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우는 솔직했다. 때로는 진지하고 때로는 농담으로 기자를 웃음짓게 했다. 그래서 더 매력있었다. 인터뷰 시간이 훌쩍 지나간 사실도 알지 못할 만큼.
대중은 정태우를 사극전문 배우로 인식하고 있다. '용의 눈물'에서부터 '왕과 비', '태조왕건', '대조영', '왕과 나', '광개토대왕', 근래 '징비록' 등에 이르기까지 굵직한 드라마에 그의 얼굴을 찾기란 쉬운 일이다. 사극에 애착이 없다면 결코 이뤄질 수 없었을 일.
그에 대해 정태우는 “실제 출연도 많이 한 편“이라고 말문을 연 후 ”하지만 사극이 호흡이 길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더 (많이)출연했다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그냥 매번 사극 시놉시스를 보면 재미었었다”며 “특히 (김종선)감독님과 20년 간의 인연도 있는데 잘 믿고 맡겨주시는 스타일이셔서 이번에도 (배역을) 맡게 해 주신 것 같다. 내 또래 나이에 있는 배역이라면 연락하셔서 말씀해주시고 매력 있는 역할을 주신다“며 사극을 계속적으로 하는 이유와 함께 김종선 감독에 대한 신뢰를 밝혔다.
정태우는 KBS1 '징비록' 이후로 연이어 KBS2 '장사의 신 객주 2015'를 택했다. 사극이라는 똑같은 장르일지라도 차이점이 있었을 터.
“거의 왕이나 양반 역으로 나오다가 이번엔 장혁 형의 오른팔 조력자인 상민 역을 맡게 됐다. ‘징비록’ 때는 말을 타고 다니는 장면이 많았고 ‘객주 2015’에서는 짐을 많이 들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또 “소소한 재미들이 많았다. 촬영하면서 언제나 긴장했었다. 한번에 촬영을 끝마치지 못하면 한 장면을 처음부터 다시 찍는다. 암기를 확실히 해야하는데 감독님이 NG를 내는 걸 원치 않으시기 때문이다. 그래서 꾸역꾸역 NG 아닌척 하면서 뻔뻔하게 하는거, 아무렇지도 않게 이어가는게 재미있었다. 또 장혁 형과 김민정 씨 등 모든 배우들과 합을 맞춰 연기하는 것도 재밌었다”라고 촬영장 에피소드를 전했다.
정태우는 아역배우 출신이다. 30년 가깝게 연기를 해 온 그를 보며 배우로서의 소신이 궁금해졌다.
“(배우로서)위치나 소신을 밝힐 정도까지는 아직 아닌 것 같다”며 “그저 내가 생각하고 고민한 후 나만의 스타일로 밀어붙인다. 그러면서 어떤 한 장면을 준비할 때 여러 가지 방식으로 준비해 간 후 현장에 갔을 때는 감독님의 원하는 타일에 맞춰 준비한다. 연기란 나 혼자 하는게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 같이 맞춰가며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어릴때부터 배우생활을 한 만큼 아쉽거나 후회하는 점은 없을까.
“어릴때부터 배우생활을 한 것에 대해 후회는 없다. 다만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입학을 앞두고 있을 때 고민이 많았다. 연기에 대한 이론보다는 현장에 뛰어들어 실습한 것이 내 인생에서 먼저였기 때문에 내 생각들을 이론화시키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감정으로 느끼는 것 말고 분석하고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작업을 하는 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이다”
“가끔씩, 실전이 아니라 이론으로 시작했었으면 좀더 파고 들고 공부하고 열심히 했을텐데 하는 생각을 하나 그렇다고 후회를 하지는 않는다. 많은 것을 얻었고 선배들을 통해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하는 것을 배웠다. 철도 일찍 들었던 것 같다”고 진지한 모습을 보였다.
진지한 정태우의 모습을 보며 문득 한사람 인간으로의 정태우가 궁금해졌다. 정태우는 한 봉사기관을 통해 약 20년 간 아이들을 후원해 오고 있다.
