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한 옷차림에 서글서글한 웃음을 머금었지만 부쩍 성숙해진 모습이다. 기타하나를 어깨에 메고 쑥스러운 듯한 표정으로 들어섰다. 불과 몇 달 사이에 살이 쏙 빠져 훈훈한 모습이 느껴진다.
그저 ‘유투브 스타’에 지나지 않았던 무명 뮤지션이 었던 브라이언 박. 그를 일약 스타덤으로 올려준 ‘슈퍼스타K6’가 끝난지 약 3개월의 시간이 지났다. 그는 혼자 음악을 만들며 조용히 데뷔 준비에 한창이었다.
“원래 혼자 있는 걸 좋아해요. ‘나혼자 밥을 먹고, 나혼자 영화보고~’ (웃음) 예전 뉴저지에 있을 때 혼자 영화관에 많이 가기도 했어요. 매점 3단 콤보를 사서 영화를 보며 여가 시간을 즐겼죠. (웃음)”
‘슈퍼스타K6’ 출연 당시 버터남으로 불렸던 그와 인터뷰 시간에는 의외의 곳에서 유머가 터져 나왔다. 공상 과학 영화를 좋아하고 고어물이나 좀비 소재 영화를 즐겨본다고 조심스럽게 말하며 독특한 취향도 알렸다. 지난해 돌풍을 일으켰던 ‘인터스텔라’는 세 번이나 볼 정도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끝까지 파고드는 나름의 근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경험을 토대로 곡을 쓸 때도 있고,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하면서 영감을 얻을 때도 있어요. 음악을 위해 게임을 하는 것 뿐이지, 게임을 즐겨하지 않아요. 하하하. 방안의 불을 꺼놓고 심해 사진을 보면서 음악을 만들기도 하고요”
특별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특이했다. 심해(深海)사진을 띄워놓고 음악을 만든다니. 이제 갓 스물셋 청년의 입에서는 듣기 힘든 말이었다. 드넓은 깊은 바다를 보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만들어진 그의 음악은 조금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곡을 많이 써놨어요. 음악 감독님께서 어드바이스를 많이 해주시는데 제 음악에 ‘뽕삘’이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웃음) 한국의 정서가 가미된 곡이 많아요. 소위 말하는 이승철 선배님께서 말씀하신 ‘마이너 뽕삘’의 곡이요. 하하하. 예전 미국에서는 팝 장르로 곡을 썼다면 한국에서는 직접 겪었던 경험들을 곡에 많이 담았어요. ‘슈퍼스타K6’에서는 단 5%밖에 보여드리지 않았어요. 이제 남은 95%를 보여드려야죠”
묘한 매력이 있었다. 대화를 이어갈수록 그의 수려한 말솜씨에 빨려 들어갔다. 흡인력이 있는 친구다. 그의 숨겨진 매력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진지함이 기본이었지만, 음식 이야기가 나올 때면 기자와 한참을 음식을 주제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브라이언 박의 외모는 고급진 스테이크만 먹을 것 같지만 실상은 복어국을 가장 좋아하며 메기 매운탕을 즐겨 먹는 한국적인 음식에 푹 빠져 있는 20대 청년이다.
인터뷰 도중에 자신이 먹은 음식을 찍은 사진이라며 해맑게 웃으며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다. 벌써부터 팬들과 함께 음악은 물론 먹방으로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며 소통하고 있었다.
어린시절 한국을 떠나 타국으로 이민 간 그에게 음악은 도구였다. 음악을 업으로 삼으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주변 친구들에게 말 한번 제대로 걸지 못했던 내성적인 성격을 음악이라는 하나의 도구를 통해 180도 바꿔놨다. 그때 음악은 그 어떤 것도 장애물이 되지 않음을 깨닫는다.
“음악으로 인해 친구도 사귀고 전에 보지 못했던 저의 다른 모습을 보기도 했어요. 무엇보다 호주나 미국에 살면서 넘어설 수 없었던 경계였던 인종과 피부색을 음악을 통해 뛰어 넘는 걸 경험했거든요”
브라이언 박은 미국 뉴욕에서 클래식 음악을 전공했다. 그중 목관악기인 클라리넷을 연주했다. 중성적인 매력이 있는 악기라는 게 선택의 이유였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클라리넷을 쥐게 됐어요. 어머니께서 재미로 한번 해보라고 권유 하셨죠. 쥐었다 놨다 반복했는데 ‘아리랑’을 처음으로 연주했는데 굉장히 중성적인 매력이 있는 악기더라고요. 플롯이 여성적이라며 바순은 남성적인 악기죠. 섹소폰도 배웠어요. 그래서 유투브에 커버 동영상을 올리기도 했어요. 트럼펫을 배우고 싶었는데 호흡이 많이 들어가고 계속 한음으로 길게 불러야 하는데 숨이 굉장히 많이 들어가서 힘들더라고요.(웃음)”
사실 브라이언 박은 전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버클리 음악대학교에 4년 장학생을 제안 받을만큼 수재다. 음악만큼 공부도 곧 잘한다. 하지만 브라이언 박은 좋은 환경도 뿌리치고 뉴욕의 마네스 대학(Maness College of Music)을 선택했다. 그 이면에는 자신만의 확고함이 있었다.
