한 직장인의 힘든 일상을 일컫는 ‘월요병’에 대해 노래해 방송 직후 네티즌들의 뜨거운 공감을 얻었다.
◆ ‘직장 생활’ 콘텐츠의 성공 비결은 공감 코드
이처럼 ‘렛잇비’는 현실적인 가사로 직장인의 애환을 어루만진다. 사원증을 목에 건 네 명의 개그맨들은 신입사원, 대리, 부장으로 각각 분 해, 말단 사원의 애환과 중간 계층의 애로를 노래로 표현한다.
노래 말미의 후렴구는 무대 위 개그맨과 함께 객석의 방청객 모두 양 손을 머리 위로 흔들며 함께 부른다. 객석에서는 웃음과 탄식이 반복된다. 그 저변에 공감 코드가 깔려 있는 것.
직장 생활을 소재로 삼은 콘텐츠는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20일 첫 전파를 탄 tvN 직장 리얼리티 예능프로그램 ‘오늘부터 출근’(연출 고민구)은 실제 직장을 통째로 담았다. 방송인 김성주, 가수 박준형, 은지원, 로이킴, 모델 이현이, 전직 게이머 홍진호 등이 모 대기업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5일 동안 직장생활을 체험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KBS2 ‘불후의 명곡’을 비롯한 지상파 예능프로의 히트를 기록한 고민구 PD가 CJ E&M 이적 후 첫 선을 보인 예능프로그램. 그만큼 연예인들 사이에서 출연을 희망하는 이들이 제법 눈에 띄었고, 뜨거운 관심을 반영하듯이 공개된 라인업은 화려했다. 주목할 점은 김성주를 제외한 이들이 모두 직장 경험이 없는 연예인이다.
시청자들은 이들의 다소 서투른 직장 생활 적응기를 접하며, 자신의 직장 생활을 떠올린다. 분위기 파악 못하고 동기와 농담하다가 상사의 꾸지람을 듣거나, 회식자리에서 이기지 못할 술을 꾸역꾸역 받아먹다가 만취하는 모습, 스트레스로 인해 앉은 자리에서 양갱, 웨하스 등의 간식을 폭풍 흡입하는 모습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고 크게 공감하고 있다.
◆ 다양한 장르에서 공감은 계속된다
직장 공감 열풍은 드라마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바둑과 직장생활을 결합시키며 치밀한 전개로 ‘직장인의 필독서’라는 별명이 얻으며, 인기를 모은 윤태호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tvN ‘미생’(극본 정윤정, 연출 김원석)이 바로 그 주인공.
‘미생’은 주인공 장그래가 바둑 프로입단 실패 후 샐러리맨으로 살아가며 겪는 냉혹한 현실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일에 갇혀 매일 울고 웃는 평범한 직장인들의 삶과 그 속의 인간관계를 구체적이고 감동적으로 묘사하며 이미 수많은 마니아 층을 양산한 바 있어 드라마로의 재탄생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 5월 이미 프리퀄로 제작, 방송됐으며 당시 주연으로 나섰던 임시완이 호평에 힘입어 다시 한 번 장그래로 분하고 신입사원 안영이는 강소라가 맡는다. 오상식 과장은 이성민이, 취업준비생 장백기는 강하늘이 캐스팅 됐다.
배우들은 완벽한 직장인으로 거듭나기 위해 실제 종합무역상사에서 업무를 익힌 것으로 알려졌다. 원작의 탄탄한 스토리와 힘있는 배우들의 캐스팅으로 방영 전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는 ‘미생’은 현재 방송 중인 ‘아홉수 소년’ 후속으로 오는 17일 첫 선을 보인다.
◆ ‘완전 내 얘긴데?’ 공감과 힐링은 보이지 않는 소통의 연결고리
시청자는 브라운관 속에서 그려지는 직장 이야기를 통해 자신을 발견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이러한 공감은 곧 힐링(치유)로 이어진다. 서투른 요즘 내 모습 또는 지난 날과 오버랩 되면서 ‘그럴 수도 있다’는 위안과 용기를 준다. 이는 보이지 않는 소통인 셈이다.
단순히 공감에만 치중하면 자칫 다큐멘터리 같은 인상을 줄 수 있다. 이러한 한계를, 연예인이 우리가 겪는 세상에 적응하는 모습을 통해 신선한 재미를 주며 극복하고 있는 것.
경쟁과 성과를 강요하는 사회에서 팍팍한 삶을 견디는 직장인들에게 로맨스나 단순히 웃음을 유발하는 방송에 비해 이런 직장 이야기에 공감도가 높은 건 어찌보면 당연하다. 단순히 직장 내에서 살아남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는 방식이 아닌, 풍자를 통해 웃음을 이끌어내거나, 직장인의 로망에 대해 반영한 판타지를 제시하는 것이야 말로 직장 콘텐츠가 나아갈 방향이 아닐까?
이이슬 기자 ssmoly6@
뉴스웨이 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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