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폭발적인 인기 돌풍을 일으킨 외국인 예능의 원조 JTBC '비정상회담'이 각종 논란에 휩싸이며 그 인기가 주춤한 상황이다.
'비정상회담'은 고정 게스트로 출연하는 외국인들의 놀라운 한국말 솜씨와 재기발랄함이 시청자들에게 큰 공감대를 불러 일으키며 승승장구했다. '비정상회담'에 출연한 외국인들은 타 프로그램에도 섭외가 빗발치며 인기 상종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치 '비정상회담'의 인기를 시기라도 하듯 기미가요 논란과 에네스 카야 논란이 연달아 일어나면서 그 인기는 급추락했다.
무엇보다 유창한 한국말 솜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이 문화와 생활권이 다른 그들에게 한국의 유교적인 잣대는 가혹하거나 이질감까지 생길 수 있다는 우려속에 외국인 예능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보다 앞서 외국인 예능의 가능성을 본 지상파 방송국에서는 너도나도 외국인 예능 제작 시도에 나섰고 지난해 추석을 맞아 KBS와 MBC는 각각 '이방인', 헬로 이방인'이라는 제목까지도 비슷한 파일럿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그리고 가장 발빠르게 움직인 MBC는 '헬로 이방인'을 정규 방송으로 편성, 목요일 심야 시간대 공략에 나섰다. '나혼자 산다'를 통해 예능감을 익힌 김광규를 필두로 최고 대세남 강남과 줄리엔 강, 파비앙 등을 내세워 이슈몰이에도 주력했다.
하지만 이미 '비정상회담' 논란을 통해 외국인 예능의 거품이 드러났고 외국인들이 출연진이라고는 하지만 일반 관찰 예능과 전혀 차이점을 느낄 수 없는 구성 등으로 인해 '헬로 이방인'은 평균 시청률 2%대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15일을 마지막으로 폐지된다.
이처럼 외국인 예능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비정상회담'의 부진과 MBC '헬로 이방인'의 폐지 등 거품이 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KBS는 '이방인'의 제목을 '이웃집 찰스'로 바꾸고 지난 6일 첫 방송을 내보냈다.
외국인 프로그램 전성시대를 열었던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 같은 외국인들을 내세웠다는 점에서는 '비정상회담' '헬로 이방인'과는 같은 지점을 바라본 듯 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이웃집 찰스'는 현실적인 한국의 삶에 들어온 외국인들의 삶을 조명, '신선하다'는 평을 받았다.
한국의 대기업에 취업한 아델리아는 러시아와는 다른 한국인들의 회사생활을 경험하며 그 속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에피소드와 고충들을 털어놨다. 또 사랑 하나만을 바라보고 한국으로 시집온 줄리아는 시어머니와 고부갈등을 겪는 모습을 보여줬다. 마지막으로 재래시장에서 크레페를 파는 아노는 재래시장을 찾는 어르신들의 선입견에 대해 고민을 갖고 있었다.
우리 주변에 한 명씩은 꼭 있을법한 평범한 사람들이지만 이들이 외국인이라는 점이 '이웃집 찰스'가 얘기하고 싶은 지점이다.
아무리 한국말이 유창하고 한국인들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도 그들은 여전히 우리에게 이방인이라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느끼는 동떨어짐과 우리가 느끼는 이질감은 오히려 같은 방향을 향한다.
그리고 그 방향은 결국 갑의 세상에서 고군분투하는 을의 모습 그린 드라마 '미생'이 보여줬던 서민들의 모습과도 일치한다. 외국인들은 갑의 한국에서 을로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 그들이 한국의 문화 생활권에 물들어 완생을 이룰지는 미지수다.
대신 '이웃집 찰스'는 이방인들이 한국에서 겪는 갈등과 고민에 실질적인 대책안을 제시한다. 외국인들이 겪는 한국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공유 하거나 웃음으로만 넘기지 않겠다는 의지다.
그리고 매주 DDP(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에 설치된 가방 세트로 모일 외국인들은 MC 알렉스 그리고 주제에 맞는 일일 선생님에게 솔루션을 받는다. 해결책을 받은 이들의 변화에 주목한다면 '이웃집 찰스'는 우후죽순 생겨나는 외국인 예능들과는 전혀 다른 프로그램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점쳐본다.
홍미경 기자 mkhong@
뉴스웨이 홍미경 기자
mkhong@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