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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기획사는 왜 뮤지컬에 눈독 들이나

[포커스]연예기획사는 왜 뮤지컬에 눈독 들이나

등록 2015.07.04 08:00

수정 2015.07.04 08:30

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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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굴지의 연예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와 씨제스엔터테인먼트가 무대에서 맞붙는다.

그룹 엑소(EXO), 소녀시대,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에프엑스, 샤이니 등 다수의 한류 가수가 소속된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와 그룹 JYJ 김재중, 김준수, 박유천과 배우 설경구, 이정재, 최민식, 강혜정이 소속된 씨제스엔터테인먼트(이하 씨제스)가 뮤지컬 제작에 나섰다.

연예 기획사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는 SM과 씨제스가 나란히 뮤지컬 제작에 뛰어들면서 뮤지컬 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오고 있는 것.

그렇다면 왜, 굴지의 대형 연예기획사가 뮤지컬 시장에 눈독 들이는 걸까.

SM와 씨제스에 소속된 대부분의 스타는 국내와 해외를 오가며 한류스타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이에 벌어들이는 수익이 적지 않을 터. 비교적 자본 창출이 어려운 뮤지컬 시장에 뛰어든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

◆ 씨제스, 공연사업 계열사 출범 ‘데스노트’ 첫 선

SM과 씨제스는 H.O.T와 JYJ 가수를 전담하는 매니지먼트사로 시작했다. 이후 국내 최대의 연예 기획사로 성장한 두 회사는 현재 공연사업부문 전담 계열사 씨제스컬쳐와 SM C&C를 통해 뮤지컬 사업으로 세력을 확장시켰다.

씨제스엔터테인먼트는 뮤지컬 무대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김준수의 소속사. 씨제스컬처 출범에 앞서 ‘모차르트’, ‘천국의 눈물’, ‘드라큘라’ 등 다수의 작품에 투자 형식으로 공동제작에 참여하며 초석을 다졌다.

씨제스는 전문 인력을 확보하고 시장파악에 나서는 등 오랜 준비기간을 거쳐 2015년 씨제스컬처를 출범시켰다. 씨제스컬쳐는 설립 후 첫 작품으로 일본 라이선스 뮤지컬 ‘데스노트’를 무대에 올렸다.

뮤지컬 ‘데스노트’(프로듀서 백창주, 연출 쿠리야마타미야)는 일본 주간소년점프에 연재된 동명 만화가 원작이다. 노트에 이름이 적힌 사람은 죽는다는 독특한 설정의 이 작품은 이 살생부를 이용해 범죄자를 처단하는 천재 법대생 라이토(홍광호)와 그를 저지하려는 명탐정 L(김준수)의 두뇌싸움을 그린다.

연예기획사는 왜 뮤지컬에 눈독 들이나 기사의 사진


국내 관객에 익숙한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의 프랭크 와일드혼이 작곡, ‘몬테크리스토’ ‘카르멘’의 잭 머피가 작사를 맡았으며 일본 거장 연출가 쿠리야마 타미야가 연출을 맡으며 초호화 라인업을 완성시켰다.

‘데스노트’는 6월부터 성남아트센터 오페라극장에서 관객과 만나고 있다. 김준수를 비롯해 홍광호, 정선아, 박혜나 등 뮤지컬계에서 잔뼈 굵은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며 연일 매진 사례를 기록하고 있으며, 성원에 힙입어 최근 앵콜공연을 결정했다.

또 국내 뮤지컬 사상 최초로 공연 시작 전 쇼케이스를 개최하고 주요 뮤지컬넘버를 공개하기도 했다. 인터넷으로 실시간 생중계되며 이례적인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오는 8월 15일까지 성남아트센터에서 관객과 만난다.

◆ SM C&C, 美 브로드웨이 뮤지컬 ‘인 더 하이츠’로 맞불

SM은 브로드웨이 인기 뮤지컬 뮤지컬 ‘인 더 하이츠(In The Height)’ 카드를 꺼내들었다.