“저는 대학을 정할 때 저에게 맞는 곳을 찾았어요. 버클리 음대는 재즈의 성격이 강한 곳이었죠. 저는 클래식 음악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마네스 대학을 선택했어요. 마네스는 성악 부분이 도드라지는 곳 이었거든요. 그리고 버클리대학교는 언제든지 다시 들어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웃음) 버클리 음대에서는 재즈 블루스과를 지원했는데 우연찮게 오라는 연락이 왔어요. 고민도 했었지만 마네스 대학을 선택한 건 정말 잘한 일인 것 같아요”
자신감이 넘쳤다. 그만큼 음악에 대한 열정과 확고함이 강하다는 뜻이다. 어떤 음악을 하든 ‘클래식’이 기본이 되어야 논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클래식을 전공하다보면 1년이라도 더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 인생에 대해 고민할 시기에 학교를 휴학하게 됐어요. 그리고 대학 선배들이 줄리어드 음악 대학원에 진학을 했고, 그 당시 어떠냐고 여쭤봤죠. 그러자 선배들이 ‘인생은 너의 것이다’라고 조언을 하더라고요. 좋은 대학원을 다니더라도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하셨죠. 나름대로의 좋은 위치에 계시는 분들도 다 고민은 있더라고요”
“그래서 1학년이 끝날 때 쯤 부모님께 하고 싶은 걸 하겠다고 말씀 드렸어요. 그리고 휴학을 하고 유투브에 동영상도 올리고, 친구들과 밴드 활동을 하면서 버스킹 공연도 하면서 하고 싶은걸 다 해봤어요. 정말 즐겁더라고요. 그러던 중에 ‘슈퍼스타K6’ 뉴욕 오디션 소식을 접했고 잃을 게 없다는 생각에 도전했어요. 잘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지만 제게는 너무 좋은 경험이었어요”
클래식을 전공한 사람들은 대중음악에 대한 편견이 있다. 하지만 편견이 아닌 하나의 도움닫기로 생각했고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를 찾아내기 위해 달렸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슈퍼스타K6’를 만나게 됐고, 그 기회가 브라이언 박의 인생을 바꿔놓게 된 것이다.
‘슈퍼스타K6’를 통해 자신감을 얻은 브라이언 박은 ‘나도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단다. 그리고 그 자신감은 지금의 브라이언 박을 있게 했다.
“한국에 올 때 제가 한국의 정서에 잘 맞아서 들어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었어요. 하지만 ‘슈퍼스타K6’를 하면서 그런 의구심이나 걱정들은 사라졌죠. 저의 가능성을 봤고, 지금까지 해왔던 음악을 버리지 않고 같이 가져갈 수 있어서 너무 좋은 것 같아요”
브라이언 박은 이제 가수로 뮤지션으로 정식 데뷔를 앞두고 있다. 부담없이 음악을 할 수 있게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소속사의 품에서 좋은 음악을 대중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열심히 음악 작업에 몰두하며 자신만의 음악 색깔을 만들어가고 있다.
앨범이 나오기 전 음악 콘텐츠로 대중들에게 다가가고 싶다며 계획을 밝힌 브라이언 박은 누구보다 자기가 어떤 뮤지션이 되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이미 정식 데뷔 전에 몇 차례 콘서트로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있으며 다가오는 14일 발렌타인 데이에는 팬미팅을 통해 자신의 자작곡도 직접 들려줄 예정이다. 브라이언 박은 그렇게 한계를 정하지 않은 자신의 목표를 향해 오늘도 어김없이 정진하고 있다.
“장르나 음악의 기본적인 틀에 갇힌 뮤지션은 많지만 한 시대의 아이콘이 되는 건 힘든 것 같아요. 저는 장르에 상관없이 ‘뮤지션’이라고 한다면 자연스럽게 ‘브라이언 박’이라는 말이 나오게끔 하는 뮤지션이 되고 싶어요. 모든 사람들이 ‘믿고 듣는 가수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뮤지션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사진=애플오브디아이 제공]
김아름 기자 beautyk@
뉴스웨이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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