연유를 묻자 “‘왕과 비’ 촬영을 할 때 배우 임동진 선배님이 같이 출연하셨다. 그분이 그 기관의 홍보이사이셨는데 나와 김민정 씨에게 홍보대사 일을 하라고 권유해주셨다. 인연이 그렇게 됐다”며 “몇 번 (봉사지역에) 가봤다. 캄보디아에 있는 한 아이를 시집도 보냈다”며 즐거워했다.
한동안 여러 이야기들이 오간 후 다시 이번 드라마 이야기로 돌아갔다. 이번 정태우가 출연한 '장사의 신 객주 2015'는 제 2의 ‘상도’가 될 것이라는 시청자들의 기대에 맞게 방영내내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마니아층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뜨거운 사랑만큼 비난의 목소리도 컸다. 이는 스토리 전개상 논란이 있었기 때문. 주인공 천봉산을 둘러싼 누명들이 작품 전반에 대부분을 차지해 ‘누명의 신’, 총 41회 중 10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어 ‘장사의 신’이라는 비판이 있었던 것. 더구나 마지막 회에서는 정태우가 연기한 선돌 역마저 총에 맞는 장면이 나와 안타까움을 샀다. 이에 대해 물었더니 솔직한 대답이 돌아왔다.
“댓글을 가끔씩 본다. 잠깐잠깐 모니터하는데 장사는 왜 안하냐, 치정이 많다, (사람들이)죽어간다, '장사(葬事)의 신'이라는 글도 있더라”며 “원작은 보부상들의 인생 이야기들이었는데 천봉삼의 이야기를 너무 오래 이어간 게 개인적으론 아쉽다. 웃음과 기쁨, 슬픔 등 인간사의 감정들이 모두 드러났으면 했지만 드라마는 자극적인 것이기도 한 것이니 (스토리가)그렇게 된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선돌 역에 대해서는 “후반부에 많이 아쉬웠다. 애착이 있던 캐릭터였다. 이념이 아무리 다르고 상황이 돌변해도 그간 천봉삼과의 우애를 생각하면 쉽게 (캐릭터가) 변할 수 없는데 급하게 변하게 된 게 아쉽다. 캐릭터가 갑자기 반전이 되니까 힘들었었고 36회부터는 엔딩을 모르고 연기해야 되서 힘들었다. 수없는 여지들을 심었어야 해 스트레스가 있었다. 하지만 감독님이 ‘고민하지 말라’고 ‘일관성을 버리고 대본대로 해라’라고 하셔서 도움이 됐다. 만약 드라마상 선돌이의 신념이 흔들리는게 보였으면 다행이다. 그렇다면 대본대로 잘 연기했다는 방증”이라고 평했다.
향후 맡고 싶은 배역에 대해서는 “거친 남자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캐릭터가 좋다. (나이가 들어갈수록)캐릭터에 대한 욕심이 생긴다. 주인공, 단역을 따지는 것보다 얼마나 (캐릭터가) 매력이 있는지 중요하다. 생각지 못한 배역을 맡아 시청자들을 놀라게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현재 정태우는 석사 논문을 쓰고 있는 상황. 그리고 국내의 한 대학교에서 3월부터 1년간 초빙교수로 후배를 양성하게 됐다. 후배 양성을 하려는 이유에 대해서는 "누군가를 가르치면서 내가 몸으로 직접 부딪혀 배울 수 있던 것을 더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 그렇게 하게 됐다. 하지만 내가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더 배우는 부분들이 많은 것 같다"며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적지않은 시간 연기자로 살아온 정태우에게 최고의 인생작은 무엇일까.
“(인생작은) 지금 만나는 과정이다. 모두 다 의미가 있다. 다 기억에 남지만 늘 만족도가 100%가 아니다. 더 채찍질하고 열심히 달려가야 하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한 작품 한 작품 대할 때마다 긴장되고 신인 같은 마음이 든다”
금아라 기자 karatan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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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금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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