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처럼 순하리’, ‘좋은데이 컬러시리즈’, ‘자몽에이슬’ 등 과일 향을 첨가한 리큐르(일명 과일 소주)가 인기를 끌며 ‘자도주’ 개념이 강했던 전국 소주 시장에 판도 변화 조짐이 일고 있다.
롯데주류의 ‘처음처럼 순하리’가 출시 초반 부산·경남지역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판매를 시작한데 이어 무학의 ‘좋은데이 컬러시리즈’는 서울·경기 지역은 물론 최근에는 전국 편의점에 판매를 시작하며 전국 공략에 나섰기 때문이다.
또한 출시 초반 예상을 뛰어 넘는 인기로 물량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자 주류도매상들 사이에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고 무학과 롯데주류를 취급하지 않던 지역의 도매상들도 물량 확보전에 가세하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같은 현상은 ‘과일 소주’의 인기가 계속되자 전국적으로 판매를 희망하는 업체가 늘었고 SNS를 통한 인기에 자도주가 아닌 타 지역 소주에 거부감이 줄어들어 일어난 현상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재 지방 소주시장은 ‘1도(道)1사(社)’ 구도로 대구·경북 ‘금복주’, 부산 ‘대선’, 경남 ‘무학’, 전남 ‘보해’, 대구 ‘금복주’ 등으로 형성돼 있다.
지난 1973년 ‘주류의 품질저하 방지’, ‘과다경쟁 방지’ 등을 이유로 정부가 전국에 산재한 주류업체들을 도 단위, 지역별로 1개 업체로 정리한다는 (1도 1사) 원칙아래 주류업체 통폐합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이후 73년 68개였던 소주 업체 수는 75년 16개, 76년 12개, 80년 11개로 대폭 감소했고 81년 현재의 10개 체제가 구축됐다.
현재 전남(보해)과 경남(무학), 경북(금복주)은 자도주가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들은 하이트진로의 참이슬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자도주 개념을 무색케 하고 있다.
이와 반대로 탄탄한 지역기반을 자랑하는 경남의 무학은 ‘좋은데이 컬러시리즈’의 인기에 힘입어 전국구 소주로 발돋움하고 있다.
‘좋은데이’를 앞세워 대선주조의 부산을 잠식한 무학은 지난 2013년 수도권 공략에 나섰고 현재는 ‘좋은데이 컬러시리즈’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무학 관계자는 “‘좋은데이’ 등 무학의 제품을 취급하지 않던 충청, 경북 등지에서 ‘제품을 취급하고 싶다’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몰려드는 주문량과 출고되자마자 판매되는 판매량을 맞추기 벅찬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무학이 전국구 주류업체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취약한 유통망이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창원2공장을 완공해 물량공급에는 문제가 없지만 원활한 배송시스템을 갖추지 못해 잡음이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무학은 울산공장과 창원공장에서 생산한 컬러시리즈를 경기도 용인 공장 부지에 수송 후 서울과 수도권지역 도매상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 업체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몰려드는 물량만큼 원활한 유통망을 갖추지 못해 현재 도매상들이 직접 용인으로 와서 물량을 수급해야만 하는 불편함이 있다.
무학은 본사 차원에서 일체의 지시 사항이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일부 영업사원들이 ‘컬러시리즈’를 판매하며 기존의 ‘좋은데이’를 끼워 파는 사례가 발생해 불만이 높아진 도매상들이 서울지방종합주류도매업협회에 항의를 한 상황이다.
무학 관계자는 “협회측에서 원만한 사태 해결을 원한다는 회신과 함께 재발방지를 약속했다”며 “원활한 물량 공급을 위해 유통망 확보 등 내부적으로 개선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무학은 최근에는 물량이 많아지자 용인공장 인근에 부지를 매입했고 이를 물류 창고로 활용하기 위해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일명 ‘과일 소주’로 불리는 리큐르 제품이 돌풍을 일으키며 ‘자도주’ 성격이 강하던 주류업계에 판도변화를 가져오고 있다”며 “이번 열풍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업체 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jhjh13@
뉴스웨이 이주현 기자
jhjh13@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