9월 국내 라이선스 초연작인 ‘인 더 하이츠’는 기존 뮤지컬 장르에서 시도되지 않았던 랩과 힙합, 흥겨운 춤으로 호평을 이끈 브로드웨이 화제작이다.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하다 2008년 브로드웨이에서 개막한 뒤 그해 ‘62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 작곡·작사상, 안무상, 오케스트라상 등 4개 부문을 휩쓸었다. 이듬해엔 ‘그래미 어워드’에서 최우수 뮤지컬 앨범상을 받았다.

연예기획사는 왜 뮤지컬에 눈독 들이나 기사의 사진


제작은 SM 계열사인 SM C&C가 맡았다. SM C&C는 지난해 ‘싱잉 인 더 레인’으로 뮤지컬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또 이지나 연출과 ‘지킬 앤 하이드’ ‘베어 더 뮤지컬’의 원미솔 음악감독이 참여한다.

‘인 더 하이츠’는 뉴욕의 라틴할렘이라 불리는 워싱턴 하이츠를 배경으로 이민자들의 애환이 담긴 삶과 꿈, 그리고 희망을 글렸다. 긍정적인 유머와 흥겨운 음악으로 승화해 진한 위로와 공감대를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오는 9월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막을 올린다.

캐스팅이 아직 발표되지 않았으나 규현, 온유, 린아 등 뮤지컬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자사 소속 배우들이 많다는 점을 비춰봤을 때 SM 소속 배우가 대거 무대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 “공연 완성도 저하·소속 스타 캐스팅 문제” vs “시장 확대와 제작 활력”

이러한 시장의 변화에 업계 관계자들은 일제히 주시하는 분위기다.

물밀듯이 밀려오는 거대 자본과 힘이 공연계에 득이 될지 실이 될지 알 수 없는 것. 수요의 확대로 인한 이익 창출효과야 있다지만 이로 인해 공연계 장기적인 손실을 따지지 않을 수없는 노릇.

이러한 과도기는 일본이 먼저 겪었다. 일본 대형 기획사 토호 등은 일지감치 뮤지컬 제작에 뛰어들었다. 자사 소속 아이돌가수를 뮤지컬스타로 키우며 스타마케팅 효과를 거두는 동시에 작품을 하나의 콘텐츠화 시켰다.

어쩌면 현재 국내 뮤지컬시장은 그 전철을 밟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시장의 분위기나 생리가 일본과는 다소 차이가 있기에 그렇다고 장담하기엔 이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뮤지컬 제작사 고위관계자는 뉴스웨이에 “화려한 스타 캐스팅에 의존해 완성도 있는 공연을 만드는 데 소홀해서는 안될 것”이라며 “공연 시장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국내 뮤지컬 제작방식에 대한 배려 등이 어우러지지 않으면 안된다. 스타 마케팅으로 관객몰이에는 성공할지 몰라도 결국 밑천은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뮤지컬 관계자는 “대형 뮤지컬 기획사가 뮤지컬 제작에 나서는 것은 업계 사람으로서 긴장된다”면서 “중소 제작사는 경쟁에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다. 거대 자본의 힘을 감당할 수 있는 제작사는 현실적으로 많지 않다”고 호소했다.

연예기획사는 왜 뮤지컬에 눈독 들이나 기사의 사진


“기본기를 갖추고 제작에 나서야 해요. 또 기존 제작 인력 수급에도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완성도는 떨어지고 생경한 공연을 보게될 지도 모르겠어요. 자본을 앞세워 비싼 라이선스 뮤지컬을 들여오는 것까지는 좋지만 관객들 입장에서 보면 완성도 높은 공연을 누려야 하는 것인데, 들여오기 급급해 화려한 스타 캐스팅에만 신경 쓰고 작품의 완성도에는 나몰라라 하면 안되죠. 국내 관객들의 눈이 높아졌어요. 이제 더 이상 그런 식의 제작을 두고 볼 관객은 없을겁니다”(뮤지컬 제작 실무 관계자 A씨)

관계자들은 시장에 대한 이해와 존중 안에서 경쟁이 이뤄져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뮤지컬 제작은 영화나 드라마와는 원론적으로 다르다는 것. 그림자가 있으면 빛도 있는 법. 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목소리도 들렸다.

