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님이 보고계셔’가 다시 한 번 대학로에 ‘여보셔’ 열풍을 일으킬까.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계셔’ 프레스콜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배우 김종구, 최호중, 이준혁, 조형균, 박정원, 고은성, 신재범, 최대훈, 심재현, 이규형, 송유택, 윤석현, 이지호, 유제윤, 손미영, 최주리가 참석했다.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계셔’는 참혹하고 비참하게 묘사되어 온 한국전쟁을 밝고 따뜻하게 그려낸 뮤지컬로, 라이선스 작품 사이 흥행을 일군 창작뮤지컬로 주목받았다.
2012년 예그린앙코르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여신님이 보고계셔’는 2013년 국회대상 올해의 뮤지컬상 수상했으며, 2014년 삼연에서 소극장 창작뮤지컬로는 이례적으로 중극장 규모의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 입성했다.
대학로에서 대형라이선스 뮤지컬이 아닌 창작 뮤지컬로서 자리잡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2015년 ‘여신님이 보고계셔’는 성원에 힘입어 어느덧 4번째 앵콜 무대에 오른다.
입소문을 타고 관객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한 ‘여신님이 보고계셔’는 마니아층까지 형성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그렇다면 그 인기를 계속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초연부터 지금까지 한영범 역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는 최호중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면서 “대본을 보며 웰메이드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각자의 에피소드가 어우러져 잘 넘어간느 부분이 좋고, 음악도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매력에 대해 분석했다.
그렇다면 계속해서 인기를 얻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호중은 “아이가 커 가는 느낌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감회를 전하며 “초연 공연때는 관객이 상상할 수 있도록 무대에 사다리만 놓고 추상적인 액션으로 많이 표현했다. 지금은 점점 사실적으로 구현하고 있다. 배와 무대, 색채감 등 발전되어가는 모습이 뿌듯하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이어 “앞으로 투자를 많이 받아서 더 큰 극장에서 북한군 30명과 남한군 20명이 함께 공연했으면 좋겠다. 한국의 제 1대 뮤지컬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2014년 공연에 이어 재연에 참여하는 조형균은 “무대가 지난공연에 비해 많이 달라졌다. 디테일해졌다. 난파된 배나 나무 등이 실감나게 표현되었다. 연기를 하면서 정말 무인도에 표류한 느낌이든다”면서 “그렇지만 드라마는 바뀌지 않았다”고 지난 공연과의 차이를 설명했다.
‘여신님이 보고계셔’는 두터운 마니아층이 형성된 작품이다. 북한과 남한군의 이야기를 그린 만큼 다수의 배우들이 무대에 오른다. 어떤 배우들이 무대에 오를지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첫사랑을 간직한 남한군 신석구 역에 이름을 올린 이규형은 “사랑을 많이 받아온 작품이기에 부담이 됐다”고 털어놓으며 “연습을 하면서 내 스타일대로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찬 각오를 전했다.
섬세하고 춤을 사랑하는 북한군 변주화 역으로 분하는 이지호는 “지금까지 변주화 역을 맡았던 배우들이 모두 왜소하고 마른 분들이 많았다”며 “저는 큰 편이다. 일각에서는 제가 창섭이도 죽일 수 있을 것 같다며, 무인도를 정복할 것 같다는 이야기도 하시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지호는 “실존 인물이 아니니 클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면서 “열심히 할 것”이라고 각오를 전했다.
주인공 최순호 역에 발탁된 신인배우 신재범은 다소 경직된 얼굴로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경험과 실력이 부족하지만 관객들에게 많이 사랑받는 좋은 작품에 사랑받는 캐릭터 류순호를 맡게 되어 부담이 됐다”고 털어놓았다.
신재범은 “관객들에게 사랑 받는 역할을 잘할 수 있을까 걱정되지만 설렜다”고 덧붙였다.
지난 공연에 이어 재연 무대에 오르는 이들도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이준혁은 “지난 공연과 다른 점은 나만의 한영범으로 스며들었다는 점”이라며 “배우 본연의 색을 바꿀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캐릭터를 바꾸면 작품이 변한다. 완벽한 작품에 더 이상 뭘 하겠냐. 사실 작품이 워낙 힘들어서 여유를 부릴 수가 없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캐스트가 다르기에 골라보는 재미가 있다”고 어필했다.
박정원 역시 류순호 역으로 다시 한 번 무대에 오르는 것에 대해 “트라우마에 대한 깊이를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면서 “생각보다 힘들고 잘 안되더라. 하지만 깊이가 깊어질수록 작품이 재밌게 표현될 것 같아서 고민했다”고 말했다.
2015년 하반기, ‘데스노트’, ‘체스’를 비롯한 다수의 대형 뮤지컬 작품이 관객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 열풍 속에서 ‘여신님이 보고계셔’가 국내 창작뮤지컬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까.
든든하게 작품을 받치는 재연 배우들과 작품에 신선함을 더하는 새 얼굴이 잘 어우러져 다시 한 번 대학로에 ‘여신님이 보고계셔’ 열풍을 일으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계셔’는 오는 10월 11일까지 서울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에서 공연된다. [사진=스토리피 제공]
이이슬 기자 ssmoly6@
관련태그
뉴스웨이 이이슬 기자
ssmoly6@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