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분수령인 일본 주총서 승리한국에서 지배력 강화하며 신동주 압박호텔롯데 상장 등 현안 마무리하면 원톱 굳힐 것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경영권 분쟁의 종지부를 찍기 위한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산적한 현안을 차질없이 마무리하면 ‘롯데 원톱체제’가 가능할 전망이다.
지난 6일 일본 도쿄 일본롯데 본사에서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임시주주총회가 열렸다.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본인의 롯데홀딩스 이사 선임과 신동빈 회장, 쓰쿠다 다카유키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등의 해임 등을 안건으로 주총을 소집했다.
사실 이번 임시주총은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었다. 일본 롯데홀딩스가 현재 한일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기 때문이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일본롯데의 지주사이며 한국롯데의 지주사라고 할 수 있는 호텔롯데의 최대 주주(지분 19.07%)다.
즉 일본 롯데홀딩스를 장악해야 경영권 분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셈이다. 이번 안건이 통과되면 신동주 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하면서 롯데그룹 경영권을 손에 넣게 되고 반대로 안건이 통과되지 못하면 신동빈 회장이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임시주총은 30분 만에 싱겁게 끝났다. 주총 전부터 신동빈 회장의 승리로 주총이 끝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고 주총에서의 반전도 없었다. 승리를 위해서는 과반수 이상의 지지가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키를 쥔 종업원지주회가 신동빈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주총 결과 형제의 운명도 엇갈렸다. 롯데그룹에 대한 신동빈 회장의 장악력은 더욱 공고해질 것이며 신동주 회장은 동생과의 싸움에서 수세에 몰리게 됐다. 특히 신동빈 회장의 승리로 경영권 분쟁이 조만간 종식된다는 것이 재계와 관련 업계의 중론이다.
이에 신동빈 회장은 주총 후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본은 물론 한국롯데를 장악해 롯데 원톱체제를 공고히 하겠다는 심산이다.
신동빈 회장은 일본에 이어 한국롯데에 대한 지배력 강화에 나섰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부친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그룹 모태인 롯데제과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난다. 대신 신동빈 회장의 최측근인 황각규 롯데 정책본부 운영실 실장(사장)이 이름을 올렸고 신동빈 회장 본인의 등기이사직도 유지된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해 7월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직에서 물러난 데 이어 한국 롯데그룹을 지배하고 있는 핵심 계열사인 롯데제과에서도 손을 떼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특히 롯데제과는 한국 롯데그룹의 모태 회사로 상징성과 중요성을 동시에 갖고 있는 계열사다. 다시 말해 신동빈 회장은 한국에서의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또 신동주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 문제에서도 공세를 퍼붓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은 지난 1월 말 일본에서 광윤사를 상대로 ‘주주총회 및 이사회 결의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광윤사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최대 지분(28.1%)을 보유하고 있는 롯데그룹 정점의 기업이다. 현재 신동주 회장이 최대주주로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신동주 회장의 선임과정과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상황에 문제를 제기했다. 신동주 회장은 지난해 10월 열린 광윤사 임시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 신 총괄회장의 위임장을 근거로 대표이사에 오르고 최대주주가 됐다. 반면 이 자리에서 신동빈 회장은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신동빈 회장은 정신건강에 이상이 있는 신 총괄회장의 위임장으로 이 일련의 과정이 진행됐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에 대해 논란이 크기 때문에 효력이 없다는 것.
이에 따라 신동빈 회장에게는 오는 9일 열리는 신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 지정 2차 심리가 최대 과제로 주어졌다. 그동안 신동주 회장이 아버지를 볼모로 내세워 경영권 분쟁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에 문제가 없다고 밝혀지면 신동주 회장이 반전의 기회를 잡게 된다. 반면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이 이상이 있는 상황이라면 신동주 회장은 그만큼 타격을 입게 되고 신동빈 회장은 경영권 분쟁을 마무리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여기에 신동빈 회장이 제기한 광윤사에 대한 소송 역시 신 총괄회장의 건강 문제가 핵심 사안인 만큼 신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 지정 심리가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신동빈 회장에게는 해결해야 할 숙제가 아직 남았다. 현재 신동주 회장은 롯데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8건의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일본에서 진행되는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 결의 무효 소송과 호텔롯데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신청 등이다.
특히 신동주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패했음에도 불구하고 불복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다시 말해 형제 간의 소송전은 앞으로도 한일 양국에서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호텔롯데 상장을 차질없이 추진해야 한다. 호텔롯데 상장은 그룹 지배구조 투명화와 한국롯데라는 명분과 관련된 신동빈 회장의 최대 과제다. 현재 호텔롯데는 한국거래소의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으며 롯데그룹은 상장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신 총괄회장의 숙원사업인 서울 잠실의 롯데월드타워의 완공도 중요한 사안이다. 오는 12월 완공이 목표지만 완공 후 이를 관광거점으로 육성하고 쇼핑공간을 확대하는 등 세부적인 계획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 외에도 신동빈 회장은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됐던 해외사업에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며 이번 일본에서의 임시주총으로 다시 불거진 ‘롯데=일본기업’이라는 이미지도 쇄신해야 한다.
이에 대해 한 재계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경영권 분쟁 최대의 분수령인 일본에서의 임시주총을 무사히 끝냈다. 산적한 현안만 해결한다면 경영권 분쟁을 마무리하고 롯데 원톱으로 확고한 위치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황재용 기자 hsoul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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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황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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