뮤지컬 평론과 제작을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시장에 쇼 뮤지컬이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다양한 배우들이 참여해 펼치는 쇼 뮤지컬은 경쟁이 붙을 것이고, 그로인해 발전할 여지가 충분하다. 기존의 뮤지컬 색채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시도가 있을 것”이라며 “스타 캐스팅 지연으로 뮤지컬 제작이 지연되는 경우도 없을 것. 이런 요소는 뮤지컬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내다봤다.

◆ 뮤지컬배우들이 바라보는 아이돌 뮤지컬 진출

공연은 배우 예술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렇다면 실제 공연을 만드는 창작자, 배우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뮤지컬배우들은 국내 대형 기획사 뮤지컬 제작관련 인터뷰를 요청하자 가장 먼저 난색을 표하며 익명을 요구했다.

걱정되는 바는 크지만 실명으로 기사화 될 경우 캐스팅에 지장이 있을까 하는 우려였다. 현재 대형 뮤지컬 무대에 오르고 있는 한 배우는 “국내 라이선스 초연작의 경우 배역과 작품에 욕심이 나는 경우가 잦다”면서 “현실적으로 대형 작품을 국내에 들여올 수 있는 회사는 많다. SM과 씨제스가 다수의 라이선스 작품을 초반에 들여올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욕심내지 않을 배우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캐스팅에 대해서는 격앙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본문의 내용과 이미지는 무관합니다.▲본문의 내용과 이미지는 무관합니다.


“힘이 빠지는 것도 사실이죠. 누가봐도 어울리지 않고, 여러면에서 소화할 능력이 안되는 배우인데 자사 소속 아이돌가수라고 배역을 꿰차는 것을 보면 씁쓸해요. 놀라운 것은 이제 이런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거에요. 어느 순간부터 놀랍지 않더라고요. 이제 작품 라인업 발표가 나면 ‘아, 이 역할과 저 역할은 제작사 소속 배우들이 하겠다’ 싶어요.”

현재 아이돌가수와 한 무대에 오르고 있는 뮤지컬배우는 “아이돌에 대한 국내 관객과 업계 관계자들의 인식이 달라진 게 사실”이라며 “일부 아이돌가수 출신 배우들은 자신이 부족한 점을 깨닫고 더 열심히 한다. 연습실에 와서 청소부터 솔선수범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이돌로서 생활에 대한 한계를 느끼고 뮤지컬 쪽으로 진로를 생각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함께 연기 호흡을 맞추는 데 기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낀다.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일부 아이돌의 경우 스케줄과 앨범 녹음 등을 핑계로 연습실에 나오는 횟수를 손에 꼽을 정도다. 그건 함께 서는 배우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다”라고 솔직한 심경을 전했다.

◆ 빛과 그림자, 능동적 자세로 마주해야

SM과 씨제스는 뮤지컬 제작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경쟁의 서막을 열었다.

반가운 점은 뮤지컬의 대중화를 이끌겠다는 야심찬 포부처럼 대중들에게 좀 더 익숙한 장르로 자리잡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를 안긴다는 점.

하지만 대형 연예 기획사가 뮤지컬 시장에 뛰어들면서 드리우는 빛과 그림자에 대해 한 번 쯤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단순히 좋은 라이선스 작품을 들여오는데 도 넘은 로열티를 지불하거나, 기량이 달리는 자사 소속 배우를 출연시키는 무리한 캐스팅은 지양하고 시장에 대한 이해를 통한 경험 있는 인력 수급 등 다각적 노력을 기울여 시장의 발전을 도모하는 길이 무엇인지 고민해 볼때다. [사진=씨제스컬쳐, SM, 쇼홀릭]

이이슬 기자 ssmoly6@

뉴스웨이 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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